맛이 없으면 돈을 받지 않습니다

맛이 없으면 돈을 받지 않겠다고 대문짝만한 광고판을 붙여둔 국수집에 들어갔다. 저런 류의 광고를 믿는건 아니지만, 국수란게 어지간해서는 먹을만하게끔은 만들 수 있는 음식이고, 국수가 아닌 다른건 별로 먹고 싶지 않기도 해서 고민도 없이 들어갔다. 국수 3개와 물만두를 시켰다. 느긋하게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려는데 들려오는 목소리, 선불입니다. 어라? 맛없으면 돈을 안 받는다며?

말은 바로 해야 한다. 맛이 없으면 돈을 돌려드리겠다고. (그조차도 장담할 수는 없지만) 돈을 다시 받고 싶으면 진상을 제대로 떨어 보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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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아버지에게 가는 길 한 편에 규모가 상당히 큰 국수집이 있었다. 입에 차마 담기도 어려울만한 끔찍한 맛을 경험하게 해 준 곳이라서, 지나갈 때마다 아직도 안 망했군이라고 혼잣말을 하고는 했다. 그동안 잘 버텨오더니 이번 추석 집에 가는 길에 보니 결국 문을 닫았더라. 납득이 되는 한 편, 막상 문을 닫은걸 보니 미안하기도 했다. 맛이란건 주관적인건데 내가 너무 못된 생각을 해서 그런게 아닌가 따위의 생각 때문에. 어쨌거나 자신에게 잘 맞는 다른 일을 찾아 즐거운 추석되었기를. 맛없는 음식이란 점주에게도, 손님에게도 불편한 법이다.

2008. 9. Arborday.

by ArborDay | 2008/09/21 08:40 | 일상/기타 | 트랙백(1) | 덧글(18)

영화천국 3호(9/10월)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그는 대뜸 나에게 물었다. 영상자료원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책자 영화천국에 형 블로그가 소개된 것을 알고 있느냐고. 블로그에 언급도 없고, 지난 번 통화 때도 얘기를 안해줘서 모르는 줄 알았다며 알려주려고 전화했다고 덧붙였다. 알고 있었다고 말하자 조금 머쓱한 듯 이야기를 이어나갔지만, 참 고마웠다. 무비위크에 소개되었던 때 -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잘 모르겠다 - 는 이 친구가 가르쳐주지 않았으면 모르고 넘어갔으리라. 어쨌든 이번에는 친절한 영상자료원 직원분 - 이글루스에서는 상당히 유명하신 분이다 - 께서 올리기 전에 이렇게 나갈거라고 덧글로 원문을 보여주시기도 했고(이런 경우는 없었다), 책이 나오자 집으로 보내주시기도 해서 잘 알고 있었다.

책의 말미 한 꼭지에 실리는거라(블로그 소개는 대체로 거기 어디쯤에 실린다) 큰 기대는 안했는데 영상자료원의 책자는 아무래도 영향력이 있는건지, 반향이 좀 있었다. 정체되어 있던 RSS 구독자도 열 명 이상 늘었고, 거기서 봤다는 제보도 몇 차례 들었다. 그 무엇보다 '블로그를 하면서 한 번 쯤은 이런 일이 있었으면'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던 마지막 한 꼭지도 채워졌다. (이건 비밀이다, 그다지 밝힐만한 성격도 아니고) 어찌 되었건, 이 곳을 소개해준 영상자료원 관계자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바쁘다는 이유로 조금 뒷북에 가까운 시기에 올라온 포스팅이지만) 또한 영화천국도 대박(?)이 나서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책자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2008. 9. Arborday.

덧 1. 영상자료원을 자주 애용하지 못하는 나는 영화천국을 제대로 읽어볼 기회가 없었는데, 확인을 해본 결과 엄청나게 알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웹으로도 공개되니 관심있는 분은 이 곳을 클릭하시길. 이 블로그에 대한 소개는 목록의 가장 하단에 있으니, 궁금하신 분이라면 찾아보셔도 무방하겠다. 두 달에 한 번은 업데이트 될테니 지속적으로 읽으면 영화에 대한 상당한 교양을 쌓을 수 있을 것이며, 고전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에 불타게되리라 확신한다.

덧 2. 요즘 바빠서 소개글에 걸맞는 왕성한 글쓰기를 하지 못하는게 마음에 걸린다. 어김없이 이런 일이 있을 때 쯤에는 매우 바쁘다. 머피의 법칙일까? 단순한 심리적 착각일까? 어쨌거나 나는 적어도 11월까지는 정신 없이 바쁠 것 같다. 미리 양해를 구한다.

by ArborDay | 2008/09/19 20:41 | 일상/기타 | 트랙백 | 덧글(15)

양보다 질이다 - 버킷리스트

인간에게 주어진 유일한 평등은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 뿐이다. 물론 경제적 지위에 따라 죽음을 마주할 확률도, 시기도 달라지는 것이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평등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크게 딴지를 걸지는 않도록 하자. 삶보다 죽음이 상대적으로 평등한건 사실이니까. 그렇지 않았더라면 [버킷 리스트]의 두 사람은 평생 서로를 인식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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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borDay | 2008/09/16 16:57 | 비호러 | 트랙백(1) | 핑백(1) | 덧글(14)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는 호러물 - 외톨이

학교가 있으면 그 안에는 못된 것을 요구하는 학생도, 따돌림을 받는 학생도, 그리고 그 학생을 옹호하는 학생도 있는 법이다. 수나(고은아)는 따돌림을 받는 학생의 편에 선, 전형적인 밝고 씩씩한 여주인공이다. 하지만, 그녀는 안타깝게도 결정적인 순간 친구의 옆에 있지 못했다. 험한 꼴을 당하고만 친구는 세상을 등지고 방구석으로 기어들어가고, 친구와 어머니를 거부하다가, 급기야 가해자의 눈 앞에서 자신의 목을 따고 죽는다. 그 죽음 이후 수나 역시 은둔형 외톨이의 삶을 택하며, 수나는 본격적으로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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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borDay | 2008/09/12 14:33 | 공포/호러 | 트랙백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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