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여기저기에서 많이 들었던 이 영화의 후반부 - 물론 느닷없는 엔딩이 조금 웃기기는 했다만 - 가 썩 달갑지는 않았다. 빙 둘러 갈 것 없이 간단히 얘기하자면, 커트러셀이 망가지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기 목숨이 아까워서 범죄의 소굴로 기어들어가기는 했지만(겉보기만큼 당당한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통령이 뭔데 까짓거 갈아버리지라는 투로 내뱉던(적어도 똥폼은 제대로 잡을 줄 알았던) [뉴욕탈출]에서의 커트러셀은 어디로 갔단 말이더냐. 늙어가는 것도 서러운 판국에. 죄송해요, 장난이었어요라니!! 어쩌면 나는 멋진 악인을 좋아하는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마도 내가 [데쓰 프루프]에서 기대했던 타란티노의 모습은, 자신의 물건이 녹아 떨어지는데도 "까짓거 빨리 하면 되지."라고 씨부리는 - [플래닛테러]에서 보여주었던 - 그런 모습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한다. 기왕지사 갈거면 가는데까지 가보자는 그 혈기. [데쓰 프루프]의 엔딩은 그런 의미에서 너무 윤리적이다. 그래서 나는 [플래닛테러]가 더 좋았다. ![]()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보자면 [플래닛테러]는 더욱 명시적이다. 단순히 걷는 용도로 쓰일 다리라면 처음에 그러했듯 막대기를 꽂아도 상관없다. 하지만 그것을 기관총으로 대체하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이제 늘씬한 다리는 사람을 죽이는 무기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내장이 적출되는 가학성이 아닌, 이 성적 암시와 폭력의 절묘한 연계는 [플래닛테러]를 보다 선정영화에 가깝도록 만든다. 어쨌거나. 정리가 잘 되지 않지만, 결국 이 두서없는 잡담은 나는 선정영화를 좋아한다라는 고백과 다름 없는 것 같다. 2007. 11. Arbor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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