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6월 21일
부천판타스틱 영화제 : 다리오 아르젠토 회고전
부천판타스틱 영화제 : 다리오 아르젠토 회고전
작년에 '이태리 공포영화 특별전'을 했을 때 궁시렁거렸던게 벌써 1년이 흘렀나보다. 작년 마리오 바바전은 구색맞추기의 느낌이 들었을 정도로 안타까운 프로그램이라 생각했었는데, 올해 다리오 아르젠토 회고전은 그 때보다도 프로그램이 못한 느낌이다. 일단 상영작품도 마스터즈 오브 호러 2시즌의 한 에피소드를 제외하면 고작 네 편밖에 되지 않는데다가, [서스페리아]와 [인페르노]가 빠져버렸다. 두 작품은 이태리 호러물의 한 장점인 선명하고도 강렬한 색감을 맛볼 수 있는 작품들이라 꼭 스크린으로 보고 싶었거든. 조만간 세어머니 시리즈의 마지막 [눈물의 마녀]도 공개될테니, 복습으로도 좋을테고. 그리고 회고전이라는 말 자체가 조금 안 어울린다. [수정깃털의 새]를 제외한 나머지 세 작품 - [스탕달신드롬], [오페라의 유령], [히치콕을 좋아하세요] - 은 그의 필모에 국한한다면 최신작들로 분류되는 작품들이거든.
부천 다리오 아르젠토 회고전에 대해서는 사실 프로그램이 공개되기 얼마 전, 귀동냥을 한게 조금 있어서 알고 있기는 했다. 대부분 이번 상영작들이 아르젠토의 작품 중에서 퀄리티가 낮은 편의 작품들이라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사실 나는 다리오 아르젠토 작품들의 퀄리티를 구분해내지 못하는 편이다. 내게 있어 다리오 아르젠토는 걸작이든 범작이든 혹은 그 이하이든간에 모조리 품고가고 싶은 감독이기도 하고, 그의 영화들을 보면 늘상 비슷한 것을 느끼기도 하기 때문일게다. 애정이 평가를 방해하는 경우랄까.
일단 [수정깃털의 새]는 말할 것 없는 걸작이다. 아르젠토가 후에 만든 거의 모든 지알로영화들이 이 영화에서 만들어낸 공식 혹은 이 영화에서 하고자 했던 주장들을 많은 부분 답습하고 있으며,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수없이 많은 감독들도 비슷한 작품 - 이태리 영화판의 한 특징이기도 할게다 - 들을 만들어냈다. (예를 들면 세르지오 마르티노의 [The case of scolpian's tail] 같은 작품) 이 작품은 그가 감독 생활을 하기 전 평론가 생활을 하며 준비한 작품이라 그런지, 그의 작품 중 개연성이 가장 높은 작품이라 이야기해도 무방할 듯 싶다. 네 작품 중 가장 먼저 추천할 작품.
[스탕달신드롬]은 다리오 아르젠토의 기존작과는 조금 색다른 느낌이 묻어나는 작품으로, 개인적으로는 아르젠토 후기걸작 중 한 편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건조한 느낌으로, 아시아 아르젠토의 열연이 빛을 발한 작품이다.
아르젠토의 영화에서 몇 번이고 이야기했던 단순한 주장 혹은 작가적 자의식을 한가지를 살펴본다면, 그는 '끔찍한 범죄가 일어나는 이유는 개인의 트라우마 탓이며, 그같은 트라우마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과학적 수사(아마추어들이 눈으로 봤지만 잘못 본 경우가 많다. 문제는 프로인 경찰들은 아마추어만 못하다)가 아닌 예술적 영감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까지는 [스탕달신드롬]도 다른 작품들과 비슷하다. 그러나, 그들과의 교감은 치명적인 전파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것은 이 작품에 특징지워질 수 있는 해석이다. 다리오 아르젠토는 자신의 생각을 조금씩 바꾸어가며 스크린에 구현해왔고, [스탕달신드롬]은 그것을 가장 위험한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라 해도 이론은 없을 것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이번 상영작 네 편 중 가장 취향이 갈릴만한 작품으로, 추천하기는 조금 어렵겠다. 원작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감상하지 않을 것을 추천하며, 다리오의 변태성에 별 악감정이 없으시다면 감상해도 무방하겠다. 누군가에게는 쥐새끼보다 사람이 더 유해할 수 있다. [페노미나]의 파리나 침팬지가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것처럼. [히치콕을 좋아하세요]는 [이창]과 [열차안의 낯선자들]에 초점을 맞추어 풀어간 TV영화라는데 못 봐서 말을 못하겠다. 아마 내가 부천에 가게 된다면 - 올해는 예매는 하지 않을 작정이다, 시간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 이 작품과 [수정깃털의 새]를 보게 될 것 같다.
