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의 움직이는 성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고 왔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저는 그의 영화를 한 번도 극장에서 본 적이 없더군요.
루팡3세 극장판과 명탐정 홈즈를 제외하고는 분명히 모두 감상했지만,
일본애니메이션이 개방되기 전에 학교 앞 무비까페나 동아리상영회 등이었어요.
아쉽게도 센과 치히로는 DVD방이었구요. ^^;;

그래서 이번 작품은 필히 극장에서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야오의 정겨운 2D 그래픽이 상당히 감수성을 자극하는 구석이 있고,
저 역시 그런 그의 그림체나 주장들과 어느 정도 코드가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말이죠.


세월은 흘렀지만 하야오는 하나도 변한 것이 없었습니다.
익숙할대로 익숙한 캐릭터들과 그가 사랑하는 유럽의 풍경,
그리고 반전환경보호라는 주장까지 여기에는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변하지 않는 모습이 그에 대한 친근감만으로도 극장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 들일 수 있는 것이겠지만, 솔직히 약간은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반전과 환경이라는 것이 수십번을 반복해도 지나치지 않은 주제란건 잘 알고 있지만 말입니다.
우리 편이든 적이든 마을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애니메이션의 대사는 그의 완고한 주장을 한 번의 대화에 집결시키고 있습니다.

반면 애니의 영상미는 흠뻑 취할만 합니다.
많은 애니들이 3D의 기술로 중무장되어 보다 현실성을 추구하려고 노력한다면,
이 애니는 여전히 2D를 사용하여 정겹고도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수히 반복되어 다소 아쉬울 수 있는 BGM도 역시 그의 그림과 어우러져 다소 무거운 주제와는 상관없이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그만의 공간 주위로 펼쳐져 있는 꽃밭이나,
흡사 영화 E.T.를 연상시키는 하늘에서 발을 디디며 뛰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저주가 채 풀리지 않은 소피의 얼굴이 나이를 계속하여 넘나드는 장면들입니다.
그러한 장면들은 소피의 감정을 그 어떤 수단을 사용하는 것보다도 더 잘 받아들여지게 하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보이는 것보다는 전하고자 하는 의도를 관객들이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하야오의 바램이 투영되어 있기도 한 것 같습니다.

원작이 있는 것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생겨난 현상인지 모르겠지만,
이것저것 늘어놓았다가 수습을 채 못하면서 약간은 질질 끌기도 하고
그 내용의 전개에 대해서는 상당히 불만족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애니는 1시간을 조금 넘기고나서는 상당히 지루해집니다.
어차피 다른 부분을 보강할 생각이 없었다면 30분쯤 짧았어도 좋았을 것 같더군요.
또한 주인공과 하울의 사랑은 와닿지도 못할 정도로 호소력이 약해졌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설정과 내용들에는 아기자기한 매력들이 여기저기 존재하고 있습니다.
강하지는 않지만 군데군데에 유머감각도 곁들여져 있구요.

정리하자면 뭐랄까 썩 잘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어딘가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는 작품이라고 해야 할까요.
몇 가지의 장점과 몇 가지의 단점이 공존하는 작품이었지만,
저는 더 이상 하야오의 작품을 기대하며 기다리지는 않을 듯 싶습니다.
그의 작품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대충은 예상할 수 있을테니 말이죠.






by FromBeyonD | 2004/12/25 01:58 | 애니/서적 | 트랙백(2) | 덧글(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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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zakared'.. at 2005/01/02 20:05

제목 : [애니] 하울의 움직이는 성 (ハウルの動く城)
항상 같은 작화에 항상 같은 세계관이지만,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은 나올 때 마다 기대 되고 항상 그 기대를 100% 충족 시켜 준다. 이번 하울에서 등장하는 '소피' 는 지브리의 그 어느 작품의 히로인들 보다 가장 특색있고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가 되버렸다.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그도 그럴것이 앞날이 창창한 젊은 처자를 할머니로 만들어버렸으니;; 이를 통해 그녀가 느끼는 고뇌와 이를 극복하는 모습들은 뭇 여성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밖에 없겠지. 또한 조연들도 역할도 빛을 발하고 있으니 보는 내내 어......more

