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를 읽는 것은 굉장히 힘든 작업이었다. 사실 이 책을 조만간 읽을 계획은 없었는데 - 대충 들은바로 꽤나 무거운 서적같아 보여서 - 인터넷서점에서 [눈뜬자들의 도시]를 사면 이 책도 함께 준다기에 구매했다가 생각없이 집어들었던 책이었다. 어쨌거나 이 책을 읽기가 힘들었던 두 가지 이유(둘 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장점이다).
첫째, 문체가 꽤나 독특하다. 그러니까 두 사람이 대화를 할 때, 그냥 생각없이 따라가다가는 누가 한 말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하지만 이거야 조금만 집중하면 상관없는 문제고.
둘째, 내용이 너무 무겁고 사실적이다. 실명이 전염병으로 발생하면서 환자들이 어떤 시설로 격리되면서 일어나기 시작한 일들은 감정적으로 감당하기 힘들만큼 끔찍한 무엇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세상에 일어나고 있는 대부분의 불행은, 무엇인가에 의해서든 모두가 눈이 멀었기 때문에 발생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런 세상에서 눈을 뜨고 있는 것도 그리 행복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실낱같은 희망이 느껴지지 않는건 아니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희망의 무게로 안위하기에 이 책이 보여주는 현실 - 가상현실 - 은 너무 아프다. 어지간한 개개인의 불행을 사소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어버릴 정도로 침울한 작품.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겪은 내 감정적 고통 - 눈뜬 자들의 도시의 책장을 넘기는데는 꽤 시간이 걸릴 듯 하다 - 과는 별개로 이 책은 최고라 평가해도 무방하다. 어째서 이런 말을 했는지는 읽어보면 안다.

2007. 4. Arborday.

by ArborDay | 2007/04/16 12:31 | 애니/서적 | 트랙백(1) | 덧글(25)

트랙백 주소 : http://Arborday.egloos.com/tb/311742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나무피리의 하얀사과빛 .. at 2007/06/09 14:49

제목 : blindness, 그리고 seeing
+전부터 읽고 싶었는데 드디어 집어든 책. 난 조그마한 사이즈의 책이 더 좋았다. +밥먹는 것에 돈쓰는 것보다 책 사는데 돈쓰는게 더 좋은지라 과감히. 서점에 가서 사고싶은 책을 보며 눈을 반짝이다가 고른 [눈뜬 자들의 도시]와 [눈먼 자들의 도시]. 1+1 행사 덕분에 두 권을 만원이 조금 넘는 값을 주고 살 수 있었다. 지하철에서 첫 번째 책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했고, 두 번째 책 마지막 페이지 역시 지하철에서 덮었다. 빠르게 읽히......more

