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과자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나도 데이트를 했다. 데이트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마지막 작업을 해야했지만 그 쪽에 죄송해요라고 말하는게, 이브에 데이트를 못하는 것보다는 훨씬 간단한 일이리라 생각했기 때문. 여자친구는 마쳐야 할 나의 작업이 신경 쓰였는지 크리스마스에 만나자는 말을 하지 않았고, 실은 나도 그랬다. 그런데 웬걸, 신이라도 들렸는지 작업이 금새 끝나버리는 거 아니겠는가. 새벽 4시에 작업을 마치고 거의 12시간을 죽은 듯이 잤다. 정말 죽은 듯이.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크리스마스. 당연하게도 여자친구가 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너무 늦게까지 잔데다가, 일어나서 좀 빈둥거리다보니 애매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만나러 가면 시간이 꽤 늦어질테고, 내일 여자친구는 출근도 할텐데. 아차, 다른 일도 좀 있다고 한 것 같고' 등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선뜻 만나자는 얘기를 하기가 쉽지 않더라. 전화를 해서 말을 빙빙 둘러댔다. 심심하다는 둥, 배가 고프다는 둥. 결정적으로 그녀가 눈치를 챈 것은 내가 호두과자가 먹고 싶다고 했을 때였다. 내가 먹고 싶다고 한 호두과자는 그녀의 집 근처에서 파는, 그야말로 그 이름에 걸맞게 큼지막한 호두가 박힌 명품 호두과자였기 때문이다. 만남을 약속하지 않은 채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 그녀는 말했다.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 나와라라고 말을 하면 되지 왜 말을 못해?" "흐흐흐, 나와라."

그리하여 우리는 데이트를 즐겼다. 식사를 하고, 아이쇼핑을 하고, 레모네이드를 먹고. 물론 호두과자도 먹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래서 핸드폰을 열려는데 이거 웬걸 '호도과자'라고 뜬다. 화장실 갔을 때 바꿔놓았구나. "내가 보고 싶은게 아니라, 호도과자가 먹고 싶다며?"라고 했던 그녀의 말이 떠오른다. 피식 웃는다. 센스하고는. 집에 돌아와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호두과자를 동생과 동생의 여자친구에게 나누어주었다. 정말 맛있지만 너무 달아서 많이 먹기는 무리다. 물론 열개나 먹었지만.

또 전화가 온다. 호도과자라고 뜬다. 그래, 너는 호도과자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명품 호도과자다. 언제까지라도 질리지 않을 진정한 명품 호도과자다.



. 이 글의 목적은 체인점 코코호도의 호두과자가 엄청나게 맛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있었다고 둘러댑니다. 체인점인지는 몰랐네요. 인터넷 홈페이지도 있더라구요. 한 번 즐겨볼만하고 곳곳에 체인이 있는 것 같으니, 눈에 들어오면 경험해보시기를.

by ArborDay | 2007/12/26 16:47 | 일상/기타 | 트랙백 | 덧글(29)

트랙백 주소 : http://Arborday.egloos.com/tb/354807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라엘 at 2007/12/26 16:54
꺄아! 멋진 데이트셨군요!

다음에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보고싶을 땐 보고싶다고 말하시기를! ^ㅁ^
Commented by 나무피리 at 2007/12/26 16:55
엄훠^^ 이런 따스한 글이라니! 게다가 태그에서 쓰러졌답니다^^;;;;
저희도 미리 크리스마스 즐겨놓고는 이브날 살짝 안암에서 만났어요^^;;;;
이브에는 처음 만났는데 그것도 그대로 참 좋더라고요^^;;;

Commented by GamerDash at 2007/12/26 16:59
전 사진 올려놓는거보다 이런게 더 땡기네요.(단걸 좋아하기도 하구요)
Commented by 신어지 at 2007/12/26 17:02
내참, 염장이란 염장은 다 질러놓고 덧글 딴청부리기라니. -,.-
Commented by sesism at 2007/12/26 17:03
흐흐 귀여우세요 두 분 :)
Commented by 비트손 at 2007/12/26 17:10
가슴이 뭉클해오네요.(^^)
Commented by Ringo at 2007/12/26 17:13
달콤하네요. :)
Commented by dARTH jADE at 2007/12/26 17:15
호두과자에 집중했습니다...(흠?)
Commented by 니와 at 2007/12/26 17:18
아 너무 좋아요 u////////u 두근두근
Commented by shuai at 2007/12/26 17:35
따뜻합니다. 이글의 목적은 '덧'이 아니라 태그에 있었군요. ^o^
Commented by 랭보 at 2007/12/26 18:51
너는 명품 호도과자다. (윽, 닭살 !!!! 하하.)
근데 왜 '호도'과자( '호두' 아닌) 라고 했을까요?