Tracked from Eugene's.. at 2005/01/31 03:34

제목 :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을 보고나서..
후반쯤에서 살짝 정신없긴 하더라.. 아.. 뒷북입니다. 오늘에서야 이놈을 보게 되었군요.. 끝까지 본 소감으로 제일먼저 떠오른 것은 '전작의 이미지가 많이 차용된듯 하다.'와 '미야자키 하야오 식의 해피엔딩 스토리는 이제 살짝 진부해졌다..'는 느낌입니다. 그닥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매 순간마다 탄성이 나오게 하는 영상은 시간가는줄 모르는 재미를 주더군요.화면에서 펼쳐지는 은은한 색감은 또다른 볼거리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식의 감동 필이 전작의 시간부터 지금까지 유효하신 분께......more

Commented by yosuda at 2004/12/25 08:32
저도 어제 보고 왔습니다. 그냥 무난했어요..
인터뷰등지에서 이번 주제는 로맨스다,,라더니 그건 결코 아니더군요..^^;
Commented by FromBeyonD at 2004/12/25 13:10
yosuda님/ 이번 주제는 로맨스라니 결코 믿을 수 없군요. ^^;;
Commented by 닥터지킬 at 2004/12/25 13:46
글과는 상관없지만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일하시려나...^^;
Commented by 시누 at 2004/12/25 14:15
그래도 다음 작품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기대하게되지 않을까요..?ㅋ 저도 전작들에 비하면 실망이었지만..그래도.....^^;;
Commented by FromBeyonD at 2004/12/25 19:29
닥터지킬님/ 일하고 있었죠. ^^;; 올해내에는 마쳐야 내년에는 제 공부도 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누님/ 절대 기대 안하려구요. 솔직히 나우시카 이후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다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어요.
Commented by kyoko at 2004/12/26 03:31
FromBeyonD님 안녕하세요^^ 트랙백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이번 주제는 결국엔 미야자키 하야오가 선호하는 코드들을 아래에 깐 로/맨/스가 아닌가 의심중입니다.(쿨럭쿨럭)
원작과 오리지날 스토리의 균형을 못 잡아 결국엔 이도저도 아닌 게 되어버린 듯 합니다. 그래도 눈만큼은 정말 즐거웠어요.^^;
Commented by 취월백랑翠月白狼 at 2004/12/27 22:09
안녕하세요 비욘드님^^ 트랙백하셨길래 보고 날아왔습니다~

여기서보니 대부분의 미야자키 팬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신 듯 하네요.

뭐, 감히 링크양 납치해가겠습니다^^;;
Commented by FromBeyonD at 2004/12/28 02:46
취월백랑님/ 감사합니다. 그러나 제 생각이 미야자키 팬들의 생각으로 받아들이시면 안됩니다. 이 영화 호평도 아직 많거든요. ^^
Commented by NOREGRET at 2004/12/28 15:20
괜찮긴하지만.. 뭔가 지브리의 힘도
슬슬 달리는게 아닌가싶습니다..
뭔가 변화를 추구했으면 좋겠지만..

사실 잘 생각하면 지브리에 있어서 "변화"라는건 우스운 단어일지도 모르겠네요.
Commented by FromBeyonD at 2004/12/28 18:55
NOREGRET님/ 저 역시 지브리의 최강점은 '익숙함'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같은 것 같아보여도 조금씩은 '변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겠죠.
Commented by Utopia의꿈 at 2004/12/29 15:03
요즘은 어딜 가나 이 영화의 이야기로군요. 전 사실 알렉산더를 먼저 보고 이 영화를 보러 갈 에정이였지만. 상황이 이렇다면, 이 영화를 먼저 봐야 할 것 같군요. ^^ 참 사진은 너무 멋있군요. ^^
Commented by FromBeyonD at 2004/12/29 19:16
역시 하야오의 힘입니다.
일단 '지브리', '하야오' 이 두 가지 중 한 가지만 들어가도 구설수에 오르지 않을리가 없지요.
Commented by 태현 at 2005/01/02 20:03
트랙백 타고 왔습니다.
지브리 팬이라면 누구나 같은 감상평이 될 것 같습니다. 후후

