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2.0 : 2008 한국영화 화제작의 역습

간만에 사본 필름2.0에서 "2008 한국영화 화제작의 역습"이라는 특집기사를 읽었다. 총 8편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 중 4편 정도에 호기심이 동한다. 모르고 있던 영화들은 아니지만 개봉예정일이 적혀 있어서 그런가보다. 4편의 순서는 기사에 수록된 순서이다.

1.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박찬욱 감독이 다소 관념적인 작가라면, 현재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는 김지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그가 정우성, 이병헌, 송강호 같은 훌륭한 배우들을 황량한 만주벌판에 모아놓고 싸움을 붙여놓았으니 당연히 흥이 동할 수 밖에. (이런 배우들을 모을 수 있는 감독이 누가 있겠냐를 생각하면 조금 슬프기는 하지만) 단순히 누가 살아남을지만 생각해도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다. 좋은 놈, 나쁜 놈처럼 뻔한 놈들보다는 이상한 놈에 사탕 하나 더 주고 싶은 생각이다. 송강호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현실에서도 이상한 놈을 꽤나 좋아한다. 세상사의 재미란건 예측할 수 없는 것에 있지 않은가. 어쨌거나 최고의 기대작. 닥치고 기대에 가깝다.

2. 강철중

사실 강우석 감독을 꽤나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김성홍 각본에 강우석 연출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재미있었거든. 그런 그가 비호감으로 변하게 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 차례의 말실수로부터 몇 편의 연속하는 영화들까지. 그는 시류를 잘못 읽었고 욕심을 부렸다. 영화를 너무 크게 만들려고 했고, 그에 걸맞는 거대한 - 그러나 공감할 수 없는 - 역사관을 설정했다.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임에도.
개인적으로 강우석 감독은 캐릭터를 만드는데 재주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캐릭터를 통해 사회의 한 현상들을 지나치며, 냉랭한 유머를 끌어내는 것에 있어서는 여전히 녹록치 않은 실력을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고,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캐릭터가 바로 강철중"이라는 강우석 감독의 말에 공감하며 기대해본다. [강철중]의 성패가 강우석에게는 큰 시험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3. 모던보이

정지우 감독의 영화는 늘 괜찮았다(논쟁을 만들어낼 구석들도 있었지만). 그러므로 [모던보이]도 괜찮을 것이다. 이런 식의 판단도 논리적으로는 오류를 포함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기대란건 대체로 이렇게 형성되는 법이다(사실 합리적 기대에 가깝다). 경성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이제 좀 식상하다 싶은 감이 없는건 아니지만, 김혜선 기자가 작성한 한 구절에서 영화를 꼭 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 기대와는 다른 모습으로 그려질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그 구절은 다음과 같다.

'친일이나 항일엔 관심도 없었지만 나라를 되찾는 일만큼 사랑을 되찾는 일이 어려울 줄 '낭만 또라이' 해명이 어찌 알았으랴.'

개인이 시대와 무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역사의식이란 현실에서 체득되어야 힘을 갖는 것이다.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이들이 결국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4. 고고70

또 하나의 복고풍 영화이다. 이 영화를 기대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사생결단]이라는 근사한, 복고풍 에너지가 넘치는 영화를 만든 이가 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들었으니 보고 싶을 수 밖에. 필름2.0의 특집기사에 이준익 감독의 다른 음악영화도 수록되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쪽에 조금 더 끌린다. 한 때 불타올랐었던 록음악이 소재이기도 하고, 영화 속 데블스 배역을 맡은 이들이 대부분 현업 뮤지션이라니 적어도 눈과 귀는 즐겁지 않을까 싶다.

