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04일
어릴 적 이 영화를 처음 만났을 때는 이 영화를 그리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무섭지가 않았기 때문, 아니 별다른 긴장감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저렇게 큰 개가 잇몸까지 드러내고 사람을 향해 달려드는데 왜 긴장감조차 생기지 않았었냐고? 원래 어릴 때야 겁이 없잖은가. 흑인에 대한 차별이야 물건너 얘기라 잘 다가오지 않았고, 죽었다가 살아난 자나 능력 많은 몬스터도 잔혹한 살인마도 아닌 고작 개 한 마리에 쫄기에는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만난 시기는) 겁없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 그건 영화를 조그마한 TV로 봤기 때문이다. 극장에서 본 [클리프행어]는 장대한 절벽에 달라붙어 있는 사람 덕분에 볼거리가 있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 영화를 집에서 TV로 본다면 개미가 어딘가에 들러붙어 있는 것 같아보이지 않겠는가. (물론 과장이지만 뜻은 통하리라 믿는다) [마견] 역시 마찬가지. (손바닥만한) 개가 이빨을 드러내고 뛰어다녀도 - 물론 살아있는 개에 대한 이야기라면 또 다르겠지만, 작은 애완용 푸들도 잇몸을 드러내고 노골적으로 성을 내면 꽤 무섭다 - 감흥이 안 생기는걸 어떡해.
물론 머리가 조금 크고 다시 만난 이 작품은 꽤 괜찮은 작품이라 말할만 하다. 한 마디로 사뮤엘 풀러의 [마견]은 인종 차별이라는 비인간적인 처우들이 소위 청교도의 나라에서 일어났음을 통렬하게 야유하는 영화다. 동시에 그러한 골이 쉽게 해결되지는 못하리라는 불길한 예언을 담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필견을 권하는 작품.
2007. 11. Arborday.
덧. 이러한 부류의 이야기들은 이미 낡아서 이슈꺼리도 되지 않으리라 믿어왔었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차이들에 그리 관대하지 않은 것 같다.
# by ArborDay | 2007/11/04 16:25 | 호러비디오 | 트랙백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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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 영화 역시 이런 저런 논란 문제로 90년대 되서야 정식 발매 되었고 아직도 DVD나 이런걸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3. 그러고 보면 은근히 논란을 많이 끌고 오는 감독이기도 하지요. 어떤 나라 전쟁을 최초로 영화화한 "Steel Helmet"의 경우에는 좌익 잡지에서는 "극렬 우익 영화"라고 욕을 먹고 반대로 참전용사들에게서는 "포로 처형" 장면등으로 "빨갱이 영화"로 욕을 먹었지요. 2차 대전을 다룬 Big Red One 같은 경우는 욕을 하도 먹고 흥행실패로 최근에야 복원판이 나올 정도였고. 옛날에 AFKN에서 본 버마 전선 영화 "메릴의 머로더스(Merrll's Marauders) 역시 전쟁영화의 기본인 낭만과 여자 배우가 없다는 걸로 문제가 되었지요
영화 참 좋던데요. 진짜 돈 많이 안 들이고, 잔인한 장면이 없어도, 연출과 이야기만으로도 공포가 느껴지는 작품이니까요.
그리고 제 생각에는 진짜 사무엘 풀러는 재평가가 절절하기 필요한 감독이라 느낍니다. 말도 안 되는 예산으로 만들어내는 작품 대부분이 어찌 그리 놀라운지.....
이 작품은 정말 괜찮은 작품이죠. 개인적으로 풀러의 작품을 많이 못 본지라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영화 참 잘 만드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사회적 시선도 나쁘지 않구요.
Koolkat님/ 아, 좋은 고속버스. 전 버스 안에서 영화를 딱 한 편 본 적이 있는데, [소파승진]이라는 작품이었답니다. ^^
천용희님/ 사실 풀러는 매니아가 음지에 꽤 있는걸로 알고 있어요. 영화가 괜찮으니 당연하겠죠. 기회만 되면 이것저것 보고 싶기는 한데, 삶이 고된지라 기회가 잘 안 나는군요.
저는 새뮤얼 풀러가 이처럼 정치적 시선을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영화 ─ 대표적인 영화는 역시 [충격의 복도]겠지요 ─ 보다는 장르틀 안에 천착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만이 할 수 있는 인물 묘사나 상황 전개를 통해 관객들의 예상을 두들겨 부수는 영화들을 ─ [나는 제시 제임스를 쏘았다] 같은 ─ 선호하는 편입니다만 그렇더라도 재작년 여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정말 인상으로 본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점점 더 이렇게 적은 수의 인물을 가지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관계에 밀도있게 매달리는 영화들(특히 공포 영화들)에 매력을 느끼게 돼요.
말씀하신 부분은 공포영화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적지 않은 공포영화들을 보면서 세상을 정말 잘 축소해놓은 모델들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답니다. (세상을 모델로 축약하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는 경제학도로서의 변이에요.)
(저는 사뮤엘 풀러 감독에 대해서 처음 들어봤어요, 지금. 소재만 봐서는 확실히 B급 호러 감독인 것 같기도 하고, 오.. 매우 관심이 갑니다.)
그렇지만 그는 유태족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벌이는 일이 나치와 차이가 뭐냐?라고 비판을 던졌다가
유태인들에게 무지 따돌림당하고 괴롭게 살던 와중에 1980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네요.
인종차별을 당하던 이들의 또 차별을 하고 우월거리는 시각을 조금은 알 법한 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