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오멘2

[오멘]에서 확고한 주인공의 지위를 누리지 못했던 데미안은 [오멘2]에서 드디어 명실상부한 주인공으로 등극한다. 개인적으로 [오멘2]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그와 친하게 지냈던 사촌이 데미안에게서 등을 돌리는 장면이었다. 그의 정체가 적그리스도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 지나치게 빠르게도! 아니 어떻게 친한 사촌에 대한 허황되고 비과학적인 이야기를 엿듣자마자 네 정체를 안다며 내칠 수 있다는 말인가! - 관계를 끊어버리다니.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그럼에도 데미안은 말한다. 비록 정체를 안다해도 너는 내 형제와 같다고, 넌 내게 그 이상이라고. 물론 차갑게 내침을 당하고 이는 필연적인 파국으로 이어진다. 이 장면은 데미안이 운명을 받아들이게 되는 - 적그리스도로서의 자아정체성을 확립하는 - 결정적 순간 중 하나였다.

그래서말인데 다소 엉뚱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오멘]은 정말 슬픈 작품이다. 자신이 의도치 않은 운명 때문에 주위에 사람같은 사람을 단 한 명도 둘 수 없었던 어린 시절, 데미안의 외로움을 생각해보라. 그의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각성시키기 위한 목적을 띠고 있던 자들이었으며, 그와의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을 가능성을 가진 몇 안되는 - 정말 극소수의 - 사람들에게는 모두 버림받지 않던가. 내 곁에 나를 사람으로 대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면 나라고 세상을 저주하지 않겠는가.

2007. 7. Arborday.

by ArborDay | 2007/07/25 16:56 | 호러비디오 | 트랙백(2) | 핑백(2) | 덧글(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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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카델]구혜선 숭배모드!! at 2007/07/25 17:19

제목 : 오멘2
64. 오멘2 정말 추억의 영화. 적그리스도도 인간은 인간이랄까? 사춘기 시절 인간적 고뇌를 잘 보여준다. 당시의 번역이 확실했었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적 그리스도 임을 깨달은 데미안이 "왜 하필 나에요!!" 라고 소리지르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사촌놈이 배신 때릴땐 정말이지 사촌색히 쥐어 패고 싶더라. 악마에게 인간성을 남길 수 있는 인류의 기회를 날려먹다니!!!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사촌놈이 ......more

Tracked from 이준님의 잡담실 at 2007/08/05 18:14

제목 : 데미안: 오멘2에 대한 잡설
64. 오멘2<까마귀 등장>1. 사실 이 작품은 비디오는 나온지 좀 되었어도 국영방송 방영은 한참 뒤에 했습니다.- 아마 6월 항쟁 이후에 한참 지났을겁니다. 이작 방영이 화제가 되자 비로서 3편이 비디오 출시가 되었으니까요-그런데 실제 제작된건 1978년 그러니까 1편이 만들어지고 2년뒤입니다.수십년 뒤에 울궈드시는 괴악 속편이나 인기에 편승한 남조선식 시즌2와는 차원이 다른 작품이지요 (사실 오멘 1편도 우리나라에 비디오가 소개된......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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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카델 at 2007/07/25 17:14
이 영화를 티비에서 처음 본게 중학생 무렵이었는데
어린 마음에; 데미안이 너무 너무 불쌍했지요.
사촌 색히 패고 싶었다는-_-;

Commented by 겜퍼군 at 2007/07/25 17:18
음 일단 공포영화를 제대로 못보는 저로써는.. 사실 제목은 숱하게 들었지만 영화내용에 대한 기억이 별루 없네요 ㅡㅡㅋ 역시 공포영화는 싫어요 ㅜㅜ
Commented by 산왕 at 2007/07/25 17:23
1,3은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데 2는 잘 기억나지 않는군요 orz..
Commented by DAIN at 2007/07/25 17:28
3부작에만 집착 안했으면 2는 나름 '괜찮은 변주'로써의 속편으로 남을 수 있었는데 말이죠. 엘리베이터 싹뚝 씬도 좋았고….
Commented by 천용희 at 2007/07/25 17:56
이걸 어릴 적에 봐서 상당히 후덜덜한 영화로 남았습니다.......