Commented by corwin at 2007/04/16 13:05
그래도, 이 책에선 희망을 꿈꿔볼 수 있는데, "눈뜬자들의 도시"에서는 절망 밖에 볼 수 없더군요.
Commented by filmstyle at 2007/04/16 13:36
저도 이 책을 읽는동안 무척이나 불편했었습니다. 그런데 단지 '보여지는 사실'과 문체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을 날카롭게 까발려놓는 그 적나라함 때문에 불편했던것 같네요. 어쨌든, 책하나는 정말 읽을만한 가치가 있더군요 :)
Commented by 돼지콜레라 at 2007/04/16 14:05
참 불편하긴 하지만 한번 쯤은 꼭 읽어볼 만한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눈뜬 자들의 도시'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Commented by Azreal at 2007/04/16 14:28
제 동생이 '눈뜬 자들의 도시' 를 읽고 "이 사람 완전 싸이코야." 라고 말하는데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 하긴 현실을 책에 그대로 옮기면 정말 싸이코스러운 내용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Commented by 아우라 at 2007/04/16 15:06
'환타지 리얼리즘'이라는 문구를 이 작가에게 부여하더군요.
저도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바로 '눈 뜬자들의 도시'를 구매했습니다.
급하게 읽어야 할 것들이 밀려서 시간이 지난뒤에나 읽을수 있겠지만 기대됩니다.
Commented by 비둘기는... at 2007/04/16 15:12
눈 뜬자들의 도시 10%할인, 15%적립, 1,000원 할인쿠폰, 게다가 눈 먼자들의 도시 미니북 증정 너무나 좋은 조건인데, 이미 '눈 먼자들의 도시'를 구입해서 그래도 뭐 구입은 했어요. 보통은 그냥 틈틈이 책을 읽는데 이 분의 책은 한번에 몰아 있는게 좋더군요. 그래서 지금 집중해서 읽을 날만 기다리고 있어요. 요즘 거의 일본 미스터리 추리소설만 읽다가 이 분의 소설을 읽었는데, 충격이었습니다. 국내에 이 분의 소설이 꽤 많이 소개되었더군요. '도플 갱어'란 소설도 읽어보고 싶더군요. 암튼 처음에는 조금 힘들었는데 (아무래도 독특한 문체 때문에) 조금 지나니까 적응되더군요. 그리고 오히려 이 분의 소설에는 그런 독특한 문체가 잘 어울리는 것 같고요.(처음에는 작가의 심술인 줄 알았어요...ㅎㅎ '집중해서 읽어라', '대충대충 읽지마라') 암튼 참 좋은 소설이에요. 사실 저런 상상은 누구나 한번 쯤은 하는데... 그걸 글로 옮기기는 무척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잘 못 쓰면 정말 유치한 소설이 되어버릴 것 같거든요. 암튼 대단한 작가에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4/16 15:17
corwin님/ 아, 그래요? 그렇다면 좀 뒤에 읽어야겠습니다. 사실 미치도록 즐겁고 아름다운 책을 읽고 싶었는데, 전자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책은 읽었지만 후자에 부합하는 책은 아직 못 봐서요.
아, 덧글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인터넷 서점에서의 1+1 이벤트 정보는 corwin님의 블로그를 통해 알았습니다. 뒤늦게 감사하다는 말씀 드릴께요.

filmstyle님/ 동감합니다. 인간의 본성이라는게 이상에서 구현되는게 아니라, 현실에서 나타나기 때문일테죠.
제가 현실이라고 말한 것은 그냥 그 상황을 포괄적으로 이야기한 것 뿐이에요. 비단 보여지는 사실 뿐만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한 외부적 요인들과 그 상황에서 무력하기 짝이 없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녀석까지 포함하고 싶었던거였죠.
사실성이라는 것은 이 책이 보여주는 것들이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 그럴리가 없을테죠, 당연히 - 는 의미로 사용한 단어에요. 그러고보니 적절한 어휘의 선택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문체는 사실 조금만 집중하면 별 문제도 아닌데, "그래서 누가 불을 질렀다는거지?"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한 번 정도 더 읽어보게 만들기는 하더군요. (웃음)

돼지콜레라님/ 네, 책은 정말 멋지더군요. 간만에 심각할 정도의 후유증을 느낀 작품이었습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4/16 15:22
Azreal님/ 그럴수 밖에 없는지도 몰라요. 옮기기 전의 현실 자체가 그러니까요. ^^

아우라님/ 확실히 '판타지'라는 것, 정말 잔혹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저 역시 바로 읽지는 못할 것 같지만, 그래도 높은 수준의 읽을 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든든한 일이 아닐 수 없네요. (웃음)

