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상상, 점잖은 이야기 - 티쓰

예쁜 소녀가 실은 은밀한 부위에 무시무시한 이빨을 가지고 있다는 극단적 설정의 이야기임에도, [티쓰]를 (몇 장면을 제외하고서는) 그다지 자극적인 영화라고는 할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공포영화라기보다는 소녀의 성장영화에 가깝기 때문이다. 영화가 그려낸 것은 사춘기를 벗어나 세상을 알아가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몸만 탐하며 접근하는 남성들의 추악한 아랫도리를 언제라도 절단낼 수 있다는 유쾌한 상상을 곁들인.

영화의 초반부, 성기 속의 이빨은 주인의 불안함에 의해 발동되는 것으로 그려진다. 순수에 강박을 가진 소녀, 첫경험을 앞두고 욕망과 가치관 사이에서 혼란함을 느끼는 소녀의 모습은 이러한 불안함이 굳건히 확립된 외부의 억압의 결과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몇몇 장면과 겹쳐지며 감독의 의도는 흡사 시스템에 대한 어떤 저항의 혈기처럼 읽히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 중반부부터 이빨은 불안함의 결과라기보다는 세상을 살아가는 무기 - 자신이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다 - 로 탈바꿈하게 된다. 그 덕에 영화는 중반 이후 시각적인 묘사와는 달리 훨씬 점잖은 이야기가 되고 만다.

[티쓰]는 호불호가 갈릴 영화라 생각한다. 영화의 이야기에 대한 공감 여부를 떠나, [티쓰]는 다소 지루하다. 탈옥을 하기 위해 그 곳 안에 면도칼을 숨기고 간수를 유혹했던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한 여죄수물이나, 혹은 한 번쯤은 듣거나 보았을 영화 [킬러콘돔]이나 일본의 쌈마이영화 [킬러푸쉬]처럼 발칙한 상상에는 좀 더 발칙한 이야기가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편견에 가득한 발언임을 모르는 바 아니나, 내 취향은 그렇다는 뜻이다.

2008. 7. Arborday.


by ArborDay | 2008/07/08 13:40 | 공포/호러 | 트랙백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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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겜퍼군 at 2008/07/08 14:51
공포영화의 소재에는 끝이 없군요. ㅎ...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7/09 00:58
사실 호러만큼 자유로운 영역도 드물거든요.
Commented by 우노히카 at 2008/07/08 19:05
공포영화는 아니고, 그냥 걸쭉하고 잔잔한 영화 하나를 본 기분이예요. 그곳에 이빨이 달린 여자의 이야기라고 해서 막 나가는 호러를 기대했는데, 사건들은 분명 잔혹한데, 굉장히 힘있지만 잔잔하게, 한 사람의 불행을 담아내고 있더군요. 공포를 기대한 저에게는 약간 기대에 못 미치는 영화였지만, 나름 괜찮다고는 생각해요 ㅋㅋ
그나저나 저 여죄수물은 도대체 뭘까요. 간수를 유혹한다는게 왠지 여죄수 사소리를 떠오르게 했으나 면도칼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아서...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7/09 00:58
예, 영화가 나쁘지는 않아요. 그런데 환호하기엔 좀 부족한 느낌이랄까.
그 영화는 제가 어릴 때 가지고 있었던 비디오테이프인데, 서양영화인건 확실한데 제목은 모르겠네요. 실은 다시 보고 싶지는 않아요. ^^
Commented by 천용희 at 2008/07/08 23:05
감독 데뷔작으로서 꽤 괜찮은 영화라 생각합니다. 무리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 해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P.S. 자료 찾아보니 저 감독님 데렉 저먼이 영화로 만든 리히텐슈테인 선생 아드님이시더군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7/09 00:59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나! 리히텐슈테인 선생도 잘 모른답니다.
Commented by BaronSamdi at 2008/07/08 23:47
뜬금없는 덧글이라 정말 죄송하지만 제가 오래 전부터 영화 첸저링을 구하고 싶었던 터라 그 영화에 대한 리뷰글이 너무 반갑더라구요.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말씀드립니다. 어떻게 하면 그 영화를 구해 볼 수 있을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7/09 00:59
아마존에서 6달러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답니다. 영어자막도 있구요.
Commented by 우노히카 at 2008/07/08 23:57
↑ 오래된 비디오 숍을 둘러보시거나, 아이팝 호공조 클럽에 요청하시는게... 많이 돌아다니다 보면 심상치 않게 레어템들이 쏟아져요 ^^;;;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7/09 00:59
물론 대놓고 권해드리긴 그렇지만, 이런 방법도 있습니다.
Commented by qwer999 at 2008/07/09 10:16
헉, 막 나가는 호러가 아니었군요. 왠지 아쉬운데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7/09 10:38
설정만 듣고 상상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편견으로 증명되더군요. 정말 그랬어요. ^^
Commented by 전기톱살인 at 2008/07/21 17:19
역시 하드속에 고이고이 담겨 있는 영환데 오늘 시간내서 봐야겠습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7/22 16:37
혹시 호러타임즈의 From.BeyonD를 알고 계신지요?
Commented by 전기톱살인 at 2008/07/23 12:53
그분이 누...구시죠? 호러타임즈도 몰랐습니다. 검색해서 들어가는 봤는데 새단장 한듯.. 해서 못 찾겠더군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7/23 14:12
아, 비슷한 대화명을 썼던 누군가가 생각나서 한 번 여쭤본거랍니다. ^^
Commented by 전기톱살인 at 2008/07/23 17:16
원래 쌍팔년도 통신 시절엔 전기톱살인마였는데.. 나이먹었으니 조금 순화해서 전기톱살인으로 바꿨답니다 *^^* ㅎㅎㅎㅎㅎ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7/23 22:40
흐흐흐, 저 역시 기분전환겸 순화대화명이랍니다. 한때는 눈알을씹자 혹은 살인의미학 등과 같은 닉을 쓰던 열혈청년이었던 적도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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