아무튼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캐릭터 성 하나 만큼은 만점을 주고 싶습니다.
Commented by FromBeyonD at 2005/01/03 01:39
정말 성 하나는 멋있더군요. ^^
Commented by 닥터지킬 at 2005/01/06 14:10
이거 어제 봤는데... 하야오 자신의 불안과 다짐, 위안 등을 담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군요. 내용은 분명 자신의 전형적인 소재로 구성되어 있지만 말이에요...
Commented by FromBeyonD at 2005/01/06 14:28
닥터지킬님/ 제대로 보셨습니다.
소피가 할머니가 되고나서야 마음에 꿈이 생기고 사랑과 모험을 겪는 것처럼,
자신 역시 동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이는 별 것 아니다라는 식의 위안의 정서와, 같은 맥락에서 무엇인가를 더 하겠다는 의욕에 대한 다짐, 그리고 그러한 다짐을 획책한 불안 모두를 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전형적 소재로 점철된 이야기 속의 캐릭터에 자신을 어느 정도 투영시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볼 수도 있겠지요.^^
Commented by 시진이 at 2005/01/22 22:16
하울과 소피가 하늘을 나는 장면이랑 배경음악이 제일 좋았던 작품이에요~ 말씀하신 소피의 얼굴 변화도...^^ 소피가 뭔가 자기 의지를 강하게 표현할 때 소녀의 얼굴로 돌아가는 듯 하더군요. 원작을 보면 원래 소피가 '말'의 힘이 강한(?) 소녀로 나온다고 해요. (저도 안 읽어봐서 잘은 모르고;)

분명히 '로맨스'는 아니었지만 몇몇 가슴 떨릴 만한 (적어도 여자들한테는) 장면은 있었어요! 하핫^^;; 하늘을 날 때도 그렇고, 성에서 다시 만나던 장면이나, (소피는 할머니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도 그 떨림이 전해져 오더라는! 하하;;) 하울이 잠든 소피를 애틋하게 쳐다보는 장면 등등..

