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시대, 그러나 dvd도 훌륭해요.
블루레이가 뭐야라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 주변에는 아직 수두룩하지만, 비슷한 놈들끼리 함께 모인다고 제 친구들 중에는 블루레이를 수집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 녀석들이 하나같이 하던 말이 이거죠. 블루레이 보기 시작하면 dvd는 못 본다는 것. 그 말대로 블루레이와 dvd의 차이는 작지 않습니다. 재생 후 처음 나오는 화면에서부터 감동할만한 화질을 보여주거든요. 그러나 더 드라마틱한 변화는 음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차세대 음향은 주인공이 걸음을 옮길 때 무언가를 밟아 바스락거리는 소리 한 올마저 놓치지 않는 현장감을 가지고 있답니다. 2009년을 맞아 본격적으로 블루레이가 출시될 조짐이 보이는데다가, 풀HD TV가 보편화되고 있으며, 블루레이 플레이어의 가격도 무척 떨어진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인 블루레이의 시대가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저도 최신작 위주로 블루레이 타이틀을 늘려갈 생각입니다.

블루레이로의 이행을 결정하고 얼마전 블루레이 시스템을 완비하면서 저는 수없이 많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따지고 보자면 이런 류의 고민들이란 매체가 바뀔 때마다 뒤따랐던 것이죠. 특히 저보다 먼저 블루레이에 입문한 친구들의 말, 그러니까 dvd를 볼 때마다 짜증난다거나, dvd는 작은 모니터로나 보라는 비아냥은 저를 상당히 괴롭게 만들었습니다. 이토록 모아두었던 dvd가 이젠 애물단지가 되는건가? 그러나 블루레이를 보기 시작한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제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보면 dvd가 못 볼만큼 열악한건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아니 영화감상하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지요. 필요한만큼 잘 보이고, 필요한 소리들은 대체로 들려줍니다. 누군가는 니가 아직 블루레이를 얼마 못 접해봐서 그래라는 말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그건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이 포스팅의 목적은 TV를 교체하면서 dvd의 화질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실지도 모르는 이들의 근심을 덜어주고자 함입니다. 블루레이로 넘어가지 말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물론 화질이란건 주관적 영역이니까 누군가는 저보다 화질에 대한 불만이 조금 더 클 수도 있을겁니다. 그러나 지나간 매체에도 장점은 있는 법입니다. 리마스터링이 깔끔하게 된 예전영화들을 보면 그 산뜻한 화면에 감동을 하게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마음 속 한 켠에서 이게 내가 보고 기억하던 영화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화장도 잘 하고, 옷차림도 세련되어졌으며, 그 자리에 맞는 고상한 태도도 갖추었지만, 내가 사랑했던 어딘가 달뜬 표정을 숨기지 못하던, 그리고 전반적으로는 수수했던 모습이 사라진 연인같라는 표현이면 설명이 되려나요? 영화 감상 못지 않게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건 영화를 보던 그 당시의 나에 대한 추억이기도 할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물론 좋은게 좋은거지만) 그냥 그 시절 보편적인 매체면 충분한거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더 중요한 한 가지 이유. 영화를 감상하는데 있어 기술적 측면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천막 하나 쳐두고 땅바닥에 앉아 즐겁게 영화의 환상에 빠지는 어떤 나라의 사람들을 보면, 요즘의 기술이란게 쓸데없이 너무 과도하게 발전한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니 사람의 문제겠죠. 기술보다 더 중요한건 영화 그 자체라는 사실은 항상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기술이야 익숙해지면 별거 아니잖아요. 최신형 세탁기가 아니라고 해도, 빨래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법이랍니다.

2009. 1. Arborday.
by ArborDay | 2009/01/06 13:00 | 영화잡담 | 트랙백(2) | 핑백(1)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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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회색인간 at 2009/01/06 13:08
난 아직까지 디비디파죠....블루레이는 너무 비싸요...ㅠㅠ플레이어도 타이틀도 ㅠㅠ
Commented by ArborDay at 2009/01/07 10:51
플레이어는 30만원대로 떨어졌으니, 그리 비싸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아직 타이틀의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네요. 35,000원에 육박하는 유니버설 녀석들은 더 그렇죠.
Commented by yjham at 2009/01/06 13:16
뭐 영화를 관람하면서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절대 동감합니다.

