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하탄

1. 언제가 되든 한 번 쯤은 인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영화 속의 대사(dvd).
"넌 마치 신이 내게 내려준 선물 같아. 신한테 따지고 덤비다가도 신이 널 가리키며 나쁜 것도 많이 만들었지만 얘도 만들었지 할거야. 그럼 더 이상 할 말이 없는거지."
어느 영화가 안 그렇겠냐만은 한글자막은 알렌의 수다에 있어 그 재미를 크게 반감시킨다. 아래는 영어대사.
"You know what you are? You're God's answer to Job, y'know? You would have ended all argument between them. I mean, He would have pointed to you and said, y'know, "I do a lot of terrible things, but I can still make one of these." You know? And then Job would have said, "Eh. Yeah, well, you win."
이 대사를 최근에 어디에선가 읽어본 것 같아 찾아봤는데, 우디알렌이 스칼렛 요한슨을 두고 한 말(Film2.0 김영, 스쿠프)
이더군. 확실히 이해할 수 있을 말이다.

2. 'Rhapsody in Blue'를 배경음악으로 뉴욕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이렇게 저렇게 표현하던 첫 장면부터, 'But not for me'가 흐르며 트레이시와 재회하는 장면까지의 재즈음악의 사용은 영화를 감상하는 이의 귀를 즐겁게 한다. 그리고 당대 최고의 촬영감독 중 한 명인 고든 윌리스가 보여주는 도시의 모습들은 아무 장면이나 뚝 떼어 바라보면, 그 자체로 하나의 예쁜 엽서나 사진이 된다. 그래서 감히 말하건대, [맨하탄]은 우디알렌의 수다가 없다고(당연히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하더라도 귀와 눈이 즐거울 작품이다. [맨하탄]을 볼 때마다 서울을 배경으로 한 예쁜 영화, 아니 서울 자체에 애정이 드러나는 그런 영화가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우디 알렌은 처음으로 이 작품을 와이드스크린으로 만들었는데, 확실히 와이드스크린으로 만들어진 작품을 보는 맛이 보다 낫다.

2007. 2. Arborday.

by ArborDay | 2007/02/04 16:58 | 단평/숏컷 | 트랙백 | 덧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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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cdc at 2007/02/04 17:02
인용하신 대사는 어쩌면 우디 앨런이 뉴욕에 대해 품고있던 생각일지도 모르겠군요 :) 결국 그는 뉴욕을 떠났지만 말이죠...OTL
Commented by 나무피리 at 2007/02/04 17:15
영어 대사가 정말로 훨씬 와닿는데요. ^^
우리말 대사를 보면 조용하게 의미가 느껴지고, 영어 대사를 보면 달뜬 듯한 느낌으로 의미가 느껴지기도 하구요.
우디 알렌의 영화는 많이 보진 못했지만 그만의 독특한 느낌이나 대사가 인상깊어요.
[스쿠프]도 그래서 곧 보러가려고 해요(우리나라판 포스터가 참 마음에 안들어요).

정말로, 이 드넓은 서울을 소재로 이쁜 영화 하나 나왔으면 좋겠어요.
번지르르한 영화말고, 소박하고 따뜻한 걸루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2/04 17:31
dcdc님/ 런던에서 만드는 영화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아요. 사실 뉴욕에 살아보지 못한 제 입장에서야, 우디알렌에 대한 제 애정은 뉴욕이 아닌 사람에 대한 애정이니까요. ^^

나무피리님/ 꼭 가서 보세요. 우디알렌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계시다면, 재미있고 편안한 감상이 되리라 생각해요.
제가 극장(CGV)에 갔을 때는 대략 십여명이 앉아 있었는데 저보다 나이 많으신 분이 절반 쯤 되더라구요. 그 분들은 재미있게 보신 것 같은 표정이었는데, 젊은 애들은 나가면서 적잖이 빈정거리더군요. 굳이 나누자면 나이 많은 사람 축에 속하는 것 같아 조금 슬펐습니다.
Commented by 이끼 at 2007/02/04 19:39
오랫만이죠? ㅎ_ㅎ 요즘 좀 바빠서요 ㅠ_ㅠ

우디알렌을 참 좋아하시는것 같아요. ㅎ_ㅎ 얼마전 개봉한 그놈목소리가 보고싶은데 시간이.....ㅠ_ㅠ
Commented at 2007/02/04 21:3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wideawake at 2007/02/04 22:26
'맨하탄'을 보다가 저 대사가 나오는 순간 캬-이 멘트 꼭 외워놨다가 적절한 아가씨가 생기면 바로 써먹고 말리라, 라고 다짐했었는데, 불행히도 아직까지 못 써먹고 있습니다. 하하.
'한나와 자매들'에서도 인상깊은 대사가 한 구절 있었는데, '빗방울보다도 작은 손이여' 였던가요.

서울에 대한 애정이라, 역시 우리에겐 '극장전'이 있지 않습니까. (남산타워) 저건 아무데서나 보이네 그려-
Commented by Ritsuko at 2007/02/05 00:50
원레 렙소디 인 불루가 뉴육을 위해서 만들어진 거나 다름없을 정도로 어울리지요. 판타지아 2000에서 뉴욕을 배경으로 만들었으니까요... 멘하탄 꼭 한 번보고 싶네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2/05 02:08
이끼님/ 네, 참 좋아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어깨에 힘 빼고, 솔직하고, 재미있게 말하는게 좋아요.

