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테스크 - 기리노 나쓰오

계급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아름다운 누군가는 몸을 팔지도 모르고, 근면한 누군가는 노력으로 따라잡으려 허둥댈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것으로도 간극이 메워지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는 누군가라면, 비교당하기를 거부한 채 냉소적으로 세상을 인식하며 그저 질투의 감정이나 던질지도 모른다. 그들의 대처방법은 다르지만 어떤 점에 있어서는 매한가지인데, 그것은 바로 세상에 반항하고 있다는 점.
내게 [그로테스크]가 가장 매력적이었던 점은 그 중 가장 보통에 가까울, 내세울 것 없이 질투나 던져대는(어떤 의미에서 가장 소극적인) 그 여인을 가장 독한 괴물 - 물론 부조리한 사회가 가장 독한 괴물이며, 모두가 괴물이 되고 말지만 - 처럼 그려놓았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살아남기 위해 갈고 닦은 악의라는 것이 때때로는 경우를 지나치기도 했지만, 대체로는 이해할만 했거든. 즉, 나는 썩어먹은 세상이 지극히 평범한 사람을 괴물로 만들 수도 있다라며 제시하는 듯한 소설의 직관이 마음에 들었다.
각각의 챕터별로 각자의 관점에서의 사실을 서술함으로써 다각적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형식도 매력적(사회에서 볼 때에는 어마어마한 괴물일지라도, 개인의 이야기를 들으면 대체로 이해가 가능하다. 하지만 신문에서는 읽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탁월한 심리묘사는 두 말할 것도 없고.

그로테스크는 이 사회에 존재하는 계급에 대한 이야기이자, 여성에 대한 썩 잘 쓰여진 이야기이다. 읽고난 느낌은 어떠하냐고? 당연하겠지만 불쾌할 수 밖에 없겠지.

2007. 3. Arborday.

by ArborDay | 2007/03/09 17:40 | 애니/서적 | 트랙백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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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니와 at 2007/03/09 18:44
아, 이거 얼마전에 읽은 책이라서 어쩐지 반갑네요. 확실히 여중을 나오고 여대를 다니는 입장이어서인지(?) 소설 주인공들의 심리나 처해진 환경에서의 상황이 묘하게 공감하면서 읽었었어요. 공감이 간다는 거 자체도 다소 불쾌하고 좀 찜찜하긴 했지만 정말 푹 빠져서 읽었더랬습니다.
Commented by 돼지콜레라 at 2007/03/09 18:47
왠지 재미있을 것 같네요. 시간나면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3/09 20:12
니와님/ 짧지 않은 분량임에도 금새 속도가 붙더군요. 여류작가가 아니라면 쓸 수 없을 그런 글 같았습니다. 매력적이었어요. ^^

돼지콜레라님/ 요즘 일본 소설들을 꽤 읽고 있는데, 미스테리의 탈을 쓴 사회소설들이 잘 읽혀지면서 취향에도 맞는 듯 합니다. 저는 미야베 미유키가 가장 마음에 들지만요. 이 책 나쁘지 않습니다. 시간 내실만 해요. ^^
Commented by 비둘기는... at 2007/03/09 20:37
읽으셨군요^^ 이제 이 분의 소설은 거의 다 읽었네요. <아웃>을 사서 읽으려고 하는데, 황금가지 밀리언셀러클럽 시리즈로 재출간 된다고 해서(4월이나 5월 쯤) 기다리고 있습니다. 히가시나 게이고 이 아저씨 소설을 다 읽어보려 하는데, 몇 개는 별로 안 끌려서 포기. 미야베 미유키 아줌씨 소설도 몇 개는 안 끌려서 포기...ㅠㅠ(게임을 소설화한 <이코>나 판타지소설 무슨 스토리인데... 암튼 안 땡기더군요). 암튼 기리노 나쓰오 아줌마 소설 저하고는 무척 잘 맞는 것 같아요. 특히 (제가 잘 몰랐던, 당연히 모르겠지만) 여성의 심리를 숨김 없이 드러내는 것 같아 가끔은 놀라기도 해요. 정말 저럴까? 휴... 내면을 알면 정말 무섭구나... 뭐 암튼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아, 참고로 기리노 나쓰오 아줌씨의 소설은 밀클에서 꾸준하게 출시한다고 하더군요. 아마 올해 상반기 쯤 많이 나올 것 같아요. 기대 중입니다^^
Commented by 비둘기는... at 2007/03/09 20:40
그리고 "나는 썩어먹은 세상이 지극히 평범한 사람을 괴물로 만들 수도 있다라며 제시하는 듯한 소설의 직관이 마음에 들었다." 이 부분은 저도 참 공감해요. 평범함이 미덕이 아닌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괴물이 되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되어야만 하는 그런 불합리에 무척 공감했거든요.
Commented by 블랙아웃 at 2007/03/09 20:56
불쾌한 걸 넘어서 무서웠습니다. 공포 소설이었어요.
Commented at 2007/03/09 21:0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3/09 22:13
비둘기는/ 좋겠네. 잘 맞는 작가의 책들이 줄줄이 발간된다는건 정말 행복한 일인 것 같아.
나도 미야베 미유키의 마술류나 판타지류의 책을 읽고 싶지는 않아.
좋아하는 부류만 읽으면 되지, 뭐. 시간도 없는데.
어쨌거나 괴물을 키워내는 사회를 모여고라는 세상으로 축약해서 설명한건 대단하더라. 섬찟하고, 불쾌하고.

