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08일
사생결단을 하든, 지랄을 하든 - 사생결단
회사가 사람을 뽑을 때 그들은 이력서를 받는다. 이력서는 그 사람을 가장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그런 요소들로 채워졌지만, 실상 그것은 그저 숫자나 기호들을 나열한 것 뿐이다. 당연히 사람다움이란 그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한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서는 별 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사생결단]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면서 왜 이런 엉뚱한 말을 늘어놓았느냐고? 그것은 [사생결단]이 본질적으로 세상을 피상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마약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인간들의 처절한 현실을 그려낸다. 형사는 마약을 판매하는 판매책을 이용하고, 그들은 동료를 파는 댓가로 형사에게서 보호받으려 한다. 그런데 그런 상부상조의 관계는 일차원적인 것이 아니다. 언제 동료에 의해 팔아넘겨질지 모르는 그 윗선의 보스도, 그 윗선의 경관과 비슷한 방식의 관계를 만들어 놓는다. 물고 물리는 관계들의 중첩, 부조리한 공생관계의 중첩. 그 같은 현실은 굳이 IMF 이후의 모습을 배경으로 끌어오지 않는다고 해도, 분명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현실을 잘 그려낸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다들 마약이라는 연결고리를 중심으로 물고 물리며 살아가고 있고 마약에 대해 그 누구보다 더 잘 아는 사람들이지만, 단 한 명도 자신의 몸으로 마약을 경험해 본 자는 없다는 것(적어도 영화의 장면을 통해 확인할 수는 없다). 이러한 사실에서 미루어볼 때 영화가 보여주는 마약이란 이상용 평론가의 지적처럼 그저 단순한 기호 - 돈과 명예로 대표될 수 있는 - 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의 의리없음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별 것 아니다. 이력서를 내는 지원자나, 이력서를 읽는 면접관처럼 인간미가 지워진 기호로 묶인 관계에서는 당연히 발생할 수 있는 그런 관계일 뿐.
따라서 유일하게 마약의 무서움을 몸으로 겪은 지영이야말로 인간다움을 갖출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만족하는 캐릭터이며, 남성들의 역학관계에 따라 이리저리 채이는 고달픈 삶을 살고 있기는 하지만 (고전적 느와르에서의 팜므파탈과는 달리) 살벌한 남정네들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임이 틀림없다. 안타깝게도 그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일은 틀어질대로 틀어지고 말지만.
그래서 말인데 영화를 보고 든 생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사생결단을 하든, 지랄을 하든 다 좋은데 자신이 하는 일이 뭔지는 좀 알고 하자는 것. 사람의 삶이 그렇게까지 각박한 것이어서는 안된다.
2007. 10. Arborday.
덧. 스토리 좋고, 힘있는 연출도 좋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군요. 복고적인 분위기도 좋고, 김희라씨도 등장하는 작품이라 아버지에게 권해볼 생각입니다. 좀 더 평가를 받아도 무방한 작품입니다.
[사생결단]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면서 왜 이런 엉뚱한 말을 늘어놓았느냐고? 그것은 [사생결단]이 본질적으로 세상을 피상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마약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인간들의 처절한 현실을 그려낸다. 형사는 마약을 판매하는 판매책을 이용하고, 그들은 동료를 파는 댓가로 형사에게서 보호받으려 한다. 그런데 그런 상부상조의 관계는 일차원적인 것이 아니다. 언제 동료에 의해 팔아넘겨질지 모르는 그 윗선의 보스도, 그 윗선의 경관과 비슷한 방식의 관계를 만들어 놓는다. 물고 물리는 관계들의 중첩, 부조리한 공생관계의 중첩. 그 같은 현실은 굳이 IMF 이후의 모습을 배경으로 끌어오지 않는다고 해도, 분명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현실을 잘 그려낸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다들 마약이라는 연결고리를 중심으로 물고 물리며 살아가고 있고 마약에 대해 그 누구보다 더 잘 아는 사람들이지만, 단 한 명도 자신의 몸으로 마약을 경험해 본 자는 없다는 것(적어도 영화의 장면을 통해 확인할 수는 없다). 이러한 사실에서 미루어볼 때 영화가 보여주는 마약이란 이상용 평론가의 지적처럼 그저 단순한 기호 - 돈과 명예로 대표될 수 있는 - 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의 의리없음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별 것 아니다. 이력서를 내는 지원자나, 이력서를 읽는 면접관처럼 인간미가 지워진 기호로 묶인 관계에서는 당연히 발생할 수 있는 그런 관계일 뿐.
따라서 유일하게 마약의 무서움을 몸으로 겪은 지영이야말로 인간다움을 갖출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만족하는 캐릭터이며, 남성들의 역학관계에 따라 이리저리 채이는 고달픈 삶을 살고 있기는 하지만 (고전적 느와르에서의 팜므파탈과는 달리) 살벌한 남정네들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임이 틀림없다. 안타깝게도 그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일은 틀어질대로 틀어지고 말지만.
그래서 말인데 영화를 보고 든 생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사생결단을 하든, 지랄을 하든 다 좋은데 자신이 하는 일이 뭔지는 좀 알고 하자는 것. 사람의 삶이 그렇게까지 각박한 것이어서는 안된다.
2007. 10. Arborday.
덧. 스토리 좋고, 힘있는 연출도 좋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군요. 복고적인 분위기도 좋고, 김희라씨도 등장하는 작품이라 아버지에게 권해볼 생각입니다. 좀 더 평가를 받아도 무방한 작품입니다.
# by | 2007/10/08 13:56 | 비호러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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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감독은 진짜 재평가가 필요한 감독이라고 느껴집니다.
p.s. 지금 막 부산에서 돌아왔습니다. 아마 몸살 날 듯......(3일 연속 미드나잇 페션의 압박......-_-;;;;;;)
비둘기/ 이상용 평론가의 글은 영화 [사생결단]에 대해 내가 본 글 중에서 가장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해. 사실 영화를 너무 늦게 보게 되어서 다른 사람의 글을 읽을 기회가 거의 없었어. 안 본 영화의 글을 굳이 찾아 읽지는 않거든. 어쨌거나 이 작품을 감상하고 나서는 글을 이렇게 풀어가면 되겠다 삘이 딱 와서 무척이나 좋아했는데, 글들을 찾아보니 역시 누군가가 먼저 캐치를 해뒀더라고. 심하게 슬펐어.
첫 번은 고개를 돌렸고, 두 번째는 마주보았고, 세 번째는 힘겹더라구요.
참 쉽지 않은 게 사람의 삶이고, 꼬이기 시작하면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을 보여준 영화가 아닐까 생각도 했고요.
여자배우의 쉽지 않았을 베드신(저는 참 폭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워지더라구요.
그런 여러가지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무척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몇 번을 보아도 힘들지만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해주니까요.
삶이 영화속처럼 그렇게 각박하다면 정말 힘들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다들 그렇게 살지 않기를,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겠구요.
어쨌거나 볼 때마다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좋은 영화의 하나의 속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
추신: 그동안 놀려오지 않아 죄송합니다. 다른 데 신경 쓰느라 그랬습니다. ㅎㅎ
뭐, 잘 지내고 있으면 됐지. 네 삶도 고단할 것 아니더냐.
초반에 80년대 홍콩영화를 단박에 떠올리게 만드는 오프닝 음악을 들으면서 '아주 작정을 하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저절로 영화 시작부터 집중하게 되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