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6월 05일
영화를 진지하게 대하기.
영화 잡지를 읽기 시작하던 시절, 그것들을 읽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살아생전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영화들을 글로나마 만나고 싶기 때문이었다. 잡지를 통해 영화 정보를 얻었고, 한참 잘렸다고 하더라도 출시되었던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동네 대여점을 쥐잡듯 뒤지다가 나아가서는 버스를 타고 다른 동네들로 찾아 돌아다니기 일쑤였다. 학교 앞의 씨네마테크나, 영화를 틀어주던 까페, 동아리상영실 등에서 가뭄에 콩 나듯 접했던 영화들은 그 허기를 어느 정도 채워주었지만, 늘 충분하지 못했다. 외국에 나간 친구들에게 비디오를 구하기 위해 편지를 썼고, 불법으로 복제한 원판 테이프를 사는데 돈을 들였다. 보기 어려운 것들이 너무나 많았기에, 그 때는 단순히 '봤다'라는 가장 기초적인 행태에서도 일종의 권력(?)이 발생하기도 했다. (물론 그 같은 권력들은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지금은 그 때와 비교하면, 축복받은 시절이다. 내가 과연 볼 수 있을까를 궁금해하던 영화들을 너무나도 손쉽게 볼 수 있게 되었고, 정보를 구하는 것도 훨씬 수월해졌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때만큼의 감흥이 없으니. 반성해야겠다. 힘들게 구해야 보는 맛도 있다라는 말은 심정적으로는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꼭 옳은 말은 아니다. 먼저 들었던 이야기들에 현혹되어 과대평가를 하기도 쉽고, 감상한 후 허탈해지기도 쉽다. 나도 초보수집가를 자처하고 있지만, 발품(혹은 감상을 위해 들였던 애정)과 영화에 대한 평가는 별개가 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평가는 가급적 영화의 감상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 누구도 선입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영화를 쉽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그 영화를 쉽게 대하는 태도로 이어지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딱 관객이 보고자 하는 만큼만 무엇인가를 제공한다. 영화를 그저 유흥거리로 생각하는 사람에게, 영화는 유흥거리 이상의 힘이 될 수 없다. 이건 구태의연한 표현이겠지만, 현자는 바보에게서도 배운다고 했다.
영화를 가벼이 소비하는 사람들(영화에 대해 가벼운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을 탓할 생각은 없다. 물론 그래서도 안된다. "관객은 언제나 옳다."라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얼마전 [천년학]이 실패했을 때, 누군가는 그 현상을 관객의 수준이 낮은 탓으로 돌렸다. 얼핏 들으면 진실인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는 그 말은, 사실 그 방향이 틀렸다. 생각해보자. 어째서 좋은 영화(좋은 영화라는게 존재한다면)인지를 설명함으로써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관객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의미 아닌가. 그것은 아마도 읽는 이가 누구인지를 간과하고 자신들만의 언어로 불친절한 소통을 시도했기 때문이거나, 그 간의 불신이 쌓인 결과일 것이다. 만약 관객의 가벼움이 사실이라면, 그 책임은 관객이 아닌 영화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들(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에게 적잖게 돌아가야 한다. 물론 배급상의 문제와 함께.
누군가가 영화는 그저 킬링타임을 위한 심심풀이 땅콩과 같은 것이라고 말해도, 나는 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한다. 머리 아픈 세상을 잠시 잊어보겠다는데, 그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좀 더 진지하게 영화를 대할 것을 권한다. 왜냐하면 영화에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재미들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으며, 그런 재미들을 우려먹는 방법이 좀 더 진지하게 영화를 보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재미냐고? 아마도 조금만 적응되면 스스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팁이라면 마음을 다잡는 것과 동시에, 영화에 대한 글들을 접하는 것을 들 수 있겠다. 평론가들은 그냥 그 직업을 얻은게 아니다. 좀 더 많은 경험을 쌓은 사람들의 말들에 조금만 귀기울여보자. (물론, 전적으로 신뢰할 필요는 없다. 감상은 결국 자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진지한 영화보기에 대한 제안은, 누군가를 계몽(?)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영화에 존재하는 다른 재미를 함께 누리기를 권유하고자 함이다.
2007. 6. Arborday.
