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6월 05일
A4지는 근사한 흉기다.
디지털이 대세인 이 시대에도, 그리고 카피앤페이스트가 작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이 시대에도 적잖은 이들에게 출력은 일상이다. 내 삶도 그러하다. 출력하고, 출력하고, 또 출력한다. 그 결과 A4지는 수도 없는 순간동안 내 손을 스쳐지나간다. 무수히 A4지를 만지다보면 언젠가 손을 베는 것은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다. 부주의했다고 혹은 운이 없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것은 필연이다. 사람의 주의력이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그것이 동반하는 통증이란건 별게 아니다. 언제 베었는지도 모르게 딱지만을 남기기도 하는 경우도 있고, 뜨거운 열을 동반한 고통과 함께 살갗을 예리하게 가르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고통은 순간적이며 - 설사 고통이 남아있다고 해도 못 참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엄살만 떨지 않는다면. - 참을만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4지는 근사한 흉기다. 그것은 깊고 날카로운 상처를 남긴다. 게다가 성가시게도 - A4지를 주로 다루는 것은 손이기 때문에 - 대체로 상처는 손끝에 남는다. 시도 때도 없이 손가락을 사용하는 것이 인간의 습성인지라 상처는 상습적인 불쾌감을 동반한다. 고통보다 더 인간을 괴롭히는건 거슬림이다. 그것이 사소한 것이라면 사소할수록 더욱 그러하다.
대개 사람을 극단까지 몰아부치는 것은 어떤 거대한 문제 - 이러한 부류의 것은 극단으로 몰아부친다기보다는 인간을 무력하게 만든다 - 라기보다는, 평상시에는 무덤덤하게 지나쳤던 혹은 전혀 느끼지도 못했던 어떤 것에 갑자기 진절머리를 느끼게 되는 경우이다. 늘 만지던 A4지에 손을 벤 것과도 같은 그 순간. 그러한 순간은 깊고 예리한 상처와, 상주하는 불쾌함을 만들어낸다. 손을 벤 것과 같은 물리적인 상처가 아니라, 마음에 균열을 낸 것이라면 그 생채기는 쉽게 아물지도 않는다.
그게 관계가 어려운 이유다. 누군가가 내게, 기대하지 않았던 종류의 반응을 보인다면, 먼저 내가 부주의하지 않았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화를 내는 사람에게 같이 맞받아치는 것은 정당한 행동이라기보다는, 어쩌면 단지 감정에 휘둘려 생각하기가 귀찮을 뿐인 것인지도 모른다.
A4지에 손을 두 차례나 베인 날, 내가 부족했었음을 반성한 날, 그리고 늘 노력할 것임을 다짐한 날에. Arborday.
어쨌거나 그것이 동반하는 통증이란건 별게 아니다. 언제 베었는지도 모르게 딱지만을 남기기도 하는 경우도 있고, 뜨거운 열을 동반한 고통과 함께 살갗을 예리하게 가르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고통은 순간적이며 - 설사 고통이 남아있다고 해도 못 참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엄살만 떨지 않는다면. - 참을만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4지는 근사한 흉기다. 그것은 깊고 날카로운 상처를 남긴다. 게다가 성가시게도 - A4지를 주로 다루는 것은 손이기 때문에 - 대체로 상처는 손끝에 남는다. 시도 때도 없이 손가락을 사용하는 것이 인간의 습성인지라 상처는 상습적인 불쾌감을 동반한다. 고통보다 더 인간을 괴롭히는건 거슬림이다. 그것이 사소한 것이라면 사소할수록 더욱 그러하다.
대개 사람을 극단까지 몰아부치는 것은 어떤 거대한 문제 - 이러한 부류의 것은 극단으로 몰아부친다기보다는 인간을 무력하게 만든다 - 라기보다는, 평상시에는 무덤덤하게 지나쳤던 혹은 전혀 느끼지도 못했던 어떤 것에 갑자기 진절머리를 느끼게 되는 경우이다. 늘 만지던 A4지에 손을 벤 것과도 같은 그 순간. 그러한 순간은 깊고 예리한 상처와, 상주하는 불쾌함을 만들어낸다. 손을 벤 것과 같은 물리적인 상처가 아니라, 마음에 균열을 낸 것이라면 그 생채기는 쉽게 아물지도 않는다.
그게 관계가 어려운 이유다. 누군가가 내게, 기대하지 않았던 종류의 반응을 보인다면, 먼저 내가 부주의하지 않았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화를 내는 사람에게 같이 맞받아치는 것은 정당한 행동이라기보다는, 어쩌면 단지 감정에 휘둘려 생각하기가 귀찮을 뿐인 것인지도 모른다.
A4지에 손을 두 차례나 베인 날, 내가 부족했었음을 반성한 날, 그리고 늘 노력할 것임을 다짐한 날에. Arborday.
# by | 2008/06/05 15:22 | 일상/기타 | 트랙백 | 덧글(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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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이 정말 많이 와닿는 오늘이었어요. 사람 사이의 관계란 새삼 어렵구나 실감하는 날이기도 했고요.
어떤 공포 영화가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는 지에 대한 주제로도 변할 수 있을 듯 하네요..^^;
특히 제 여자친구가 그러했는데 그 느낌이 떠오른다며 몸을 아주 미세하게 떨더군요.
이런 애를 공포영화의 세계에 입문시키겠답시고 고문했던 옛과거가 떠올라서 정말 미안해지더군요
저도 가끔..
생각해보니 날이 나와있는줄도 모르고 날 방향으로 잡아 당겼다가 새 커터칼날에 베였던 것보다 빳빳한 A4용지에 손톱밑을 베였던게 횟수로는 좀 더 되네요.
제가 요즘 와서는 손톱을 어떻게 깎아야 손톱밑 살점에 손상없이 깎을수 있으려나 싶은게 생겨서...리플 남겨 봤습니다
아는 상태에서 뻔히 보이면서도 베이는 소리까지 생생하게 들어본적이 있습니다.
아픔보다도 베이는 소리가 너무 불쾌했던 기억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