지금에는 그 느낌이 반감되었지만 말이죠......
Commented by 사은 at 2007/07/25 18:16
큰일입니다, ArborDay님 감상을 읽다보면 공포영화도 막 보고싶어지는 겁니다.
그냥 단순히 끔찍하고 무서운 영화가 아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고요. 아, 이런! X)
Commented by WindFish at 2007/07/25 19:39
눈알 빼먹는 까마귀때 빼놓고는,
오래되서 내용도 기억이 안나는 영화입니다만 ; ^^;
이리 평을 보니 다시 보고 싶어지는군요
Commented by 히치하이커 at 2007/07/25 22:23
확실히 선택의 여지 없이 적그리스도가 되어 (어쨌든) 선하고 평범한 자들의 적의를 온 몸으로 견뎌내며 살아가는 데미안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나 싶습니다. ^ ^;
Commented by 제목없음 at 2007/07/25 23:28
좋은 징조들(Good Omen)이라는 전대미문의 소설을 읽어보시면서 비교를 하다보면 역시 적그리스도 탄생은 유년시절 환경의 영향이 대단하다는 결론에 이르르게 되죠;
(아무리 생각해도 데미안은 정말 너무 불쌍하다 싶을 정도로 천명이 정해져버린듯orz)
Commented by 검정표범 at 2007/07/26 02:11
보진 못하고 많은 이야기만 들은 영화네요, 슬픈 영화라는 시각이 이 영화를 단순한 호러로 알았던 제게는 굉장히 새롭네요^0^ 언제한번 챙겨봐야겠습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7/26 08:14
카델님/ 정말 너무 한다 싶더라구요. 한 번 쯤은 믿어줘야 하는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 저는 조금 나이를 든 후에 다시 보면서 분노가 배가되었더랍니다.

겜퍼군님/ ㅠㅠ

산왕님/ 전 3편이 잘 기억이 안납니다. 2편까지는 기억이 어느정도 선명한데. 그래서 비디오커버 [오멘3]와 [오멘4]는 감상 후에나 올라올 듯. ^^

DAIN님/ 그 장면 좋았죠. 얼음 밑으로 지나가는 사람도 좋았고. [오멘2]도 괜찮은 장면이 꽤 많은데, 국내 출시된 DVD는 [오멘2]만 15세 관람가로 되어 있더군요. ^^

천용희님/ 최근에 다시 보셨군요. 2편은 상대적으로 무섭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불쌍했죠. ㅠㅠ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7/26 08:19
사은님/ 하하하, 최고의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물론 힘드시겠지만, 언제 한 번 시도해보는건 어떨까요?

WindFish님/ 까마귀가 1편인지, 2편인지를 정말 오랫동안 헷갈리며 살았었답니다.

히치하이커님/ 만약 그러지 못했다면야 적그리스도 어쩌고 했던 영화는 낚시질이 될 수 밖에 없으니 당연한 수순입니다만. 불쌍한건 어쩔 수 없죠, 뭐. ^^

제목없음님/ 유년시절 환경은 적그리스도가 아니라도 꽤 중요할 것 같아요. (절대적인건 아니지만)

검정표범님/ 아, 아직 못 보셨군요. 그럼 보시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슬픈 영화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라는 사실은 감안하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속았다라는 생각을 하실 수 있어요. ^^
Commented by 夢影 at 2007/07/26 09:40
아, 저도 정말 슬펐어요. 모두에게 그렇게 버림받아버리지만 않았어도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 같았거든요. 그래서 영화보고서 잠잘때 데미안과 친구가 되어 서로 꼭 안아주는 꿈을 꾸었답니다.
Commented by 피터팬 at 2007/07/26 10:11
어린 시절에 본 공포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공포 영화였습니다. 오멘 2는.
사실 1보다도 먼저 보게 되어서 이 편이 더 인상깊게 남아있었죠.
토요명화로 이 영화를 봤었는데, 다음 날 교회에 가서(당시엔 꽤 열심히 다녔거든요) 설교 안 듣고 요한계시록 찾아보던 기억이 나네요.
까마귀의 섬뜩함과 초인간적인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안겨준 작품이죠.

초등학교 시절로 기억하는데, 전 이 영화를 보고 성경이 정말이구나 하는 믿음을 갖기도 했었죠..ㅎㅎ
Commented by 너털도사 at 2007/07/26 10:18
데미안 이라는 이름이 싫어졌던 영화였습니다..
Commented by Ruii at 2007/07/26 10:54
오멘1,2를 좋아해요. 3은 기억 안나고, 4는 나왔는지도 모르겠고..;;
어린 마음에 사촌도 무서웠겠죠^^;
전 데미안이 숫자 발견할때 슬펐다는..;


한가지 고백하자면,
[오멘]보고 감동해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원작인 줄 알고 읽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
헤르만 헤세가 공포소설도 썼나..해서 읽었는데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는..(쿨럭;)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7/26 12:49
夢影님/ 정말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셨군요. 감성도 풍부하신 듯 싶구요. 전 왜 꿈만 꾸면 프레디가 나왔는지. ㅠㅠ

피터팬님/ 하하하, 역시 추억 어린 작품이네요. 하긴 어린 시절에 만났던 작품이기도 하고, 세기말을 지켜본 세대이기도 하니.

