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계산법

나는 다른 모든 이의 나이를 내 나이 기준으로 계산하는 버릇이 있다. 지독하게 자기 중심적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거 상당히 간편한 방법이다. 그러니까, 쟤는 79년생이었지라든가, 쟤는 30살이었어, 혹은 쟤는 양띠였지 등으로 생각하는 일은 없다. 나보다 세 살 어리니까 몇 살이야. 나보다 네 살 많으니까 몇 살인거지. 내가 토끼띠니까 용띠인거야 식으로 계산해낸다.

동갑내기 친구와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친구녀석이 잠깐 제과점에 들르자고 한다. 케이크를 사야 한다고. 그래? 그러자. 한참을 신중하게 고르던 친구, 딱히 크지도 않고 딱히 작지도 않으며, 너무 비싸지도 않고 그렇다고 싼 것도 아닌 문자 그대로 평범한 녀석을 선택했다. 저거 주세요. 포장을 하던 아르바이트 학생, 묻는다. 양초 몇 개 드려요?

대답이 없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민망함이 만들어질만큼의 시간이기는 했다. 머뭇거리던 친구, 내게 묻는다. 너 몇 살이더라? 어라? 오늘이 내 생일이었나? 4월에 생일이 있기는 했지만, 이미 지났다. 오늘은 아니다. 어설픈 통빡을 굴린다. 헉, 설마 네 생일이야? 아니. 우리 아버지가 너보다 31살이 많으시거든. 뭔가 이상하지만 어쨌거나 묘한 반가움을 느낀다. 나 같은 놈이 여기 또 있었구나. 웃으며 대답하려고 했는데 (...) 나도 당황한다. 어라? 내가 몇 살이더라.

이럴땐 필살기. 잠깐만 기다려봐.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나 몇 살이지?
그러자 여자친구가 대답한다. 내 나이 까먹었구나!

이제는 모든 나이를 내 여자친구 기준으로 계산하는 버릇을 들여야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가지로.

2008. 4. Arborday.

by ArborDay | 2008/04/22 14:55 | 일상/기타 | 트랙백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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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izar at 2008/04/22 15:04
어렸을 적에는 자기 나이를 잊어먹는다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그럴수가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었죠.
그런데 차차 나이가 들고 가끔 나이를 까먹고 있는 자기를 되돌아보게 됩니다..;ㅅ;
그나마 '내 나이 까먹었구나!'하고 핀잔 줄 사람이라도 있다면 좋겠습니다만..OTL
Commented by 나무피리 at 2008/04/22 15:06
와하핫^^ 저도 요즘 나이계산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요 ㅠㅠ
가끔은 제가 서른 셋인지 넷인지 헷갈려서 연인군에게 연인군의 나이를 물을 때도 있답니다. 거기에 플러스 5를 하면 내 나이구나, 하고 기억하는게 정말 편할 때도 있어요. 덜 까먹기도 하고요^^
Commented by dcdc at 2008/04/22 16:52
저도 아버지가 소띠, 어머니가 용띠 이렇게만 외우고 다닙니다 ^^; 물론 저도 제 나이 까먹을 때가 많습니다 OTL
Commented by 내사랑매니 at 2008/04/22 18:50
저도 가끔 제 나이를 까먹습니다..ㅡ.ㅡ
Commented by yosuda at 2008/04/23 00:26
나이는 잊고 사는게 좋을때도 있지요.
Commented by coneco at 2008/04/23 01:32
우와아... 그럴수도 있네요. 그러고보니 미터라는 단위는 지구 둘레의 몇분의 일인가 그랬죠? ^^;
Commented by 제목없음 at 2008/04/23 02:15
자기나이 기준으로 정하는건...우리나라가 나이 따지는게 강한 나라인 탓일까요
하여간 저도 나이 계산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지금 졸려서 그런게 아니라 정말로
Commented by 사은 at 2008/04/23 06:18
저는 가족들 나이를 기준으로 해서 계산하곤 합니다. 저 오빠는 큰언니보다 몇살 많고, 저 언니는 작은언니보다 몇살 어리고, 저 애는 동생보다 한 살 많고- 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나이계산,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
Commented by 지킬 at 2008/04/23 10:50
가족들 나이는 주민번호 앞자리 외워놨다가 뺄셈으로 계산. 다른 사람들 나이는 아예 안중에도 없는 스타일...--;
Commented at 2008/04/23 13:2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4/23 14:06
제 나이는 몰라도 여자친구 나이는 알겠더라구요. 그런데 거기에다가 나이를 더할 생각은 못하고 전화를 걸다니. 누구 말대로 전 참 헛똑똑인가봐요.
그런데 조금 지나면 여자친구 나이도 잊으려나? (그건 안되겠죠?) 사은님 말씀처럼 점점 어려워지는게 나이계산이라서. 게다가 나이라는 것, 별로 쓸데도 없는게 부담만 되거든요. ㅠㅠ
Commented by unique at 2008/04/23 20:53
이 글의 요점은 여자친구군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4/24 12:17
제가 바보라는거죠. ^^;;
Commented by Christine at 2008/04/27 14:37
여러가지 이유로 나이를 계산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냐 그저 잔나비만 외우고 다니면 알아서들 계산하던데 요즈음은 연도를 외우고 다녀야 하네요..

나이뿐 아니라 전화번호도 마찬가지네요..

누군가 물어보면 옆을 보는게 버릇이 되버렸어요..

"내 나이가 올해 몇이었지?" "우리집 전화번호가 어찌되더라?"

그래도 짜증내지 않는 마나님이 고마울 뿐이죠.. T^T

워낙 오래된 탓인지 저를 아는 사람들은 탓하지 않네요..

마나님이 결혼기념일 같은거 챙겨도 뻔뻔하게 꼭 물어봅니다.

"우리 결혼한게 몇년째야?"

바로 잃어버리면서도 꼭 물어보는 이유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설픈 예의일지도 모르겠네요..

.... 오랫만에 와서 헛소리만 늘어놓으니 면구스럽네요.. *^ ^*

건강하시죠? /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4/28 07:46
Christine님 건강이 안 좋으신걸로 알고 있어서 그간 덧글이 없음에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었답니다.
이렇게 흔적을 남겨주시니 정말 반갑네요. 전 건강하답니다. 별고 없으시죠?
Commented by Christine at 2008/04/28 13:46
염려덕분에 그럭저럭 지내고 있습니다. *^ ^*

자주는 보장 못하지만 틈틈이 들르겠습니다. ^ ^/
Commented by woody79 at 2008/05/07 21:18
그러게 저보다 세 살 많으셨던가요?ㅋ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5/08 14:19
네 살,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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