2008. 5. Arborday.


by ArborDay | 2008/05/27 17:58 | 영화잡담 | 트랙백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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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승 at 2008/05/27 19:13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저도 무척 기대 중입니다! 닥치고 기대라는 말에 공감해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5/30 01:51
닥치고 기대할만하지요? 얼마전 [달콤한 인생]을 다시 봤는데, 참 좋더라구요. 어쩜 그리 아름다운지.
Commented by 스테판 at 2008/05/27 19:22
이 중에 한편은 기회가 있어서 봤는데...대실망이었습니다ㅜ_ㅠ...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5/30 01:51
뭘 보셨을까나. 대충 어림짐작되는 작품이 있기는 한데. 험험.
Commented by 댕구리 at 2008/05/27 19:37
설경구 아니였음 큰일날 강철중이죠. ^^ ㅋ 놈놈놈은 상상한해도 미칠지경.
어여 여름이 왔으면 합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5/30 01:52
설경구를 보면 강철중부터 떠오른다니까요, 이거 원.
저도 얼른 6월이 지났으면 좋겠어요. 너무 괴로워요.
Commented by cider at 2008/05/27 21:43
세계최고의 영화 캐릭터를 꼽는다면.. 강철중이라 말하겠습니다. 이참에 형사 삼부작으로 만들어 버리는건 어떠할까 생각해봅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5/30 01:52
이번 작품 나와보면 알겠죠, 얼마나 더 나올지. ^^
Commented by 히치하이커 at 2008/05/27 23:35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멋지긴 하더만요.
강철중은 강우석에겐 관심없지만, 장진이 좋아서. ㅎㅎ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5/30 01:53
전 오히려 장진이 불안해요. 강우석 영화에 장진 각본이 조금 삐거덕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Commented by 지나가는이 at 2008/05/28 09:38
전 고고70 엄청 기대하고 있어요~~
홍대에서 문샤이너스랑 조승우랑 고고70 데블스 공연을 2회 했었는데...
멋지던데요~~ 조승우 멋진넘~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로 실제 촬영시 공연을 동시녹음하는 제대로 된 음악영화라네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5/30 01:53
예,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이런 작품은 관람해도 후회할 일은 없겠다 싶어요.
Commented by 레드몽키 at 2008/05/28 13:51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 놈..예고편보고 바로 정신이 나가버렸죠^^최대 기대작입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5/30 01:53
저도 봤습니다. 알흠다워요.
Commented by giantroot at 2008/05/28 16:12
놈놈놈 저희 부모님도 기대 중이더군요. 흥행은 잘 될 듯 싶네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5/30 01:54
그래요? 하긴 우리 아버지도 좋아하실 것 같기는 하네요. 오랫만에 같이 보자고 해볼까나.
Commented by 우노히카 at 2008/05/29 01:28
놈놈놈 이번에 칸느 영화제에서 실제로 기립박수 5분동안 받았습니다. 아는 블로거중에서 이벤트에 당첨되서 (억세게 운좋으신 분 ㅜ.ㅜ) 칸느 영화제 갈라스크리닝 갔었는데 반응이 장난 아니였다고 하더군요. 영화 도중에서도 곳곳에서 함성이 터져나왔었고... (네이버의 레드써니님 블로그 가보세요 ^^ 동영상도 있으니 체크 해보시길) 엄청난 추격씬이 있다고 하네요.
모던보이 보고 싶어요. 저번부터 계속 기대했던 책인데...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5/30 01:56
[모던보이]는 원작이 있는거로군요. 몰랐습니다.
레드써니님 블로그는 한 번 들러볼께요. 네이버에서 레드써니 치면 나오겠죠?
Commented by 우노히카 at 2008/05/31 11:46
헉 저 바본가봐요... 영화라고 써야 하는걸 책이라고 썼네요; 혼돈을 주어서 죄송합니다 ㅡ.ㅡ;
모던보이 원작이 책이였나; 기억이 가물하네요. 제목이 길었던 것 같은데... 저도 찾아봐야겠군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6/01 11:06
그럴 수도 있죠, 뭐. 자학까지나. ^^
Commented by 풍류도인 at 2008/06/05 03:08
놈놈놈은 올해 최고의 기대작! 무조건 관람. 강철중 역시 무척 기대되는 화제작. 역시 관람. 모던보이는 원작을 너무 재미없게 읽는 바람에 잠시 보류. 사태 추이를 보고서 관람할지 안 할지 여부를 판단. 고고 70는 보기는 보겠지만 여론과 평이 안 좋으면 바로 관람 포기.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6/05 08:50
음, 나하고 순서는 비슷하구만. ^^
Commented at 2008/06/19 00:3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6/19 12:44
감사합니다. 대체로 기사화되지 않은 내용들이 훨씬 재미있고 유익한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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