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1월 14일
시간배분에 실패한 영화 - 30 days of night

밤에만 움직일 수 있는 흡혈귀에게 30일동안 밤만 계속되는 지역은 천국일테고, 흡혈귀를 맞닥뜨린 사람들에게는 상상도 하기 싫은 곳일게다. 살아날 가능성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곳. [30 days of night]는 그같은 지옥을 배경으로 한다. [30 days of night]의 흡혈귀 무리는 태양이라는 핸디캡도 없는데다가 치밀하기까지 해서 이미 해가 지기 전 손발을 어느정도 묶어두기까지 했으니 상황은 더 절망적이다. 이건 안 봐도 뻔한 싸움, 아니 학살이다. 설정 상의 매력에 적당 수준의 가학성, 게다가 근사한 비주얼까지 존재하니 [30 days of night]는 충분히 (어떤 부류의) 관객의 마음을 동하게 할 수 있을 작품이다. 게다가 [30 days of night]의 흡혈귀 집단도 [죽음의 키스] 이후로는 간만에 만난 인상적인 무리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영화는 시간의 안배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흡혈귀들의 탁월한 육체능력과 낚시질까지 감행하는 지적 능력, 그리고 첫 날부터 설쳐댄 부지런함에도 불구하고 30일은 손쉽게 지나간다. 애당초 자신들을 공상의 존재로 만들기 위해 무려 수세기를 보낸 흡혈귀 무리였고, 처음부터 단 한 사람의 목격자도 남길 생각이 없었음에도 30일 동안 마을 하나 절단내지 못한다니 이거 원. 마지막에는 진작 불 좀 지르지 그랬어라는 말이 입안에서 맴돌기까지 한다. 시간 배분의 실패는 근사했던 처음으로부터 갈수록 긴장이 느슨해지는 엔딩을 이끌어내기도 하니, 이같은 실패는 결코 가볍지 않게 다가온다. 화끈하게 30분정도 쳐내었으면 어땠을까. 강력추천은 못하겠고, 그렇다고 마냥 까기는 아쉬운 - 제법 재미도 있는 - 범작 정도라고 생각된다.
2007. 1. Arborday.
덧 1. 샘레이미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다는데 사실 그의 느낌은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다만 자주 접하기 힘든 여자아이 아작씬(?)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잔인성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귀신에 씌였을 때만 친구들을 조져댔던 [이블데드]에서와 유사한 방법을 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제작자가 샘레이미라는 사실을 몰랐으면 그냥 지나쳐가고 말았을 것이니 끼워맞추기 식 이야기임이 분명합니다.
덧 2. 저는 뮤직비디오삘의 빠른 편집에 상당히 흥이 떨어져버린 것 같습니다. 이같은 편집은 순간의 간지를 자아내기도 하고 흡혈귀의 놀라운 신체능력을 표현하는데는 제격입니다만, 아무래도 긴장감이 좀 덜하달까. 뮤직비디오삘의 편집은 생각할 여유가 없이 몰아쳐서 그런건지 영화를 보고나면 감상할 때보다 느낌이 팍 죽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건 제 개인적 생각입니다.
덧 3. 그런데 한겨울치고는 공포영화를 접할 기회가 많네요. 이게 웬 일이래.
# by | 2008/01/14 14:10 | 공포/호러 | 트랙백(5) | 덧글(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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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 소재 자체를 잘 썼고 그 독특한 설정과 공중에서 마을의 전경을 바라보면서 학살씬을 그려냈던 장면은 정말 좋더군요.
근데 정말 좀 시간을 줄였으면 더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먼산]
엔딩도 너무 허무하고 말씀처럼 한 30분 정도 짤라냈으면 그나마 지루함은 덜 했을것 같지만, 그래도 빈틈이 너무 많아 보여서 어느정도까지 커버가 될지..
그리고 마지막 필살의 스트레이트는 좀 -_-;
그 조감샷은 정말 괜찮았던 것 같아요. 까기만 하기엔 아쉬운 구석이 좀 있는데. ^^
천용희님/ 직접 보고 평가하시기를.
레드몽키님/ 원래 절대무적을 꺾는다는게 싱겁게 끝나기 마련일것 같아요. 좀 더 시간을 줬다고 해도.
대마왕님/ 하하하, 필살의 스트레이트. ^^;;
비둘기는/ 확실히 매력적이었어. [죽음의 키스] 이후로는 간만에 마음에 드는 집단이었지.
여자 관객들은 조쉬 하트넷이 나온다는 점에서 점수를 많이 주더군요.(그러니까 이건 나쁜 영화)
(그나저나 조쉬 하트넷은 작품운이 떨어졌나 봐요. 계속 엉성한 작품에만 출현하네요.)
개인적으로는 작년 여름부터 줄곧 기대해오던 작품인 탓에 상대적으로 실망감이 한층 배가된 면이 있다고 쳐도 너무 맥 빠졌어요;
10년 전에만 나왔어도 어떨지 모르겠지만 2008년 현재 시점에 보기에는 너무나 흔해빠진 장면들의 연속이라... 차라리 극중에서
지독하게 낡은 클리셰의 하나로 언급되는 벨라 루고시 영화들이 이 영화보단 (돌고 돌아) 아름다워보이지 않을까 싶더라니까요 TT.
주욱 읽어보니 그냥 넘어가기에는 아까운 느낌을 주네요.
잘보고 갑니다 ^^
풍류도인/ 보라는 사람 말을 믿으면 돼.
krzys님/ 저도 기대를 좀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이 정도면 볼만한 것 아닌가요? 뱀파이어들 좀 지저분하기는 해도 간지는 나잖아요.
벨제뷔트님/ 그래픽 노블을 아시는 분들은 대체로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리스인마틴님/ 감사합니다. 또 뵐께요.
제가 이전에 써둔 원작과 영화를 비교해놓은글이 있길래 트랙백걸었어요.
(사실 어제 트랙백걸었는데 댓글 다는걸 깜빡했어요 죄송)
그나저나 원작과 영화비교라니, 흥미가 동하는 포스트네요.
빨리 달려가겠습니다. 슝~
어린시절의 추억땜인지 매력적이고 파워풀하고 좀....새디스트적인 흡혈귀씨들이 나왔음 하죠.^^
전 그런 생각을 할 때 그냥 어린 시절 즐기던 영화를 찾아본답니다. 제 집에는 요즘 흡혈귀 영화보다 옛날 흡혈귀 영화가 더 많아요. ^^
말씀하신 대로, 저도 이전에 썼지만, 30일 동안 인구도 적은 그 마을 접수를 못 했다니 흡혈귀들이 대단히 멍청하거나 실은 약하거나. 겠죠.
말씀처럼 실제로는 멍청하거나, 약하거나 둘 중 하나였을겁니다. 어쩌면 감독이 안이한건지도 모르겠어요.
옛날의 멋지던 흡혈귀들은 다 어디가고, 지적능력도 뛰어나면서 입가에 피도 안 닦는 좀비 흡혈귀들만 있을까. 이러면서 봤어요.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