위의 닥터지킬님과 FromBeyonD님 덕에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마음을 알았네요~ 감독이 그런 불안을 잘 극복하고 스스로 이 작품을 위안 삼아 더 좋은 작품을 하나 더 만들어내줬으면 좋겠는데, FromBeyonD님처럼 이제 더이상 기대는 할 필요가 없을까요?
Commented by FromBeyonD at 2005/01/22 23:01
기대를 안하면 훨씬 더 좋게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솔직히 이 작품 기대가 많았던게 탈이었을 수도 있구요.
노장은 괜히 노장이 아니구나라고 생각되던 구석들도 꽤 많았거든요.
약간은 강한 표현이었던 것 같습니다. ^^
Commented by 유진 at 2005/01/31 03:32
솔직히 반전과 환경보호 테마는 조금 억지인듯 합니다.
보고나서 느낄수 있는 한 감정일수는 있어도 극 전체에서
흐르는 일반적인 감정은 아니죠.. 심형래씨의
'용가리' 마지막 장면이 그랬듯 말이죠..(이건 너무 어거진가? ㅡ.ㅡ)
스토리상의 불확실성도 상당한 의문만 남긴채 마무리되고 맙니다.
뛰어난 색감과 음악만 가슴으로 받는다면,원작을 읽지 않으신 분이라면,
DVD하나정도 소장하시는데 별 무리가 없으실듯 합니다.. ^ ^
트랙백 날립니다..~
Commented by FromBeyonD at 2005/01/31 11:41
유진님/ 제가 반전과 환경보호를 위한 영화라고 설명했나요.
하야오의 영화를 여태껏 쭈욱 보면서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테마라고 생각해서,
여기에도 존재한다고 썼을 뿐인걸요. ^^;;
저는 일반적 감정에 대해 글을 쓰는게 아니라, 제 주관적 감정을 글로 쓰는겁니다. 억지는 조금 격한 표현이네요. ㅠㅠ
Commented by yugo at 2005/05/20 06:22
제가 본 영화중 최고였던 영화입니다.
반전과 환경보호는 하야오의 영화라면...마치 오우삼영화속 비둘기정도로요.
Commented by FromBeyonD at 2005/05/20 07:22
yugo님/ 역시 사람의 취향은 다양한 것 같습니다. ^^
Commented by 수리 at 2005/06/15 10:17
하야오의 영화를 내려받아 애들(10살,6살 아들들)과 많이 봤습니다. 결국 이영환 극장판으로 보러갔어요,,,,너무 좋아했어요,,,감독의 스타일이나 원작 등등이런 깊은 속내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아이들에겐 이런 애니가 최고인것 같아요,,,,,,,,^^...교육적으로도,,,,,
Commented by FromBeyonD at 2005/06/15 11:58
수리님/ 잘 하셨어요.
아이들이 참 좋아할만한 애니메이션이죠.
상상력도 있고 예쁘고.
Commented by suddentime at 2005/08/27 00:29
전 1월달에 본 애니메이션 리뷰를 어제에서야 올렸다는.. OTl 보고 바로 쓰신 비욘드 님 보고 반성해야겠는걸요 ㅋ 저하고 생각이 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반갑군요^^
Commented by suddentime at 2005/08/27 00:44
아.. 다시 보니 저희 그림도 같은 걸 썼군요 ㅋ
Commented by FromBeyonD at 2005/08/27 01:22
suddentime님/ 허허허. 반성은 무슨.
저도 솔직히 고백하자면 오래 전에 보고 올린 리뷰가 있긴 합니다. 다시 읽어봐도 부실해서 바로 걸릴 것 같아요. ^^;;
둘 다 이 그림을 가장 좋아했나봅니다. 아니면 이게 제일 구하기 쉬웠던지요. ^^
Commented by 떠도는불의넋 at 2006/02/27 01:53
센과 치히로나 하우르에서 보이는 모습을 생각할 때, 지브리는 천천히 퇴색하고 있는 것 같답니다. 지브리 매니아인 제가 보기에는, 같은 환경이라는 주제를 차용했어도 나우시카, 라퓨타, 폼포코, 원령공주는 확실한 개성을 보였는데 점점 '사람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애니메이션'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답니다. 게다가 다음 계획이 무려 '어스시의 마법사'라니, 점점 오리지널 스토리는 줄어들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차라리 이런 식으로 퇴색할 바에는 라퓨타처럼 와장창 무너져 버려서 아름다운 기억은 하늘로 끝없이 날아갈 수 있었다면...싶답니다.

링크 타고 왔습니다. 애니메이션 감상들이 참 깔끔한걸요.(링크신고합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2/27 17:21
떠도는불의넋님/ 칭찬과 링크 감사드립니다.
제가 고루한 사람인지라 이전의 하야오에 더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나봅니다.
또 뵙기로 할께요.
Commented by CaBin at 2006/10/15 20:41
하야오영감님의 포스는 날로 떨어져가는데
히사이시 조의 포스는 여전한데서 그나마 위안을 받았습니다.크크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10/15 23:12
CaBin님/ 엊그제 '바다가 들린다'를 감상했는데 좋더군요. 지브리에는 하야오만 있는게 아닌데. 이런 생각이 들더랍니다. 지브리와 연관시키기엔 좀 연계가 약한 감독인 듯 하지만.
Commented by 피터팬 at 2007/06/13 10:08
참 뒤늦은 댓글이지만... 이 애니는 로맨스입니다..'-'
미야자키가 처음으로 그린 사랑이야기.
적어도 저는 그렇게 해석하는게 이 작품을 제일 무난하게 해석할 수 있다고 봐요.
환경문제는... 이 작품에서는 부수적인 것들 중에 하나로만 느껴집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6/13 10:22
피터팬님/ 확실히 제가 로맨스 쪽에 감이 없나봐요. 어쩌면 제가 하야오 양반에게 지나친 편견을 가지고 있거나요.
솔직히 그렇게 감상하지를 못했거든요. (웃음)
하울의 시점에서 한 번 감상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당시에는 들었었는데, 이제는 무뎌져 버렸네요. 기회가 올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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