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와 준

1. 종종 우리는 이런 말을 하고는 한다. "다른 곳에서 만났더라면 좋았을 것을." 물론 그같은 말이 항상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관계는 때때로 행동양식을 규정하고는 한다. 베니는 준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 하에 15분에 한 번 씩 동생에게 전화를 하고, 가끔씩 다가오는 이성을 거부하는 등 자신의 삶을 대부분 포기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동생에게서 돌아오는 것은 "더 이상 지시받는 것은 싫어." 혹은 "왜 나를 괴롭혀."와 같은 반응이다. 잔소리꾼으로 보이는 베니의 모습은 천성 탓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환자인 여동생의 존재로부터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따로 살면서 관계가 회복되는 사람들을 몇 차례 목격한 바 있다.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함께 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노력은 한계가 있고, 희생은 변질될 수 있다. 물리적인 거리보다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은 상대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다. 그것은 때로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을 것이다.

2. 다리미는 영화 속에서 상당히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는 한다. 돈을 빳빳하게 다리거나, 총에 맞은 환부를 지지거나, 혹은 사람을 죽이는 도구로 사용되거나 등등등. 영화 [베니와 준] 역시 색다른 다리미의 사용법을 보여주는 영화 중 하나이다. 바로 토스트를 만드는 기구로.
영화 속에서 샘은 베니에게 준이 정말 아픈건지를 묻는다. 조금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빼면 정상 같다고. 샘은 준을 환자로 대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비슷한 부류의 다른 영화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준과 제대로 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 다리미로 토스트를 하는 준의 모습은 사랑이란 상대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동시에 닮아가는 것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잘 보여준다.

. [베니와 준]은 조니뎁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필히 감상해야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맡은 샘이라는 캐릭터는 정말(X100) 매력적이거든요.

2007. 6. Arborday.

by ArborDay | 2007/06/03 15:15 | 비호러 | 트랙백 | 덧글(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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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쁘뉴마 at 2007/06/03 15:16
창밖에서 그네타는 장면이 압권이었다고 기억합니다.
Commented by Koolkat at 2007/06/03 16:22
그 빵에 포크꽂아서 걷는거흉내내는 장면도 흐뭇해지지요.
Commented by 바스티스 at 2007/06/03 16:38
다리미로 토스트 만드는건 실제로 자주 쓰는 방법인데...^^;; 우리나라에선 흔치 않나봐요. 저도 미국서 배운거라...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6/03 16:48
쁘뉴마님/ 예, 그 장면 저도 아주 흐뭇했어요. 안에서 바깥의 그 모습을 바라본다고 생각하면, 어휴 눈물이 찔끔 흐를 것 같기도 한데. (웃음)

Koolkat님/ 옙, 그 외에도 흐뭇한 장면 많죠. 공원에서 공연하는 장면도, 집에 처음 들어와서 청소하던 장면도. (웃음)

바스티스님/ 앗, 그래요? 실제로도 자주 쓰이는 방법이었군요. 하나 배웠습니다. 감사. (꾸벅)
Commented by deca at 2007/06/03 17:31
빵에 포크 꽂아 걷은 것 흉내내는 장면은 채플린의 영화에서 빌어온 거죠. Gold Rush일 겁니다. 우리말 제목은 황금광 시대인가요? 채플린에 대한 다큐멘터리에서, 조니뎁이 그 장면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 부분도 나오더군요.
Commented by 하하하 at 2007/06/03 17:37
이 영화 제가 생각하는 가장 명장면은 모자가지고 판토마임하는 장면이죠. 그떄 여자주인공이 웃던모습이 생각나네요
몇번을 그장면을 봤는지
Commented by 블랙아웃 at 2007/06/03 17:47
저 다리미로 토스트 만드는 장면 정말 좋아해요. 먼지 쌓인 비디오로 소장중인데 다시 볼까 싶네요.
Commented by sallie at 2007/06/03 19:43
아주 아주 오래 전에 -10년은 된 것 같아요- 우연히 AFKN에서 보고는 정말 좋아한 영화예요. 정말이지, 다시 보고 싶네요. 저 영화와 아리조나 드림을 보고는 조니 뎁이란 배우를 좋아하게 됐었죠.
적당한 거리를 두지 못하면, 의도한 바가 아닌데도 서로 부딪히거나 상처 입히거나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더군요.....
**창밖에서 그네타는 장면에서 조니 뎁이 검은 모자를 쓰고 있었나요?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그 때 조니 뎁의 표정이 생각이 나요. ^^
Commented by N. at 2007/06/03 21:28
제 인생의 영화예요.. ㅠ.ㅠ
Commented by 플라멩코핑크 at 2007/06/03 22:03
조니뎁이 풋풋하네요. *^_^*
참 전 TV에서 다리미로 머리 피는 여자도 봤어요.
Commented by 사촌동생 at 2007/06/03 22:41
아! 이 영화 좋아요-ㅋ
조니 뎁의 파릇파릇한 모습도 좋고-
준 역할을 맡은 여배우도 너무 귀엽게 생기셨음!ㅋ

조니 뎁의 능청스러운 마임도 인상깊죠-ㅋㅋㅋ

덧; 그나저나 밸리에 또 오르셨군요-ㅋ
Commented by 히치하이커 at 2007/06/03 23:10
저는 '차라리 남이면 낫지'란 말을 믿습니다. ~_~
조니뎁을 좋아한다면 필히 봐야한다니, 저도 꼭 보겠습니다!

