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시네마, 구로사와 기요시 대담.

후배와 함께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절규]를 감상했습니다. 이번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아무래도 이것 한 편 뿐일 것 같네요. 도저히 시간을 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과 봉준호 감독의 대담을 볼 수 있어서, 나름 저 개인에게 매우 보람된 영화제였다고 생각합니다. 둘 모두 정말 좋아하는 감독들이거든요. 아마 제게 한국과 일본에서 가장 좋아하는 감독을 꼽아보라고 물으신다면, 두 분 모두 1순위(적어도 2순위)에 꼽을겁니다.
솔직히 대담은 기대한 것보다는 깊숙히 들어가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조금 심도있는 이야기가 오가기를 바랬거든요. 자신의 공포영화들에 대한 일관된 사회적 시선이라든지, 영화들의 접점이라든지에 대한 이야기요. 물론 두 감독의 생각이나 경험들을 조금이라도 엿들을 수 있었던 것으로도 충분했지만, 그래도 조금 아쉬웠습니다. 

어쨌거나 기요시의 공포영화는 롱샷과 롱테이크, 그리고 빈번한 고정 샷을 통해 등장인물의 감정에 작위적으로 몰입하게 만들기보다는 객관적으로 화면을 바라보게 할뿐더러, 그 느린 호흡 때문에 저 공간들 중 언제 어디서 무엇이 나오게 될까를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주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스타일은 자칫하면 심심해지기 쉬운데, 기요시는 빛과 사운드 - 특히 인상적인 것은 사운드 - 를 효과적으로 사용함으로서 지속적으로 영화에 집중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물론 배우의 연기력도 대단하지만요, 그의 모든 공포영화에는 야쿠쇼쇼지가 나왔거든요. 그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흠흠). 깜짝 놀라게 하려는 순간적인 사운드효과는 그의 영화에 흔히 보이지 않지만, 분위기를 은근히 자아내기 위한 지속적이고 기괴한 혹은 일상적이면서 섬뜻한 느낌의 사운드나 그에 이어지는 정적 등은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그의 공포영화는 장르적 컨벤션과는 거리가 멀죠. 내용 자체도 전형적인 공포영화라기에는 너무 진지하고, 관념적이며, 사회적이지만. 어쨌거나 [절규]에서는 의도적인 놀래킴 장면이 나오길래 조금 의외다 싶었더니(맘먹고 하시니 그런 것도 잘하시더군요), 프로듀서(제이호러씨어터의 다카시게 이치게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가 제목을 [절규]라고 지어서 절규하는 장면을 하나 넣었다네요. 한참 웃었습니다. 

이런(꼭 같게 질문하지는 않았지만) 연출의도에 대해 봉준호 감독이 기요시 감독에게 물었는데, 찍다보니 그렇게 되더라라고 말하더군요. [강령]의 서플먼트에 수록된 영상(부산국제영화제였던것 같습니다)을 통해  자신은 영화를 찍으면서 영화에 대한 모든걸 배웠다고 이야기한 것을 들었기에, 찍다보니 그렇게 되더라라는 말이 전혀 이해가 안간건 아닌데 그래도 한참 감춰버린 느낌이 들어 아쉬웠어요. 놀라웠던 것은 화면을 장악하고 있는 느낌이 강함에도, 스토리보드를 전혀 쓰고 있지 않다는 것. 찍다보면 그렇게 된다는 말에 봉준호 감독 천재라는 말 외에는 잇지를 못하더군요. 스타일의 차이입니다. 개념치 마세요(그랬을거라 믿지만). 봉감독님도 충분히 천재일테니까. 

무엇보다도 아쉬웠던 것은 관객의 질문 시간이 없었던 것입니다. 사실 물어보고 싶은게 많았거든요. 딱 한 명 질문을 던졌는데 조금 안타깝더군요. [절규]는 제이호러씨어터라는 일종의 호러전문 제작사의 사업 일환으로 계획된 6편의 작품 중 네 번째 - [감염], [예언], [환생]이 이전 작품이었습니다 - 로 만들어진 작품(사실 이게 일본호러가 한참 붐일 때 만들어진 제작사의 작품이었는데, 만들던 중 인기가 떨어졌다라고 기요시가 말해서 청중을 웃게 하기도 했죠)이었는데, 제이호러씨어터의 여섯 작품을 구로사와 기요시의 6부작으로 생각하고 질문을 던졌더군요. 뜬금없는 질문이라 통역자도, 기요시 감독도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어 딱히 몇부작에는 의미가 없다는 대답을 하시는 것 같았어요. 정말 딱 한 번의 기회였는데. 끙. 위에 적어둔 제목정하기의 비화 - 이 질문에 대한 대답 중 나온 이야기였거든요 - 를 들은 것으로 만족해야죠, 뭐.