Commented by 네모도리 at 2007/12/26 19:22
이글루 링크 삭제중...
췟~
Commented by 풍류도인 at 2007/12/26 20:42
호도과자보다는 붕어빵이 더 좋다는......... ㅡㅡ!
Commented by yosuda at 2007/12/26 23:02
늘 그렇지만 너무 멋지세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12/26 23:23
라엘님/ 나름 간지러운 소리를 하는 것에 적응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보고싶다 나와라 등의 말은 아직도 잘 못하는 것 같아요.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나무피리님/ 하핫, 다들 그리 부르지 않나요? ^^
이브날 안암에서 보셨으면 절대 스쳐갔을리가 없겠네요. 늘 예쁜 사랑하시는 것에 성원보내고 있어요. 아시죠?

GamerDash님/ 사진은 민폐입니다!!

신어지님/ 흐흐흐. 목적은 염장이었습니다란 말, 전 못해요. 암, 못하죠.

sesism님/ 연애하는 사람은 몇 살을 먹든, 몇 년을 만났건 귀여운 법이랍니다. ^0^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12/26 23:25
비트손님/ 헤헤, 다행이네요. ^^

Ringo님/ 달콤하게 들렸으면 목적은 달성한 셈(?)이로군요. ^^

dARTH jADE님/ 음, 나름대로의 방법을 터득하신 듯. dARTH jADE님은 염장의 바다 인터넷에서 무사히 살아남으실 수 있을 듯.

니와님/ 써먹으세요. ^^

shuai님/ 하하하, 태그에 주목하시는 분이 꽤 되는군요. 그렇답니다. '덧'이 아니라 '태그'에!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12/26 23:31
랭보님/ 역시 날카로우세요. 뭐든 설명이 나오면 조금 시시한 느낌일텐데.
'호두과자'는 조금은 딱딱한 제가 맞춤법대로 부르는 이름이고, '호도과자'는 'ㅗㅗ ㅏㅏ'같은 모음이 이어져 귀여운 느낌이 드는 - 즉 여자친구가 부르는 이름이랍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호두과자라'고 말했지만, 여자친구는 자신이 '호도과자'라고 했으니까 그대로 불러준거에요. 게다가 여자친구는 '호두과자'가 아니거든요.

네모도리님/ 참아주세요~ 가끔이잖습니까. ^0^

풍류도인/ 삐.따.기.

yosuda님/ 늘 그렇지만, 감사드려요. ^^
Commented by 제목없음 at 2007/12/27 00:29
호도인지 호두인지 하여간 나이들고 먹기 시작한 과자입니다
그리고 저 과자는 바로 구운거 보다 식은걸 좋아합니다 제가(괴취향)
Commented by dARTH jADE at 2007/12/27 11:25
저는 닭살 커플을 초월한 신혼부부이기 때문에 염장의 바다란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후훗.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12/27 12:08
제목없음님/ 하하하, 괴취향. 따뜻할 때 먹어야 맛이라고 생각하는데. ^^;;

dARTH jADE님/ 핫, 그렇군요. 주름을 잡았구나~~
Commented by 천용희 at 2007/12/27 12:38
한마디만 할게요.

췟......++
Commented by 우노히카 at 2007/12/27 16:37
저두 풍류도인님 따라서....................
호두과자 보단 찐빵이 더 좋아요.............!!
Commented by 이정일 at 2007/12/27 18:24
저도 얼마전에 누가 선물한 호도과자를 먹었는데 호도가 꽤 많이 들어있어서 참 만족했습니다.
약간 싸구려 호도과자들은 호도(호두?)를 너무 아껴서 먹으면서 좀 그랬는데...
Commented by 히치하이커 at 2007/12/27 22:44
염장 어택!! 전 일만 했으니. ㅜ ㅡ

근디 생각보다 부끄러움이 많으신 듯 합니다. 그냥 보자고 하시지. ㅎㅎ
(아, 배려심이 깊은 걸 수도 있겠군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12/28 03:30
천용희님/ 푸하하. 정말 한 마디.

우노히카님/ 삐.따.기. 한 분 추가요. ^^;;

이정일님/ 호두과자에는 호두가 있어야 합니다. 암요.

히치하이커님/ 후자로 해두지요. ^^
Commented by nadia at 2008/01/01 07:33
정말 달아서 많이 먹기는 무리인가요?호두과자도 마카롱 계열이군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1/02 03:30
nadia님/ 전 그랬어요. 그런데 마카롱이라고 할만한걸 제대로 먹어본 기억이 없네요. 먹어봐야지.
Commented by 1004ant at 2008/01/09 17:53
아놔~ 이쁜 사랑하세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1/11 16:36
1004ant님/ 감사드립니다. ^0^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