덧_오지님 블로그에서 봣는데, 의경 출신이시라니 괜히 더 반갑더군요. (대한민국의 고질병인 '줄따지기'일지라도요. -_-;) 전 전경이었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밤엔 역시 잠이라는 겁니다. (웃음)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6/04 15:38
deca님/ 역시 여러분들이 방문하시고, 한 마디씩 거들어주시니 알게 되는게 많네요. 그러고보니 채플린의 영화를 몇 편 본게 없네요. 코미디를 싫어하는건 아닌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웃음)

하하하님/ 저도 그 장면은 꽤 많이 봤답니다. 저는 그걸 바라보는 베니의 모습, 그리고 혼자 의자를 밟고 지나가던걸 따라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블랙아웃님/ 보고 싶어지면, 보는게 상책이죠. (웃음)

sallie님/ 넵, 모자를 쓰고 있었답니다. 그 큰 검은 모자.
사람 사이에 거리는 아주 중요한 것 같아요. 너무 가까워도 갑갑할 수 있거든요. 전 조니뎁의 영화는 꽤 많이 봤답니다. 어떤 영화에서도 도드라지는 배우 같아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6/04 15:41
N.님/ 인생의 영화라는 말씀을 하실 수 있는 분을 보면 참 부럽습니다. 뭐랄까 자신의 영화감상을 하나의 역사로 정립할 수 있을만큼의 진지함이 느껴지거든요.
물론, 이 작품은 그만큼 좋은 작품이라 생각해요. (웃음)

플라멩코핑크님/ 역시 TV는 희안한걸 많이 가르쳐주는 것 같습니다. (웃음)

사촌동생님/ 영화밸리에 올랐었나보네요. 종종 오른답니다. (웃음)

히치하이커님/ 예, 의경 출신이에요. 잠을 참 못잤었죠. 그런 일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요.
Commented by 니야 at 2007/06/05 13:48
뎁사마에 눈뜨게 해 준 인생의 영화죠. 하지만 뎁사마는 이 영화가 정말 싫다는군요. 아니 왜!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6/05 13:49
니야님/ 뎁사마가 이 영화를 싫어한다구요? 아니, 왜!
Commented by 熱くなれ at 2007/06/05 14:28
저두 전경출신(웃음x2) 역시 밤에는 잠을 자야합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6/05 19:32
熱くなれ님/ 전의경 출신들 커밍아웃하고 한 번 판이라도 벌려볼까요. (웃음)
Commented by shuai at 2007/06/07 08:45
다리미장면을 보고 어쩐지 공포영화가 아닐까 추측했는데 카테고리를 보니 비호러영화였군요. 게다가 사진속의 주인공이 여자인줄 알았는데 글을 다 읽어보니 조니뎁인것 같네요. 저도 조니뎁 좋아하는데 봐야겠습니다. ^^
Commented by dasan at 2007/06/07 11:04
꼭 봐야겠습니다. 실제로 가족은 좀 떨어져 있는 경우 서로를 그리워하고 잘 지낼 수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는데요.
저 영화에서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 한 번 보고싶네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6/07 14:04
shuai님/ 조니뎁, 너무 괜찮게 나옵니다. 영화도 물론 괜찮구요. 러닝타임이 90분 정도였던 것 같으니, 부담없이 감상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웃음)

dasan님/ 떨어진 이후의 모습은 영화에서 크게 다루지 않으니, 기대와는 조금 벗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엔딩이 제법 가슴에 남지요. (웃음)
Commented by voice at 2007/06/20 10:37
이 영화 너무 좋아요. 마치 무성영화 속 등장인물처럼 연기하는 조니뎁도 너무 좋고, 으근히 경쾌한 음악도 너무 좋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나름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모습도 너무 예쁘고..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6/20 18:01
voice님/ 사실 조니뎁만 보고 있어도 흐뭇한 작품이죠. 슬랩스틱 코미디도 능하고, 얼굴도 잘 생겨, 돈도 많아. 참, 부러운 사람입니다.
Commented by seimei at 2008/01/20 21:59
아..depp씨!! depp씨만으로도 최고의 영화였죠. 이런 따사로운 영화 찍어도 어울리는 것을 보면 그는 참 멋진 배우예요!
스위니 토드 엄청 기대됩니다.
그건 그렇고 이전에 남자셋 여자셋에서 홍석천이 depp씨가 한 포크로 빵찍어 춤추는 거 흉내낼때 좀 웃겼습니다.
남자셋 여자셋 다 기억안나는데 그 장면만 기억나네요..
Commented by mazzy at 2008/03/06 03:16
Benny and Joon 도있네요.. Edward Scissorhads 도 있겠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3/06 14:35
seimei님/ depp이 나오는 영화는 대체로 괜찮은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잘 고르는건지. ^^

mazzy님/ 예, 꽤 많다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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