블랙아웃님/ 제가 공포소설 좋아하시는거 아시면서. ^^

비공개님/ 한 번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바쁠때라 확답은 못드리겠어요.
Commented by Ruii at 2007/03/10 00:27
이 소설 읽을까말까 고민했었는데, 시도해봐야겠어요~
Commented by 유진 at 2007/03/10 00:30
그로테스크 라는 단어가.. 뭐 그런 뜻 아닙니까.. ;;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3/10 03:16
Ruii님/ 시간 난다면 후회는 없으실겝니다. 하지만 불쾌 혹은 섬찟하기는 하실거에요.

유진님/ 뭐, 좋은 뜻은 아니죠. ^^;;
Commented by 제피 at 2007/03/10 15:30
저도 몇 일 전에 산 책입니다. 리뷰 정말 잘 봤습니다. 빨리 읽어봐야겠네요!
Commented by 정현 at 2007/03/10 16:47
오호!! 꼭 사서 보고 싶은 충동이 //ㅁ//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3/10 21:51
제피님/ 재미있게 읽으시기만 하시면 되겠네요. ^^

정현님/ 요즘 느끼는건데, 저도 은근히 낚시질을 잘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담없으시다면 한 번 쯤 읽어보세요.
사실 독서라는 것, 꽤 흐뭇한 행위거든요.
Commented by toluidine at 2007/03/11 15:23
그로테스크를 읽고 아임 쏘리 마마를 다시 읽고 있는 중인데 그로테스크의 심리묘사는 정말 혀를 내두르게 만들더군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많이 슬펐습니다. 주인공들이 현실의 자신의 모습을 계속 외면하다가 죽기전에 돌연 참모습을 깨닫는 부분에서는 눈물이 주르륵~. 가즈에의 이야기에 너무 공감해 버렸어요. 작년에 이어 기리노 나쓰오씨의 한국방문이 예정되어 있다고 하는데 꼭 보러가고 싶어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3/11 19:57
toluidine/ 나도 가즈에의 이야기가 가장 공감이 되더라. 정말 필사적인 발버둥으로 거기까지 갔는데도. 젠장할.
Commented by 熱くなれ at 2007/03/19 19:44
이 소설 꼭 사서 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읽고나서 불쾌감이 느껴진다니!! 정말 잊지말고 요번 귀국때는 꼭 챙겨서 들고 와야 겠습니다 ^^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3/19 22:30
熱くなれ님/ 이 녀석은 강추작입니다. 꼭 감상해보세요. ^^
Commented by seimei at 2007/03/26 18:00
결국 그 여성은 남성을 상처입혔나보군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3/26 18:19
seimei님/ 헤헤, 읽어보세요. 이런 작품은 한 번 쯤 읽어줘도 좋을 것 같거든요.
Commented by 우노히카 at 2007/11/24 20:19
일본의 책은 많이 좋아하지 않는 편이였는데 기리노 나쓰오, 오츠이치, 게이고의 책들을 보며 점점 그 생각이 바뀌어 가는 중이예요.
그로테스크는 하두 평들이 좋아서 '오호~ 이게 그렇게 엄청 좋단 말이지?'라고 생각하고 엄청난 기대 때문에 다 읽고 나니 초암울상태에서 '젠장... 그렇게 재미있진 않잖아'라는 생각과 '젠장... 아임 소리 마마를 사야겠군'이라는 생각이 동시에 충돌하는 기묘한 경험을 했습니다 ㅋㅋ
제 느낌이지만... 그로테스크 전반부는 가즈에의 매춘 일기를 위한 배경 설명이였던것 같아요. 가즈에의 매춘 일기는 제일 두꺼웠는데도 불구하고 페이지가 잘 넘어가더군요. 상당히 멋지고, 잘 쓰였고...

아임 소리 마마를 다 읽었는데 아임 소리 마마가 화끈한건 더 화끈하더군요. 그래도 남성적인 굵직한 문체와 스피드한 전개를 좋아하는 저로써는 아웃을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됩니다 ㅋㅋ;
어짜피 밀리언 셀러 클럽 책들을 모으고 있으니 사겠지만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11/26 15:04
우노히카님/ 전 아직 아임 소리 마마를 읽지 못했어요. 당분간은 경제학 서적만 볼 생각이라 볼 날이 요원하겠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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