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의 금요일 4 : The final chapter

0. 그러고보니 오늘이 13일의 금요일이로군요. 실은 오늘 초대를 받았던 시사회가 두 개나 있었답니다. (이런 경우가 거의 없는 편인데) 정말 안타깝게도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불운의 시작일까나. 어찌 되었든 그동안 꽤 보고 싶어했던 13일의 금요일 4편을 감상했습니다. 이 시리즈는 4편까지는 괜찮다라는 말을 듣는 편이라서 그런지(아마도 꼭 그 이유때문만은 아닐겁니다), "아, 역시 난 시리즈가 좋아."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혀 이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여고괴담] 5편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이춘연 대표를 믿어요. (이게 뭔소리래.)

1. 13일의 금요일 2편부터 4편까지는 시간적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이 후속편 역시 13일의 금요일에 일어난 일을 그리고 있지는 않지요. 어쨌거나 최종편으로 기획되었던 13일의 금요일 4편은 하키마스크를 전면에 내세운 첫번째 작품이자(이 캐릭터를 이거 한 번 쓰고 버리기는 분명 아까웠을 것 같습니다), 오락적으로 상당히 재미있는 작품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2. 13일의 금요일 4편의 감독은 조셉 지토인데, 이 감독은 그리 많은 영화가 알려져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척노리스의 영화 몇 편을 찍기도 했고, [로즈마리 킬러]를 찍어 매니아들이라면 한 번 쯤 이름을 들은 적이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로즈마리 킬러]는 당시 유행에 편승한 적당한 슬래셔 영화이지만, 톰사비니가 자신이 담당한 가장 마음에 드는 특수효과에 대해 말하면서 몇 번 언급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더 알려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볼 때는 몰랐는데 얼마전 부천에서 상영했던 [슬래셔영화의 흥망과 성쇠]가 바로 조셉 지토의 작품입니다. 13일의 금요일 4편에서 그는 톰사비니와 다시 한 번 만나게 되는데, 톰사비니가 이 작품에 가담한 이유는 제이슨의 최후를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는군요.

3. 어쨌거나 말 그대로 4편에서 제이슨은 죽습니다. 그것도 엄청난 린치를 당합니다. 4편을 보고 나니 5편과 6편의 내용이 얼추 떠올랐습니다. 4편의 소년이 6편까지는 계속 나오는 걸로 기억하거든요. 그러고보면 제 기억력도 아주 꽝은 아닌가봅니다.

4. 4편에는 노골적인 남근에 대한 유머가 여러 차례 나옵니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인상적인 것은 두 장면인데, 첫번째는 작살총에 남근을 맞는 한 남자 장면이고 - 이건 그리 끔찍하지는 않습니다 - 두번째는 바나나 씬입니다. 바나나가 남자의 성기를 상징하는 경우가 잦다는 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테지만, 이 장면에서는 그게 정말 확연하게 느껴집니다. 그 전까지의 노골적인 농담이 상당히 뻘쭘하긴 합니다만. 바나나를 먹다가 제이슨에게 당하는 여인. 순간 몸 전체가 경직되어 온 몸에 힘이 들어갑니다. 꽉 움켜쥔 손에서 고개를 숙이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바나나. 남자라면 아마도 상당히 끔찍한 느낌일겁니다.

5. 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전편의 다이제스트가 아닌 본편의 첫번째 살해씬입니다. TV 속의 여인들을 뚫어져라 감상하고 있던 남자가 제이슨에게 살해됩니다. 이 때 카메라는 잽싸게 살해당하는 남자에서 TV 속의 여자에게로 방향을 휙 돌립니다. 결과 TV 속 여인의 시선이 바깥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듯 관객을 바라보게 됩니다. 이 장면은 관객에 대한 경고처럼 보여지기도 하고(후반부에는 스크린 뒤에서의 습격씬도 있거든요), 그게 오버라고 하더라도 관음의 주체가 역전된 느낌이라 상당히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이 장면을 계기로 시체였던 - 시체라고 믿었던 - 제이슨은 살아나고, 살아있던 남자가 시체가 되니, 삶과 죽음의 역전과 맞물려 참 그럴싸하게 다가오는 편입니다.

6. 4편의 보디카운트는 13입니다.

2008. 6. Arborday.

by ArborDay | 2008/06/13 16:18 | *13일의금요일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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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endoh at 2008/06/13 16:44
그러고 보니 오늘은 13일의 금요일이네요. 포스팅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6/14 12:44
헤헤, 전 13일의 금요일에 얼큰하게 취해있었답니다. 취하니 겁도 없어지더군요. (뭔 말이래?)
Commented by 높새바람 at 2008/06/14 04:35
영화 속 장치들을 되새기면서, 만든 이의 의도를 읽는 것은 소설 속 저자의 의도를 읽는 만큼이나 즐거울 것 같습니다. 공포영화에 한해서는 아직 장치는 커녕 덜덜 떨다 눈 질끈 감으면서 보고 있답니다. ^^;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6/14 12:45
공포영화를 가장 재미있게 보는 방법은 덜덜 떨다가 눈 질끈 감으면서 보는거라고 생각한답니다. 정말이에요.
Commented by ssita at 2008/06/14 14:16
블랙 프라이데이를 처음본게 3학년 때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이모, 삼촌이고 온 가족이 피서가기전날에 옹기종기 모여서 B자 비디오로 보았어요. 어찌나 민망하던지 감히 누가 일어나서 비디오를 끌 생각조차 못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ㅎㅎㅎ

13일의 금요일 시리즈는 1편이랑 4편, 그리고 제이슨X가 가장 좋아요. 나머지는 다 고만고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실 뭐가 몇편이었는지 기억도 못하겠어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6/14 20:37
다시 쭉 보고 있으니 뭐가 몇 편인지 알 것도 같더라. 나름 재밌는데. 5편까지 감상 완료~ ^^
Commented by 헬몬트 at 2008/06/14 15:37
2001년 4월 13일 유니텔 호러영화 소모임 사람들과 만나 모임을 가진 게 엊그제같은데..그날도 금요일이었죠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6/14 20:37
유니텔 호러영화 소모임도 있었군요. 왜 난 몰랐을까!
Commented by 풍류도인 at 2008/06/15 02:07
아 그러고 보니 13일의 금요일 시리즈 중 최고 걸작인 1편은 모순되게도 제이슨이 안 등장하는 군요. 참으로 이상하기도 하여라~~~ ^_^
Commented by 늑돌이 at 2008/06/15 03:45
풍류도인님 // 제이슨이라면 여주인공 상상 속에서 마지막에 잠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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