솔직히 지금은 그 때와 비교하면, 축복받은 시절이다. 내가 과연 볼 수 있을까를 궁금해하던 영화들을 너무나도 손쉽게 볼 수 있게 되었고, 정보를 구하는 것도 훨씬 수월해졌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때만큼의 감흥이 없으니. 반성해야겠다. 힘들게 구해야 보는 맛도 있다라는 말은 심정적으로는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꼭 옳은 말은 아니다. 먼저 들었던 이야기들에 현혹되어 과대평가를 하기도 쉽고, 감상한 후 허탈해지기도 쉽다. 나도 초보수집가를 자처하고 있지만, 발품(혹은 감상을 위해 들였던 애정)과 영화에 대한 평가는 별개가 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평가는 가급적 영화의 감상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 누구도 선입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영화를 쉽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그 영화를 쉽게 대하는 태도로 이어지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딱 관객이 보고자 하는 만큼만 무엇인가를 제공한다. 영화를 그저 유흥거리로 생각하는 사람에게, 영화는 유흥거리 이상의 힘이 될 수 없다. 이건 구태의연한 표현이겠지만, 현자는 바보에게서도 배운다고 했다.
영화를 가벼이 소비하는 사람들(영화에 대해 가벼운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을 탓할 생각은 없다. 물론 그래서도 안된다. "관객은 언제나 옳다."라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얼마전 [천년학]이 실패했을 때, 누군가는 그 현상을 관객의 수준이 낮은 탓으로 돌렸다. 얼핏 들으면 진실인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는 그 말은, 사실 그 방향이 틀렸다. 생각해보자. 어째서 좋은 영화(좋은 영화라는게 존재한다면)인지를 설명함으로써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관객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의미 아닌가. 그것은 아마도 읽는 이가 누구인지를 간과하고 자신들만의 언어로 불친절한 소통을 시도했기 때문이거나, 그 간의 불신이 쌓인 결과일 것이다. 만약 관객의 가벼움이 사실이라면, 그 책임은 관객이 아닌 영화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들(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에게 적잖게 돌아가야 한다. 물론 배급상의 문제와 함께.
누군가가 영화는 그저 킬링타임을 위한 심심풀이 땅콩과 같은 것이라고 말해도, 나는 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한다. 머리 아픈 세상을 잠시 잊어보겠다는데, 그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좀 더 진지하게 영화를 대할 것을 권한다. 왜냐하면 영화에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재미들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으며, 그런 재미들을 우려먹는 방법이 좀 더 진지하게 영화를 보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재미냐고? 아마도 조금만 적응되면 스스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팁이라면 마음을 다잡는 것과 동시에, 영화에 대한 글들을 접하는 것을 들 수 있겠다. 평론가들은 그냥 그 직업을 얻은게 아니다. 좀 더 많은 경험을 쌓은 사람들의 말들에 조금만 귀기울여보자. (물론, 전적으로 신뢰할 필요는 없다. 감상은 결국 자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진지한 영화보기에 대한 제안은, 누군가를 계몽(?)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영화에 존재하는 다른 재미를 함께 누리기를 권유하고자 함이다.
2007. 6. Arborday.
# by | 2007/06/05 13:43 | 특집/칼럼 | 트랙백 | 핑백(1) | 덧글(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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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모르고 재미있는 것을 놓치면 억울하겠죠.;
공포영화에 봄/여름/가을/겨울은 없지만, 그래도 날이 더워지고 있는데, 형님 블로그 개인 상영회를 한번 할 때가 되지 않았나요? 하핫.
저도 좀더 진지하게 영화를 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음.. 그러나 세상이 또는 삶이 힘들어서 잠깐이나마 웃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1점평 같은게 달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궂이 그렇게 평점을 달진 않지만 즐기려고 보는 사람의 한 명이라 좀더 변명하게 되네요. 결국은 어떤 평을 하든 결국은 오롯이 자기자신의 몫인 것 같습니다.
rumic71님/ 예, 기억나요. 학교 앞의 비디오 대여점 사장은 일본 원판 애니메이션의 목록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친한 몇몇 들에게 복제해서 팔아먹고 그랬었죠. 당시에 야애니를 어찌저찌 접하기도 했었네요. (웃음)
은현님/ 재미있는걸 다 우려먹지 못하면 조금 아깝잖아요? (웃음)
아우라님/ 공감하고 실감도 해요. 어렵게 구한게 보는 맛이 더한건 심정적으로는 분명히 어느 정도는 사실일 겁니다.
개인적으로 다운로드는 근절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좀 더 많은 기회들이 주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놈의 출시 탓에 아직 [마스터즈 오브 호러] 1시즌도 다 못 봤거든요. ㅠㅠ
cipher님/ 감사드립니다. 출발점은 cipher님께서 전에 쓰셨던 포스팅이었답니다.