비공개님/ 블로그에 답변 남겨드릴께요. ^^

wideawake님/ 헤에, 아가씨를 못 만나신걸까요? 아니면 대사를 잊어버렸던걸까요? ^^
우디 알렌의 영화들, 참 써먹을만한 대사가 많죠.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나 쓰는게 좋을 법한 대사들도 많지만.
[극장전] 아직도 못 봤습니다. 저는 [생활의 발견] 이후로 홍상수의 영화에 대해 매너리즘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판결을 내려놓고는, 멀리 하고 있었습니다만 요즘 몇 가지 깨달음이 있어 다시 감상하려하는 중입니다. 그러니 wideawake님의 말씀에 대해서는 추후 검증을 해보도록 하지요.

Ritsuko님/ 정말 완벽하게 잘 어울리더군요. 그런데 그 곡 하나 뿐이 아니에요. 영화를 빼고 음악만 듣는다고 해도 어지간한 재즈 컴필레이션 음반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거든요.
Commented by newt at 2007/02/05 10:42
우디 알렌은 나이에 비해 까맣고 또렷한 눈동자를 가졌더라구요. 그래서 그 때묻지 않은(?) 표정이 가능한가봐요. 저런 멘트에 설득력도 실어주고..
Commented by 블랙아웃 at 2007/02/05 13:26
정말 좋아하는 영화고, 정말 좋아하는 대사에요. 무척 귀엽죠 :) 언젠가 저런 대사를 해주는 남자를 만난다면 좋을텐데! 하고 생각했었는데.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2/05 21:34
newt/ 그러게, 확실히 피부는 늘어져가는데 눈동자는 아이처럼 똘망똘망(?)하더라고. ^^

블랙아웃님/ 저 역시 그래요. 참 좋아하는 영화죠. 화면을 끄고 보고 있거나, 혹은 소리를 없애고 보고 있어도 끝까지 볼 영화에요. 조금 오버하자면. ^^
Commented by 북극찐빵 at 2007/02/06 00:48
Rapsody in Blue와 But Not For Me도 좋지만 Embraceable You, Someone To Watch Over Me, Love Is Here To Stay, Land Of The Gay Caballero, Blue Blue Blue까지.. 사운드트랙이 요렇게 알찬 영화도 드물 거에요^^ 물론 영화 안의 뉴욕도 눈에 땀나게 아름다웠고....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2/06 01:31
북극찐빵님/ 헤헤. 편의상 영화의 처음과 끝에 나오는 두 곡을 언급한거구요, 정말 사운드트랙 알차죠. 끝내준다니까요. ^^
Commented by 바스티스 at 2007/02/06 04:32
Rapsody -> Rhapsody

전 그 곡을 들으면 일단 디즈니의 판타지아부터 생각이 납니다. 너무 인상적이죠...ㅎㅎ 과연 거쉰은 천재적이었습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2/06 04:57
바스티스님/ 감사드립니다. 음, [판타지아]를 봐야겠네요. ^^
거쉰이 천재라는데 백 번 동감합니다!!
Commented by 바스티스 at 2007/02/08 09:26
아...유투브에 판타지아 랩소디 인 블루 영상이 사라졌네요. 이런....ㅡㅜ 저작권 때문에 힘듭니다. - -;;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2/08 10:30
바스티스님/ 어쩔 수 없죠, 뭐. 감사해요. ^^
Commented by wideawake at 2007/02/17 15:33
이번에 신나라서 우디 알렌 박스셋 할인을 하더군요!! 마침 수중에 갖고 있던 돈이 백원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이만 구천원, 신나라 매장을 배회하며 이걸 질러야되나 말아야되나 한창 고민하다 다섯 작품을 들여다보니, 아뿔싸, 이건 하나같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사무치게 명작들인 겁니다(슬리퍼의 경우는 논란의 여지가 있더라도). 비록 지갑은 텅 비었지만 어제 오랫만에 애니 홀과 다시 만나면서 즐거웠더랬습니다. (헌데 '나 같은 놈 가입시켜주는 클럽엔 갈 맘 없다'와 '나 같은 놈 만날까봐 클럽에도 안간다'중 뭐가 맞을까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2/20 14:58
wideawake님/ 아휴, 우디알렌 박스를 가지고 있지 않으셨다면 숨쉬기 전에 이미 지르셨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슬리퍼]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나머지 작품은 그야말로 덜덜덜 아닙니까. ^^
일년여를 눈에 보이지도 않던 녀석을 우여곡절 끝에 구해서 참 즐거웠는데 한 달도 지나기전에 저런 대박가로 풀어주다니 안타까움이 없는건 아니지만, wideawake님께 좋은 기회가 되었으니 나쁘지만은 않네요.
첫번째 대사를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기는 한데 과연 어떤게 정답인지는 모르겠네요. 어려워요.
Commented at 2007/04/24 12:0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mazzy at 2008/03/06 03:38
See~~~~~ I told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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