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마견

어릴 적 이 영화를 처음 만났을 때는 이 영화를 그리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무섭지가 않았기 때문, 아니 별다른 긴장감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저렇게 큰 개가 잇몸까지 드러내고 사람을 향해 달려드는데 왜 긴장감조차 생기지 않았었냐고? 원래 어릴 때야 겁이 없잖은가. 흑인에 대한 차별이야 물건너 얘기라 잘 다가오지 않았고, 죽었다가 살아난 자나 능력 많은 몬스터도 잔혹한 살인마도 아닌 고작 개 한 마리에 쫄기에는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만난 시기는) 겁없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 그건 영화를 조그마한 TV로 봤기 때문이다. 극장에서 본 [클리프행어]는 장대한 절벽에 달라붙어 있는 사람 덕분에 볼거리가 있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 영화를 집에서 TV로 본다면 개미가 어딘가에 들러붙어 있는 것 같아보이지 않겠는가. (물론 과장이지만 뜻은 통하리라 믿는다) [마견] 역시 마찬가지. (손바닥만한) 개가 이빨을 드러내고 뛰어다녀도 - 물론 살아있는 개에 대한 이야기라면 또 다르겠지만, 작은 애완용 푸들도 잇몸을 드러내고 노골적으로 성을 내면 꽤 무섭다 - 감흥이 안 생기는걸 어떡해.

물론 머리가 조금 크고 다시 만난 이 작품은 꽤 괜찮은 작품이라 말할만 하다. 한 마디로 사뮤엘 풀러의 [마견]은 인종 차별이라는 비인간적인 처우들이 소위 청교도의 나라에서 일어났음을 통렬하게 야유하는 영화다. 동시에 그러한 골이 쉽게 해결되지는 못하리라는 불길한 예언을 담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필견을 권하는 작품.

2007. 11. Arborday.



. 이러한 부류의 이야기들은 이미 낡아서 이슈꺼리도 되지 않으리라 믿어왔었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차이들에 그리 관대하지 않은 것 같다.

by ArborDay | 2007/11/04 16:25 | 호러비디오 | 트랙백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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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이준님 at 2007/11/04 16:59
1. 삭제할 것이 없어서인지 거의 무삭제로 TV에서 봤습니다. 솔직히 이런 작을 볼수 있다는 점에서 토요명화같은 걸 없애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군대-카투사-때 봤기때문에 흑인들과 트러블이 있던 고참이나 후임들은 "저런 개 하나 샀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_-;;; 그건 둘째치더라도 잔혹한 장면없이 이야기와 연출만으로 섬뜩한 영화를 만들수 있다는데 놀랐습니다

2, 이 영화 역시 이런 저런 논란 문제로 90년대 되서야 정식 발매 되었고 아직도 DVD나 이런걸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3. 그러고 보면 은근히 논란을 많이 끌고 오는 감독이기도 하지요. 어떤 나라 전쟁을 최초로 영화화한 "Steel Helmet"의 경우에는 좌익 잡지에서는 "극렬 우익 영화"라고 욕을 먹고 반대로 참전용사들에게서는 "포로 처형" 장면등으로 "빨갱이 영화"로 욕을 먹었지요. 2차 대전을 다룬 Big Red One 같은 경우는 욕을 하도 먹고 흥행실패로 최근에야 복원판이 나올 정도였고. 옛날에 AFKN에서 본 버마 전선 영화 "메릴의 머로더스(Merrll's Marauders) 역시 전쟁영화의 기본인 낭만과 여자 배우가 없다는 걸로 문제가 되었지요
Commented by Koolkat at 2007/11/04 17:14
이걸 고속버스에서 봤지요. 화장실은 가야겠고 영화는 무섭고 정말 시너지 옵더 시너지였습니다.
Commented by 천용희 at 2007/11/04 17:18
미국에서는 HBO를 제외하면 볼 루트가 없답니다. 전 이걸 5000원주고 구해서 몇몇 사람이랑 같이 봤습죠.

영화 참 좋던데요. 진짜 돈 많이 안 들이고, 잔인한 장면이 없어도, 연출과 이야기만으로도 공포가 느껴지는 작품이니까요.

그리고 제 생각에는 진짜 사무엘 풀러는 재평가가 절절하기 필요한 감독이라 느낍니다. 말도 안 되는 예산으로 만들어내는 작품 대부분이 어찌 그리 놀라운지.....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11/04 18:10
이준님/ DVD가 올해 9월에 출시된 바 있는데 욕 무지하게 먹더군요. VHS 소스라고, 화면비도 그렇고. 크라이테리언에서 이 작품을 출시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때나 되면 제대로 된 작품을 소장할 수 있을 것 같기도합니다.
이 작품은 정말 괜찮은 작품이죠. 개인적으로 풀러의 작품을 많이 못 본지라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영화 참 잘 만드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사회적 시선도 나쁘지 않구요.