사실 사람도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더 재미있을 수 있는 것처럼, 영화도 그런 것 같아. 그 둘은 절대 별개가 아니지.
올 방학에 잠깐 나가게 될 것 같아서 날짜를 잡을 수 있을지 정확히 모르겠네. 하긴 해야 하는데. (웃음)
무늬님/ 그건 절대 미천한 글이 아니에요. 나름대로 영화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다는 반증 아니겠어요?
평이나 감상은 결국은 자신의 영역입니다. 진지하게 대하는 것이 그 사람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그렇게 할 필요도 없을테구요. (웃음)
은은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종종 들러주시면 더 고마울 것 같아요. (웃음)
비공개/ 잘 알면서 뭘 물어. (웃음)
북극찐빵님/ 동감합니다. 그런 부분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외의 다른 부분이 존재할지도 몰라요. (웃음)
내용면에서 공감이 가기도 하고요,
진중한 어투가 딱 글쓴이의 이미지와 맞아떨어지는 것이..마음에 드는 글이예요. ^__^
도로시님/ 저도 때때로 머리가 복잡해 영화를 보지 못할 때가 있답니다. 그럴 때는 영화를 보지 않거나, 아무 생각없이 보려고 다짐하기도 해요. 하지만 나도 모르게 진지해지더군요. 특히 울림을 주는 영화들은.
제가 보기엔 도로시님도 무의식적으로 영화를 진지하게 대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제 글이 많은걸 주장하는건 아닙니다. 조금 더, 그러니까 정말 조금만 더 진지하게 대해보자는거죠. (웃음)
newt/ 이글루 추천은 아직 베타라 꽤나 복잡하더구나. 사실 나도 몇 번 안해봤어. 어쨌거나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 글쓴이의 이미지가 진중하다니, 더 다행이고. 하하하.
1mokiss님/ 네, 맞습니다. 사실 영화에만 국한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진지한 마음가짐이 설렁설렁한 마음보다는 많은 것을 끌어낼 수 있을테니까 말이죠. 의도적으로 그런 태도를 갖추게 되든지, 많은 경험이 자연스럽게 그런 태도를 끌어내게 되든지 계기는 다양할 수 있겠지만. (웃음)
"세상 정말 좋아졌다"며 과거에 비해서 더 많은 작품, 또 희귀한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지만,
오히려 예전에 비해서 영화 편 수에서나 영화를 대하는 태도에서나 예전에 미치지 못하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학교때 교양 미학수업에서 유길준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의 저 글귀를 언급하며
교수님이 항상 하시던 말씀입니다.
영화뿐 아니라 그영화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감독은 그동안 어떤 스타일을 좋아했는지
사실 이 스토리의 모티브는 여기서 유래한 거라든지....
알면 알수록 더 재미있는 것들이 많지 않습니까?
영화(뿐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든지 음악이든지 문학이든지) 를 쉽게 쉽게보는건 좋습니다만...
즐기는데도 '노력없이 편하게' 갈려고만 생각한다면 그냥 거기서 끝나고 말겠죠.
좋아한다면 더 알고 싶겠죠. 알면 더 재미있겠죠. 사람을 좋아하는것도 그렇지 않습니까?
가고일님/ 어휴, 정확히 동감합니다. 뭐, 더 덧붙일 이야기도 없네요. (웃음)
간단한 이야기야말로 정말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산왕님/ 아무래도 비슷한 경험들을 하고 있다보니까요. 사실 제 경우에는 고민까지는 아니고, 그냥 같이 웃고 떠들어대고 싶은거에요. 다만, 관객의 수준이 어쩌네하는 이야기는 조금 거슬리더군요.
지킬님/ 사실 저도 평론가들의 글을 그다지 많이 읽는 편은 아니었어요. 어떤 계기로 최근에 글들을 조금 접하게 되는데, "아, 이건 그렇게도 볼 수 있구나. 이건 좀 아닌데."라는 식으로 생각의 지평을 한 뼘 이상 넓혀주는게 느껴지더라구요. 저도 지킬님과 마찬가지로 공포영화에 대해서는 고집이나 편견을 좀 가진 편입니다. 반성하고 있어요.
