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딱히 이 영화에 대해 내가 덧붙일 수 있는 말이 별로 없을 것 같다. 잡담이나 몇 줄 늘어놓고 말기로 했다.
1. 다른 놈은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는데, 누가 좋은 놈? 그런 놈이 있었나?
2. 적당히 웃었고 재미도 있었다. 8000원이 아깝지 않았으니 나로서는 만족한 셈. 그러나 김지운 감독 베스트 3에도 못 끼워주겠다. 혹시 누군가가 궁금할까봐 말해두자면, 내가 꼽는 그의 베스트 3는 [반칙왕], [장화,홍련], [달콤한 인생]이다. 몇 편 안 만들었기에 조금 빤한 리스트다.
3. 김지운 감독은 자신이 어디선가 즐겁게 본걸 늘어놓기를 열심히 실천하고 있는 듯. 그간 김지운의 영화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어긋나는 소통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놈,놈,놈]은 애당초 소통이 배제될만한 독고다이들의 이야기라 그런지 조금 이질적인 느낌도 들었다.
4. 개인적으로 눈 클로즈업에 대한 어떤 페티쉬를 가지고 있다. 물론 눈이라는 부위가 인간의 몸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장면의 묘미는 눈으로 말하는 듯한 압축성에 있다. 이런 장면을 한국영화에서 볼 수 있어 참 좋았다. 그러나 휙휙 넘어가는 탓에, 눈으로 말하는 느낌이 덜 배어나서 반절만 만족했다.
5. 스타일에 비해 속이 비었다는 소리는 이전에도 있었던 것 같으나, 이번 경우에는 특히 허전하다. 내용은 없고 액션만 있어서 허전한게 아니라, 내용이 뭔가 정리가 안된듯하여 허전했던 것임. 필요없는 캐릭터도 많아보이고. 실은 스타일이나 촬영에서도 그렇게 압도적인 느낌은 받지 못했다. 그래도 돈 쓴 흔적은 확연하다.
6. 정우성은 확실히 다리가 길다. 부럽더라. (물론 다리만 부러운건 아니다) 장총을 쏘아대는 모습이나, 날아다니는 전투씬도, 조자룡을 연상시키는 역주행도 그림이 나왔다. 그런데 이 캐릭터는 어딘가 좀 심심하다.
7. 반면 이병헌은 짧더라. 이병헌과 정우성의 모습을 각각 카메라에 담아내다가 드디어 한 카메라에 담는 장면. 이병헌이 정우성에 비해 카메라에서 꽤나 떨어져 있었음에도 작긴 작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병헌은 멋있기는 멋있는데, 만주벌판보다는 럭셔리한 공간에서 훨씬 도드라지는 느낌.
8. 클라이맥스의 3인 총질에서는 엄청난 심리전이 벌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만 한참 잡아놓고 싱겁게 끝난 느낌이 드는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연출이 미흡한 탓이라기보다는 이상한 놈이 쌍권총을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송강호가 이상한 놈이 맞는게, 게임을 훨씬 복잡하게 만들기 때문인 것 같다.
9. 그나저나 그 수준의 총잡이들이, 그 정도 거리에서라면, 장애물도 없었다면, 적어도 상대를 맞췄다면, 한 두 방에는 보내야 되는것 아닌가. 그러고보니 [달콤한 인생]에서도 혹시 이병헌이 기계인간(?)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10. 어쨌거나 니들 후회할거라며 눈빛이 싹 바뀌는 이 분을 보면서, 확실히 연기를 잘 하시는구나라는 생각을. 송강호 나오는 작품은 다 봐야지라는 생각은 여전함.
11. 앞서 말했지만 나는 [놈,놈,놈]이 나쁘지 않았다. 나도 별 수 없이 휩쓸렸던 개봉 전의 호들갑에 비해 별 볼 일 없었다고 생각했을 뿐이지.
2008. 7. Arbo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