덧. 올해도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즌2 작품들이 공개된다. 관심있으신 분이라면 찾아볼 것(그 중에도 아르젠토의 작품이 있는데, 역시 못 봤기에 말하기가 곤란하다. 내가 못 본 그의 유일한 두 작품이 [Pelts]와 [히치콕을 좋아하세요]다). 그 밖에 주목할만한 사항으로는 [슬래셔의 흥망과 성쇠]라는 다큐멘터리가 상영되는데, 공포영화에 대한 다큐멘터리는 상당히 재미있으니 슬래셔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찾아보셔도 좋을 것. 영화에 이어지는 메가토크에서는 시미즈 다카시와 믹게리스가 슬래셔 영화들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고 하니 즐거운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한 가지, 김진원의 1인칭 카메라시점 고어물 [도살자]가 상영된다. 헬멧에 카메라를 걸어놓은 헤드헬드기법으로 찍었다고 들었다. 안타깝게도 일전 시사회를 놓친지라 영화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비호러장르의 영화라면 [소설보다 이상한]이 상영되니, 기회가 없었던 분이라면 감상해도 좋을 것이다. 전에도 말했지만 신선하고 깔끔하며 유쾌한 작품이다.
2007. 6. Arborday.
작년에 '이태리 공포영화 특별전'을 했을 때 궁시렁거렸던게 벌써 1년이 흘렀나보다. 작년 마리오 바바전은 구색맞추기의 느낌이 들었을 정도로 안타까운 프로그램이라 생각했었는데, 올해 다리오 아르젠토 회고전은 그 때보다도 프로그램이 못한 느낌이다. 일단 상영작품도 마스터즈 오브 호러 2시즌의 한 에피소드를 제외하면 고작 네 편밖에 되지 않는데다가, [서스페리아]와 [인페르노]가 빠져버렸다. 두 작품은 이태리 호러물의 한 장점인 선명하고도 강렬한 색감을 맛볼 수 있는 작품들이라 꼭 스크린으로 보고 싶었거든. 조만간 세어머니 시리즈의 마지막 [눈물의 마녀]도 공개될테니, 복습으로도 좋을테고. 그리고 회고전이라는 말 자체가 조금 안 어울린다. [수정깃털의 새]를 제외한 나머지 세 작품 - [스탕달신드롬], [오페라의 유령], [히치콕을 좋아하세요] - 은 그의 필모에 국한한다면 최신작들로 분류되는 작품들이거든.
부천 다리오 아르젠토 회고전에 대해서는 사실 프로그램이 공개되기 얼마 전, 귀동냥을 한게 조금 있어서 알고 있기는 했다. 대부분 이번 상영작들이 아르젠토의 작품 중에서 퀄리티가 낮은 편의 작품들이라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사실 나는 다리오 아르젠토 작품들의 퀄리티를 구분해내지 못하는 편이다. 내게 있어 다리오 아르젠토는 걸작이든 범작이든 혹은 그 이하이든간에 모조리 품고가고 싶은 감독이기도 하고, 그의 영화들을 보면 늘상 비슷한 것을 느끼기도 하기 때문일게다. 애정이 평가를 방해하는 경우랄까.
일단 [수정깃털의 새]는 말할 것 없는 걸작이다. 아르젠토가 후에 만든 거의 모든 지알로영화들이 이 영화에서 만들어낸 공식 혹은 이 영화에서 하고자 했던 주장들을 많은 부분 답습하고 있으며,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수없이 많은 감독들도 비슷한 작품 - 이태리 영화판의 한 특징이기도 할게다 - 들을 만들어냈다. (예를 들면 세르지오 마르티노의 [The case of scolpian's tail] 같은 작품) 이 작품은 그가 감독 생활을 하기 전 평론가 생활을 하며 준비한 작품이라 그런지, 그의 작품 중 개연성이 가장 높은 작품이라 이야기해도 무방할 듯 싶다. 네 작품 중 가장 먼저 추천할 작품.
[스탕달신드롬]은 다리오 아르젠토의 기존작과는 조금 색다른 느낌이 묻어나는 작품으로, 개인적으로는 아르젠토 후기걸작 중 한 편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건조한 느낌으로, 아시아 아르젠토의 열연이 빛을 발한 작품이다.