블로그를 시작하고 이글루스까지 와서 보니까 같은 작품을 봐도 늘 새로운 관점으로 보는 분들이 계신거 같아 여러모로 견문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는거 같네요...그냥 소싯적엔 남의 감상을 읽지 않았던 탓일수도 있지만
'영화를 본다`라는 행위를 갑자기 진지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과연 나는 어떻게 영화를 보고 있었는가...-_-a;;;;;
그러고 보니 저도 고집이나 편견이 꽤나 있는듯 하군요. ㅎ.ㅎ;;;
잘 읽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웃음)
하로기님/ 아무래도 많이 보다보면, 고집이나 편견은 생길 수 밖에 없는 법이죠. 의식하지 않으면 관대한 태도를 가지기 어렵답니다. (웃음)
추신: 농담인 거 아시죠. ㅋㅋ
수운 최제우/ 그럼, 안다. (웃음)
영화를 보면 현실하고 다를 바가 하나도 없더라고요. 정말 아름다운 것 같아요.
도로시님/ 맞습니다. 뭐든 지나친 것은 모자란만도 못하니까요. 골머리를 앓자는게 아니라, 조금 깊게 즐겨보자. 그 정도의 의미랍니다. 사실 저도 한참 모자라거든요. 이 글의 목적은 권유이자, 다짐이기도 합니다.
저 같은 경우 록키 시리즈가 워낙 재미있다보니 록키 박스세트를 사서 해설에 제작다큐까지 다 틀어보고, 그러면서 몰랐던 사실들을 알아서 더 재미있게 록키와 영화발전의 역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고...... (록키가 세계 최초로 들고 찍는 기법으로 제작된 작품들 중 하나란 거 알고 재미있었어요. 록키의 그 유명한 필라델피아 박물관 계단 뛰어오르기 장면이 그 기술로 제작된 거라는군요. 그 기술의 처음 테스트 장소가 바로 필라델피아 박물관 계단이었기 때문에 그 테스트 장면을 보고 록키 감독이 그 장면을 영화에 삽입해서 불후의 명장면이 된 거라는 놀라운 에피소드가....!)
생활에 쫓기다보니 생각만큼 영화를 못 보고, 그래서 영화잡지의 영화평이나 영화소개 같은 걸 보고, 다른 관객의 감상을 읽으면 재미있고 그래요.
저는 우연히 가족과 함께 천년학을 봤는데요, 물론 영화는 볼 만했습니다만, 그 작품을 요즘 관객들이 안 본다고 해서 관객 수준이 낮으니 어쩌니 하는 건 편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가족 평이 어땠느냐 하면, 작품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요즘 감각으로 볼 때는 좀 시대 조류에 안 맞는다... 였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원작인 예술지상주의의 서편제보다, 그 서편제를 재해석한 천년학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그래도 요즘 시대에 흥행이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지 않나 싶었어요.
결국 관객이 어떤 영화에 끌리는 건 그 시대 조류라는 게 있고, 그 시대 관객들이 원하는 게 있는 법이지요. 관객들의 관심을 못 끌었다면, 그 작품의 매력이 부족했다고 볼 수도 있는 거예요. 경우마다 다르니까 뭐라 단정 짓기는 뭣하지만요.
그러니 어떤 평론가가 관객 수준을 운운한다면 그건 편견이라고 봐요. 관객은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할 권리가 있는 겁니다. 그리고 영화들은 서로 경쟁을 하지요. 관객들이 모든 영화를 다 보아줄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리고 영화관에 가는 관객들은 진지한 감상 목적만이 아니라 애인하고 데이트하면서 마음 편하게 보낼 생각으로 영화를 본다거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보는 경우도 많다고 보거든요. 그런 점에서 천년학이 관객을 못 모았다고 해서 그게 이상한 현상만은 아니라는 거죠.
아뭏든 재미있는 영화를 즐기다보면 자꾸 그 영화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싶고, 많은 걸 알면 더욱 재미있고...... 그런 거 같습니다. 그게 진지한 영화 감상이란 게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요즘 DVD에 수록된 제작다큐나 해설은 참 소중한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진지한 영화 감상에 큰 힘이 되지요. 아까 말씀드린 록키의 경우처럼요.
말씀처럼 첫 술에 배부르기를 바라는건 욕심이라고 봐요. 즐기다보면 새로운 재미들을 찾아낼테고, 그러면 점차 진지한 태도라는 것이 생기기 마련일테니까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지한 영화보기를 제안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의 마음가짐이 관객에게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영화따위를 본 사람과, 영화작품을 본 사람이 받아들이는 것이 꼭 같으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저는 DVD의 음성해설을 그다지 즐기는 편은 아닙니다. 나름 반성하고 있어요. 제작다큐나 다른 서플먼트는 좋아하는 편인데, 음성해설은 들어보겠다고 틀어놓아도 조금만 지나면 영화보기에 바빠져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