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17일
김종일 장편공포소설, [손톱]

이런 부류의 소설을 읽게 되면 당연히 생각할 수 있듯,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그 악몽들은 왜 그녀가 이런 고통을 겪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그러나 [손톱]에서 빙의되는 것은 열 명이나 되는 사람이고, 꿈을 꾸는 것도 홍지인 한 명만이 아니기에 이야기는 자칫하면 지나치게 뻗어나기 쉽다. 따라서 이러한 설정들을 가지런히 정리하기만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김종일의 [손톱]은 상당히 정교한 소설이다. 장편소설의 구성에 있어 작가가 어느 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와 동시에 작가 특유의 흡입력 역시 힘을 잃지 않는다. 가학적인 폭력의 묘사와 진절머리나는 상황에 대한 적나라한 표현들은 물론 정교한 이야기는 결코 독자의 흥미를 놓치지 않는다. 열 개의 손톱이 다 빠져버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를 궁금해하면서 하나씩 밝혀져가는 단서들을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라만고의 실체가 드러나 몸을 두고 싸우는 부분에서는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지 않을 수 없다.
기존 작품에서처럼 [손톱]에서도 인간이나 관계에 대한 어떤 불쾌한 시선이 느껴진다. 그러나 [손톱]은 그럼에도 희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역설한다. 물론 그 희망에는 전제조건이 따른다. 죄를 회피하지 않고 온전히 대면하는 것.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우리는 많은 순간 스스로를 정당화하며 속인다. 하지만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는 알고 있다. 물론 가장 확실한 누군가는 자기 자신이겠지. 죄의식을 만들어내는 이유야 무수히 많겠지만, 그것에 사로잡혀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자기기만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따라서 자신의 죄를 마주하고 반성하는 것이야말로 죄의식으로부터의 구원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손톱]을 아우르는 작가의 주장이다. 그러니까 [손톱]은 사실, 아주 착한 소설인 셈이다.
각설하고. [손톱]은 상당히 재미있는 소설이다. 한 번 경험해보기를 권한다.
2008. 2. Arborday.
덧 1. 작가가 영화매니아인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작품을 읽다보면 이미지가 영상으로 떠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판권이 팔렸다는데 그럴 듯한 영화가 나오기를 고대합니다.
덧 2. 손톱이 빠지는 고통은 정말 대단한 것입니다. 발톱이 빠져본 적이 있는데, 정말 끔찍하더만요. 그런데 그것은 양심의 가책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말이에요.
# by | 2008/02/17 13:10 | 애니/서적 | 트랙백(1)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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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손톱 (김종일) - 간만에 추천 공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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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시리스트에 올려놓았습니다.
김종일님 소설 읽다보면 영화로 예를 굉장히 많이 들더군요
막 연재가 마감된 삼악도 (출간 예정이라던데...)에도 다양한 영화들(B급 부터 메이져까지)의 이름들이 나와서 기뻤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영화매니아~
위시리스트 0순위 입니당...
기본 줄거리만 잘 따라가도 기대할만한 영화가 나올거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결론이 너무 착해서 밋밋하다는 느낌도 받았지만, 식상하지는 않았고요. 비쥬얼도 좋았고, 이래저래 맘에 들었어요. 추천작~!
몽중인님/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사료되옵니다. ^0^
delius님/ 무슨 작품들을 보셨으려나~
예, 종일님은 영화를 예로 무지 많이 드는 편이죠. 그것도 대체로 호러물, 너무 좋아~
풍류도인/ 굳이 따져야 한다면 나도 그런 편일지도.
ssita/ 맞아, 줄거리만 쭈욱 따라가도 괜찮은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 어디서 본듯한 느낌을 걷어낼만한 연출력이 있으면 더 좋고.
사려 깊고 애정 어린 평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블로그를 너무 늦게 알게됐네요. ^^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