비둘기는/ 그러게, 설렁설렁 읽지 마라라는 느낌 나도 들더라. 사실 이런 상상이 흔치 않은건 아닌데, 글로 옮기기는 정말 어렵지. 게다가 글이 아니라 꼭 실제상황 같은 리얼리티도 만들어내고 말이야.
영화 [엑스페리먼트] 따위는 정말 새 발의 피도 못 되는 느낌에 압도되어 버렸어. 한 권 씩 읽어나가지 않을까 싶네.
Commented by kkongchi at 2007/04/16 16:03
저는 이번에 같은 작가의 "동굴"과 "도플 갱어"를 샀습니다. 그중 아직 "도플 갱어"만 읽었는데...이것들도 괜찮더군요. 물론 그 복잡한 문체는 여전하고 더 심하기까지 합니다만..^^
Commented by unique at 2007/04/16 16:32
^^ 결국 읽어보셨군요. "가 없는 책이지요. 굉장한 집중력을 요하지만 그 맛이 굉장한 중독성을 가져와 그 뒤론 또 큰 휴우증이 생기더군요.
눈 뜬 자들의 도시가 나왔길래 읽어볼까 했는데 맨 위에분 글을 보니 더 암울한 듯 들리네요.;

아무튼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는 굉장히 후련하고 또 시원섭섭했던걸로 기억이 나네요.
또 동시에 아주 뿌듯했었지요.

또한 너무 사실적(픽션이나 그 묘사 따위가)이라 주인공의 고통이 너무 절절이 전해지더라구요..
filmstyle님 말씀대로 너무 쿡쿡 찌르는 심리묘사 등이 왠지 읽는 사람의 심리를 우회적으로 찌르는 거 같더군요..

추천하신 분들이야 많겠지만 좋게 읽으신 거 같네요.

* 주절주절입니다만 책이든 영화든 뭔가를 형용할 때 쓸 수 있는 가장 흔한 말이 '좋다'인데 쓰면서도 왠지 부족하고 맘에 안듭니다. -_;;
이런 부분에서 표현이 풍부한 영어에선 별에 별 말들이 다 있는데 말이죠.
Commented by filmstyle at 2007/04/16 16:37
아, ArborDay 님 제가 딴지를 걸려고 그렇게 말한것은 아닙니다^^; 오해하진 말아주세요~
Commented by luark at 2007/04/16 17:05
저도 예전에 읽고 아직까지도 여운이 강하게 남아있는 책입니다. http://kashel.net/tatter/kashel/entry/눈먼자들의-도시 예전에 읽었을 때 썼던 감상문=3 한번 꼭 읽어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Commented by 피터팬 at 2007/04/16 19:19
눈먼 자들의 도시라... 주제 사라마구라는 작가의 이름을 강력하게 기억 속에 아로새긴 작품입니다.
아는 형이 빌려줘서 읽었는데, 책을 읽는 도중에 주문해버리고 말았었죠..^^;
그 후에는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까지도 찾아읽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과 인간의 탐구에 대한 관점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인데요,
나중에 혹시 기회가 되신다면, '모든 이름들'이라는 책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주제 사라마구의 비교적 짧은 작품으로, 내용이 눈먼 자들의 도시처럼 휘몰아치는 격정은 없지만,
'존재'라는 물음에 대해 무척이나 차분하고 심도있게 그리고
그 가벼움과 무거움을 그토록 위트있게 그려낸 작품은 그리 많지않을 꺼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 책에 빠지셨다니 당분간은 감정의 흐름이 격하실 지도..^^;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4/16 19:28
kkongchi님/ 예, 저도 틈나는대로 한 권씩 읽을 것 같아요. 좋더라구요. 마음의 준비를 좀 하고 읽어야겠어요. (웃음)

unique님/ 덧글로 남겨주셨던 unique님의 권유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추천이었답니다. 아주 좋게 읽었어요. 작품성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듯 싶은걸요. ^^
좋다느니, 최고라느니 등등의 형용사는 정말 너무 흔하고 막연해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다른 표현 방법을 못 찾겠더라구요. 제가 사실 어휘력은 좀 떨어지거든요.