너털도사님/ 그랬나요? 전 오히려 좋아진. 헙.

Ruii님/ 저도 3은 사실 잘 기억이 안나구요, TV용으로 만들어진 - 그것도 한참 후에야 - 4는 워낙 재미가 없어서.
저도 책장에 꽂힌 [데미안]을 볼 때마다 [오멘]이 생각나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정도까지는. ^^
Commented by 소드 at 2007/07/26 14:54
어린마음에 저 까마귀 씬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한동안 까마귀만 보면 피눈물을 흘리는 여인이 떠올랐습니다-
Commented at 2007/07/26 14:5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7/26 18:28
소드님/ 제 동생도 그 장면에 아주 콕 박혀버렸다죠. ^^

비공개님/ 하하하, 그래요? 그러게 듣고보니 전자는 야릇한 것일수도 있겠네요.
Commented by 노란싹수 at 2007/07/26 20:13
오멘2를 미치게 보고 싶게 영화 감상을 남겨주셨군요.
저도 이 영화를 보고 님과 같은 생각을 함께 나눌 수 있게 된다면 좋은 영화 소개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 말씀 드리러 오겠습니다. ㅋㅋ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구요.*^^*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7/07/27 00:20
> 비록 정체를 안다해도 너는 내 형제와 같다고, 넌 내게 그 이상이라고.

이 영화가 요즘 나왔다면 여러 사람의 동인혼을 자극하였을 법한 순간이로군요 OTL

> 데미안 이라는 이름이 싫어졌던 영화였습니다..

헤세의 데미안은 Demian. 오멘의 주인공은 Damien. 사실 다미엔이나 데이미언 이라 읽어야 할 것 같은데 희한하게 우리나라에선 데미안이 되어버렸죠. OTL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7/27 01:38
노란싹수님/ 예, 저도 노란싹수님께서 [오멘2]를 보시고 좋은 느낌을 받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 뵐께요.

잠본이님/ 하하하, 그런건가요? 동인의 세계는 제가 이해를 잘 하지 못하는 편이어서.
예, 맞습니다. [오멘2]는 [Damien, Omen 2]라는 제목도 가지고 있죠. 영어발음은 되는대로 하는 편이라, 하하하.
Commented by 익스트림무비 at 2007/07/28 11:38
캬.. 데미안이 점점 성장하는게 너무 좋습니다... ㅠ.ㅠ 추종자가 되고 싶은 흑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7/28 14:53
익스트림무비님/ 추종자가 되면 지옥 가잖아요. ㅠㅠ
하긴 현재도 천국 갈 가능성은 없어보이지만. 어쨌거나.
Commented by 하월 at 2007/08/01 22:59
휴우, 오멘은 제가 열 살 때 AFKN에서 방영하는 걸 처음 봤는데 영상만으로도 매우 충격적이었답니다. 하지만 채널을 금방 돌리지 않고 꽤 오래 봤던 것 같아요.;; 여담이지만 데미안 시리즈 이후로 샘 닐 아저씨는 아무리 착한 배역을 맡아도 나빠보여요. =ㅁ=;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8/01 23:24
하월님/ 하하하, 얼마나 인상 깊으셨으면. 전 시트콤 [프렌즈]를 본게 영화 몰입에 장애가 되는 경우가 좀 있답니다. 가장 심했던게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서의 요한슨 양 남편. ㅠㅠ
Commented by 이준님 at 2007/08/05 06:45
오멘2 포스팅 하려고 하는데 비디오 커버 사진 가져가도 되나요? ^^

ps: 저도 무진장 재밌게 본 영화입니다. 무려 모친도 같이 봤던 괴작이지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8/05 16:32
이준님/ 그렇게 하셔도 좋습니다. 글 기다릴께요.
Commented by seimei at 2008/01/20 22:16
이제부턴 명실공히 데미안이 주인공.
전 3편까지 다 봤는데 샘 닐이 나온 3편도 그렇게 나쁘진 않았습니다.

댓글달면서 생각한건데 진짜 공포영화많이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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