아르젠토의 영화에서 몇 번이고 이야기했던 단순한 주장 혹은 작가적 자의식을 한가지를 살펴본다면, 그는 '끔찍한 범죄가 일어나는 이유는 개인의 트라우마 탓이며, 그같은 트라우마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과학적 수사(아마추어들이 눈으로 봤지만 잘못 본 경우가 많다. 문제는 프로인 경찰들은 아마추어만 못하다)가 아닌 예술적 영감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까지는 [스탕달신드롬]도 다른 작품들과 비슷하다. 그러나, 그들과의 교감은 치명적인 전파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것은 이 작품에 특징지워질 수 있는 해석이다. 다리오 아르젠토는 자신의 생각을 조금씩 바꾸어가며 스크린에 구현해왔고, [스탕달신드롬]은 그것을 가장 위험한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라 해도 이론은 없을 것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이번 상영작 네 편 중 가장 취향이 갈릴만한 작품으로, 추천하기는 조금 어렵겠다. 원작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감상하지 않을 것을 추천하며, 다리오의 변태성에 별 악감정이 없으시다면 감상해도 무방하겠다. 누군가에게는 쥐새끼보다 사람이 더 유해할 수 있다. [페노미나]의 파리나 침팬지가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것처럼. [히치콕을 좋아하세요]는 [이창]과 [열차안의 낯선자들]에 초점을 맞추어 풀어간 TV영화라는데 못 봐서 말을 못하겠다. 아마 내가 부천에 가게 된다면 - 올해는 예매는 하지 않을 작정이다, 시간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 이 작품과 [수정깃털의 새]를 보게 될 것 같다.
덧. 올해도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즌2 작품들이 공개된다. 관심있으신 분이라면 찾아볼 것(그 중에도 아르젠토의 작품이 있는데, 역시 못 봤기에 말하기가 곤란하다. 내가 못 본 그의 유일한 두 작품이 [Pelts]와 [히치콕을 좋아하세요]다). 그 밖에 주목할만한 사항으로는 [슬래셔의 흥망과 성쇠]라는 다큐멘터리가 상영되는데, 공포영화에 대한 다큐멘터리는 상당히 재미있으니 슬래셔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찾아보셔도 좋을 것. 영화에 이어지는 메가토크에서는 시미즈 다카시와 믹게리스가 슬래셔 영화들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고 하니 즐거운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한 가지, 김진원의 1인칭 카메라시점 고어물 [도살자]가 상영된다. 헬멧에 카메라를 걸어놓은 헤드헬드기법으로 찍었다고 들었다. 안타깝게도 일전 시사회를 놓친지라 영화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비호러장르의 영화라면 [소설보다 이상한]이 상영되니, 기회가 없었던 분이라면 감상해도 좋을 것이다. 전에도 말했지만 신선하고 깔끔하며 유쾌한 작품이다.
2007. 6. Arborday.
# by | 2007/06/21 16:04 | 영화잡담 | 트랙백 | 핑백(1)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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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회 서울충무로 영화제 현직 잡지기자인 Damon님께서 지난 번 주신 덧글에 의하면, 지난 다리오 아르젠토 회고전 때 저작권을 가진 자가 대여비를 세게 불러서 [서스페리아] 디지털 복원판이 부천에 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당 ... more
P.S. 도살자, 꽤 괜찮습니다만......저도 일부밖에 못 봐서 이번에 돈주고 다시 볼 생각입니다......
전 일단 저게 제일 기대가 되는군요..
재미있게 보려무나. 어제 전화 고마웠다.
첫눈내린밤님/ 김진원씨는 두 번 정도 만나봤었는데, 애정이 참 많으신 분이더라구요. [도살자]도 꼭 보고 싶었는데, 못 봤답니다.
qwer999님/ 그 영화 은근히 괜찮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만, 시간이 안 날 것 같아요. 호응 봐서 DVD를 구입하던지 해야겠어요.
그나저나 다리오 아르젠토 영화들은 필름을 수급하기가 힘든걸까요? 찔끔찔끔 가져오는데다 실렉션도 좀 그렇고..
새침떼기님/ [수정깃털의 새]는 안 보셨다면, 꼭 보셔도 될 것 같은데요.
예전에 아르젠토가 한국에 상당히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었는데, 이게 십 년 가까이 묵은 기억이라 사실여부에 자신이 없네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가위질에 불만을 가진 것이었죠. 물론 그것 때문은 아닐테지만, 이해가 안가는 실렉션이에요. 실무차원에서 힘든 점은 많겠지만, 구태여 저런 이름을 붙이고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그나저나 Damon님, 부럽기가 짝이 없습니다. ㅠㅠ
추신; 근데 글을 쓰고 나니 내가 변태 같이 보인다.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