filmstyle님/ 아무렴요, 뭔가 한 자라도 더 떠들 수 있게끔 기회를 주셔서 매우 즐겁게 생각했답니다.
정말이에요. (웃음)

luark님/ 꼭 찾아뵙고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피터팬님/ 저라도 빌려서 읽던 중이었으면 바로 구매했을 듯 해요. 굉장히 유명한 분임에도 처음 접해봤네요.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무슨 광맥을 찾은 느낌입니다. [모든 이름들] 반드시 기억해두도록 할께요.
일단은 다른 쪽으로 잠시 숨 좀 돌린 이후에 다시 도전할 생각입니다. 거짓이라는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아름다운걸 만나보고 싶어요.
Commented by chloe at 2007/04/16 20:10
몇 년 전에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고 즐거운 충격에 휩싸였던 적이 있는데 눈뜬 자들의 도시라는 책 소식을 들으니 다시금 즐거운 소름이 돋네요. 기회가 되면 꼭 읽어봐야겠어요!
Commented by 나무피리 at 2007/04/16 21:19
와아 정말 좋은 책이구나, 싶어지는걸요.
기억해두었다가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요즘 책이 참 많이 고파서 리스트를 마구 작성하고 있었는데, 이책도 냅다 포함입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4/17 01:06
chole님/ 이래저래 읽을게 있다는 것, 참 행복한 일이죠. 특히 텍스트가 없으면 불안해서 벌벌 떠는 이들에게는.

나무피리님/ 기왕 작성하는 김에 [캐비닛] 한 권 더 추가해보심이 어떠신지요. 정말 즐거웠던 소설이었답니다.
Commented by 파김치 at 2007/04/17 09:49
아직 눈먼자들의 도시밖에 읽지 못했는데, 그 한 권을 읽기 위해서 얼마나 시간이 걸렸던지. 너무 먹먹하고 가슴이 답답해서 눈물이 다 날 것 같았어요. 눈뜬자들의 도시도 나왔다니 봐야하는데 마음의 준비를 먼저 해야겠습니다.
Commented by luark at 2007/04/17 12:07
앗; 제글을 읽어보시라는게 아니라;;;;;; 소설책 말이었어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4/17 15:27
파김치님/ 마음의 준비가 조금 필요할 것 같아요. 더 처절하다고 하니.

luark님/ 이런, 요즘 제가 말귀(글귀)가 어둡네요. ^^
들러서 잘 읽어보았습니다. 역시나 15소년표류기와 파리대왕에 대한 언급을 하셨더군요. (웃음)
참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 아닌가 싶어요.
Commented by 수운 최제우 at 2007/04/19 01:57
형님의 평을 읽으니 무척 읽고 싶군요. 단 지금 읽어야 할 책 목록이 싸여서 나중에 읽어야 할 듯 합니다. 김훈의 신작 '남한산성', 폴 오스터 '기록실로의 여행', 박민규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 클럽' 등등등
Commented by 헤이 at 2007/04/19 02:24
아이고 또 포스팅만보고 신청을했군요- _-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4/19 14:12
수운최제우/ 박민규씨의 글은 참 궁금한데, 아직 인연이 없었네. 곧 보게 되겠지.

헤이님/ 후회하시지 않을겁니다. 그러고보면 저도 뽐뿌질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이 참에 전업해볼까나.
Commented by 수운 최제우 at 2007/07/12 22:32
형님 이 작품, 주위에서 상당히 무섭다, 섬뜩하다 등등 꽤나 무시무시하다는 평들이 많아요. 그래서하는 말인데 이 작품을 그냥 통상적인 공포 소설로도 볼 수 있을까요? 제가 아직 이 소설을 읽지 않아서 질문하는 거예요. 모쪼록 형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7/12 23:32
수운최제우/ 통상적인 공포소설로 보기에는 무리가 좀 있을것 같아 보이지만, 쉽게 말하지는 못하겠네. 섬뜩하기는 하거든. 무섭기도 하고.
어찌 되었건 이 작품은 그야말로 아주 멋진 작품이야. 무조건 읽기를 바래.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