Koolkat님/ 아, 좋은 고속버스. 전 버스 안에서 영화를 딱 한 편 본 적이 있는데, [소파승진]이라는 작품이었답니다. ^^

천용희님/ 사실 풀러는 매니아가 음지에 꽤 있는걸로 알고 있어요. 영화가 괜찮으니 당연하겠죠. 기회만 되면 이것저것 보고 싶기는 한데, 삶이 고된지라 기회가 잘 안 나는군요.
Commented by sabbath at 2007/11/04 19:41
크라이테리언에서 내년에 출시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합니다. 이번에 파라마운트 쪽에서 몇 작품의 판권을 얻었나 본데 그 중에 들어있다고 해요. 아마존에서 9월에 출시된 허접한 DVD 리뷰를 찾아 보면 "크라이테리언에서 나오니까 이건 사지 마세요!"라는 글도 있더군요.

저는 새뮤얼 풀러가 이처럼 정치적 시선을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영화 ─ 대표적인 영화는 역시 [충격의 복도]겠지요 ─ 보다는 장르틀 안에 천착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만이 할 수 있는 인물 묘사나 상황 전개를 통해 관객들의 예상을 두들겨 부수는 영화들을 ─ [나는 제시 제임스를 쏘았다] 같은 ─ 선호하는 편입니다만 그렇더라도 재작년 여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정말 인상으로 본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점점 더 이렇게 적은 수의 인물을 가지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관계에 밀도있게 매달리는 영화들(특히 공포 영화들)에 매력을 느끼게 돼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11/04 23:32
sabbath님/ 저도 그렇게 들었어요. 저는 풀러의 작품들을 많이 보지 못해서, sabbath님이 말씀하시는 그런 장점들을 잘 모르고 있답니다. 기회가 되면 한번쯤은 나홀로 전작전 이런걸 해보고 싶은 감독 중 한 명이에요. 확실히 극장에서 다시 보니 참 인상적이더라구요. 얼마전 그 말많던 [서스페리아]도 감상했는데 - 물론 자기들 말로는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하기는 하는데, 소스가 어디 가나요 -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더라구요. 막눈, 막귀라 그런것 뿐만은 아닌 듯 싶었어요. 아, 참 슬퍼요. 전부 극장에서 만나고 싶은데, 해주는 곳도 없고 막상 해줘도 시간내기가 만만찮고.

말씀하신 부분은 공포영화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적지 않은 공포영화들을 보면서 세상을 정말 잘 축소해놓은 모델들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답니다. (세상을 모델로 축약하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는 경제학도로서의 변이에요.)
Commented by krzys at 2007/11/05 10:13
[쿠조]를 보면서, 확실히 '광견'은 '스티븐 킹'-스러운 발상이구나 싶었는데, 이걸 어떻게 사회 비판과 연결했을까요? 매우 궁금하군요.
(저는 사뮤엘 풀러 감독에 대해서 처음 들어봤어요, 지금. 소재만 봐서는 확실히 B급 호러 감독인 것 같기도 하고, 오.. 매우 관심이 갑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11/05 11:05
krzys님/ [마견]은 크게는 흑인만을 공격하는 훈련견이라는 점에서 인종차별을 고발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매력적인 부분은 3자의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에 다르게 반응하는 주인공 여성의 행동이에요. 꼭 감상하시기 바래요. 풀러에 대해서는 sabbath님이나 다른 웹페이지들이 저보다 훨씬 설명을 잘 해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
Commented by 제목없음 at 2007/11/08 22:06
마견2는 봤는데 이게 전작이군요. 구할수나 있으려나...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11/09 21:27
제목없음님/ 그 유명한 [마견2] 말씀이로군요. 엉터리 출시명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Commented by 풍류도인 at 2007/12/17 00:13
진짜 진짜 명작! 처음 봤을 때 '헉'하고 충격을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12/17 13:26
풍류도인/ 난 처음 봤을 때는 이게 뭐야 그랬었거든. 근데 참 영화 보는 눈이 없었나봐. 다시 보니까 왜 그렇게 재미있니?
Commented by 헬몬트 at 2008/03/23 11:53
풀러도 유태인이고 이 거 원작을 쓴 로멩 가리도 유태인인데. 가리는 2차대전 당시 프랑스에서 살다가 나치 독일 덕에 죽을뻔하던 악몽--그의 식구 다수가 결국 살해됨-으로 평생 고달프게 살아왔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는 유태족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벌이는 일이 나치와 차이가 뭐냐?라고 비판을 던졌다가
유태인들에게 무지 따돌림당하고 괴롭게 살던 와중에 1980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네요.

인종차별을 당하던 이들의 또 차별을 하고 우월거리는 시각을 조금은 알 법한 실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3/23 16:47
헬몬트님/ 참 아이러니한건 뭐든 상대적이라, 알만한 사람들도 똑같은 실수들을 다시 반복한다는 것 같아요. 슬프죠.
Commented by 응한 at 2008/07/23 11:10
비디오와 TV방영분으로도 봤던 영화인데, 역시 미국영화에서는 인종문제가 각종 장르에서 드러나고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한 영화였습니다. 어린 나이에 봤지만 무겁다고 느낀 영화였으니...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7/23 12:07
정말 무겁고 진지한 작품이었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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