전 영화를 보다보면 화질이고 음질이고 잘 모르겠던데 말이죠 ㅎㅎ
Commented by ArborDay at 2009/01/07 10:51
실은 저도 그래요. ^^
Commented by ssita at 2009/01/06 14:18
지름을 중지한 저에게 블루레이는 그저 먼나라 이야기입니다. 요즘은 예전 비디오를 꺼내서 종종 보곤하는데 그닥 나쁘지 않던걸요. 시대를 쫓아가기에는 제가 좀 촌스러운가봐요. 둔감한걸지도 모르고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9/01/07 10:52
엇. 네가,,, 지름을 중지한게냐? 신년 초부터 이런 믿을 수 없는 얘기를! (목돈 쓸 데가 있는거구나?)
시대를 쫓아가기에 촌스러울 수 밖에 없는게,,, 호러팬의 운명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Commented by 마르스 at 2009/01/06 14:39
아직 풀HDTV가 아니라서 그런지, 크게 차이는 모르겠더라구요. 하지만, DVD 구입은 중단한 1인.
Commented by ArborDay at 2009/01/07 10:53
풀HDTV를 구입했는데 좀 차이가 있긴 합니다. 그래도 2000년 이전 작품을 블루레이로 사고 싶지는 않아요.
Commented by 아쉬타카 at 2009/01/06 15:14
물론 블루레이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설마 블루레이가 대중화된들 dvd는 여전히 소중할 것 같네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9/01/07 10:53
그럼요, 지난 날의 증거인걸.
Commented by Jekyll at 2009/01/06 15:16
공감해요. 어제 마침 공드리의 [비카인드 리와인드] 시사회를 다녀왔는데 이 글과 겹치는 부분이 많군요 :-)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블루레이 시장 역시 DVD 시장처럼 우리나라에선 미래가 어둡다는 거죠.
안타까워요. 워너도 철수한 이 땅에 2차 시장이 다시 자라날 수 있을까요? 휴...
Commented by ArborDay at 2009/01/07 10:55
솔직히 우리나라의 부가판권 시장은 정말 암울합니다. 이유는 다르지만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설마 지금보다 더 나빠질까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1/06 18:34
이제 DVD를 보지는 않지만 전에 한참 볼때는 방음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우퍼는 구조물을 통해서도 전달이 되니까, 민폐를 끼치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요. 저는 극장 및 DVD의 매력은 비주얼보다는 오디오라고 생각하는 쪽이라서요. (물론 비주얼도 훌륭하지만요. ^^)

그냥 마음 편하게 상영관에서 좋은 퀄리티의 AV와 함께, 영화속에 푹 빠져드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9/01/07 10:56
상영관에서 보는 영화가 제일 좋다는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극장 갈 시간을 못 낼 때가 있답니다. 잠을 줄이고 영화를 봐야하는 경우 말이죠. 나이 들면서는 점점 그런 날이 늘어요.
Commented by rumic71 at 2009/01/06 20:25
저는 VHS 테이프도 수십개 모아두었습니다. 아직도 종종 틀어보고 있지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9/01/07 10:56
헤헤헤, 저는 반올림 천 장. ^^;;
물론 비디오도 볼만합니다.
Commented by silent man at 2009/01/07 23:34
그라믄요. 물론 "반지의 제왕"을 흑백 볼록이 티비로 보곤 '볼 것 없네'하는 것도 이상시럽지만, 별 의미도 없이 기술만 따라가는 것도 웃기구 말구요.

음반 같은 경우도 대체로 리마스터링반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희미하게나마 옛 기억이 남아있는 음반의 경우엔 '이게 대체 뭐람'하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9/01/12 14:38
예, 저와 거의 똑같은 생각을 하고 계신 듯. ^^
Commented by 민트 at 2009/01/09 19:44
아직 집 티비가 볼록이 티비라 블루레이에 관심이 크게 안생기네요. 나중에 티비 새로 살 때쯤..블루레이가 대세가 될 때쯤 관심이 생길 듯... 디비디도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있네요.
(디비디도 정품 돈 주고 샀는데도 부록 동영상이 부실할 때 화가나는지라...)
Commented by ArborDay at 2009/01/12 14:39
전 부록동영상에는 별 관심이 없답니다. 심지어 커멘터리 조차도 말이죠. 그냥 본편만 근사하면 상관없어요.
Commented by 서울비 at 2009/01/14 06:42
전 조그만 방에서 컴퓨터 모니터로 혼자 영화 봐도 마냥 좋아요 ^^ ;;

디비디도 빌려 보기 부담스럽고 divx 화질 좋으면 그냥 좋아라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9/01/14 16:26
divx 화질 좋으면 그냥 좋아라 하는 분이 실제로 대부분이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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