영화로 들어가서 봉준호 감독은 [절규]에서 [큐어]와 [회로]의 느낌이 많이 났다고 말했는데, 상당히 - 아니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물론 다른 영화의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확실히 두 작품 - 특히 [회로] - 의 느낌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일단 똑같은 형태의 연쇄살인이 다른 사람에 의해 자행된다는 점, 그리고 영화에서 설명하는 연쇄살인의 유도방법이 최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유령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결국 자신의 현재를 돌아보게하여 살인을 종용하는 점)은 [큐어]와 비슷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
람을 대상으로 한없이 뻗쳐나가 마치 종말이라도 온 듯, 황량한 도시를 비춰주던 결말부는 바로 [회로]의 그것이었죠. 천천히 걸어오는 귀신의 디테일이나, 유령이 머문 흔적인 검은 자욱이나, 사회를 보는 시선이나 외로움 등을 다룬 전반적인 정서까지 [회로]와 비슷했어요. 그래서 이 작품이 기요시 공포영화의 집대성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완결판 정도는 된 느낌입니다. 다른 말로는 새로운 무엇은 거의 없었던 느낌입니다. 영화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네요. 대충의 감은 잡았고 영화가 끝난 후 신나게 떠들어댔지만, 글로 정리가 잘 안 되어서 말이죠. 아차, 영화가 어땠냐구요? 당연하게도 좋았습니다(너무 당연해서 좋았다는 이야기를 쓰지도 않을뻔 했군요).

어쨌거나 대담은 참 재미있었습니다. 두 분의 농담도 농담이었지만, 그런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어요(너무 예의바른 것도 큰 재미는 없겠지만). 학회 등지에서 처절하게 치고받는 대담만 봤지, 서로가 서로의 팬이라는 식으로 이끌어가는 화기애애한 대담을 접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안타깝게도. 어쨌거나.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공포영화 감독이 찾아오면 찾아올 때마다 반드시 참석해야겠다 싶었습니다. 멀리는 못 가더라도 말이죠.


덧. 그나저나 [로프트]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마음 속의 응어리가 될 것 같아요, 아주. 

by ArborDay | 2007/01/29 15:24 | 영화잡담 | 트랙백(1) | 핑백(1) | 덧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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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ozzyz review at 2007/02/08 18:53

제목 : 구로사와 기요시와의 하루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2회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후원차 한국을 찾았다. 기요시를 만나는 것만으로 충분히 가슴 벅찬 일이지만, 그가 들고 온 신작 <절규>는 기요시 영화세계의 한 시기를 마감하는 최고의 선물이라 할 만하다. ‘구로사와 기요시-봉준호 대담’과 인터뷰, 그리고 몇 가지 시시콜콜한 사담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구로사와 기요시와의 하루. “서울아트시네마에는 두 번째 방문입니다. 구로사와 기요시라고 합니다.” 300석을 ......more

Linked at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블로그 :.. at 2008/01/16 01:43

... 추천. 여기도 죽이는 곳입니다. 4. 아벨페라라의 [악질경찰]을 보면서 만난 후배를 정말 오랫만에 본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바로 전에 만난 것이 작년의 친구들 영화제 - 구로사와 기요시의 [절규] 감상 - 였다는걸 알게 되어 경악스러웠습니다. 핑계댄 것이 무려 일년이라니. 너무 바쁜척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more

Commented by 산왕 at 2007/01/29 15:34
아 아쉽네요 ㅠ 미리 알았으면 어떻게든 달려갔을 텐데; 요즘 너무 관심을 안 기울였나 봅니다 orz
Commented by sesism at 2007/01/29 16:02
김성욱 프로듀서 왈, 기요시 감독이 봉준호 감독 대단한 사람이라는 얘길 하며 머리를 저었다는군요. 감독들의 괴짜스런 면모는 참 재미난 것 같아요. 루이스 브뉴엘의 <절멸의 천사>를 봤는데, 예전에 브뉴엘에게 누군가 그 영화에 등장하는 곰의 이유를 물으면서 소련을 뜻하는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냥 곰을 좋아해서 넣었다고 하더랍니다. 그 얘기 듣고도 많이 웃었어요. 관객과의 대화인데 질문할 시간이 없었다는 건 그 자리에 없었지만 저도 괜히 안타깝네요. 좋은 시간, 좋으셨겠어요. 봉준호 감독의 열정은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영화얘길 할때마다 얼굴엔 장난끼와 애정이 묻어나는데 그게 그렇게 재미나고 좋아보일 수 없어요. 정말 영화에 대해 즐거움을 가지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네버랜드 at 2007/01/29 16:32
저도 수요일에 하는 '절규'를 봐야 할거 같은데, 요번 상영에는 노리던 작품들이 대부분 시간대가 안맞아서 아쉬워요. "하녀"도 평일 낮에 두번 딱 해주고 말다니...-_-;;;;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1/29 16:55
산왕님/ 아이쿠, 안타깝네요.
저도 사실은 최근에는 관심조차 두지 못하고 지나가는 일들이 너무 많답니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죠.

sesism님/ 이번 영화제, 김성욱 프로듀서와 친분을 쌓았나봐요. ^^
제가 감독이라도 그냥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소품으로 넣을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런 뒷얘기도 한 재미죠.
봉준호 감독은 정말 천재입니다. 게다가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시선도 저와 비슷해서, 그에 대한 제 애정은 상당기간동안 지속될 것 같아요.

네버랜드님/ [하녀]도 스크린에서 한 번 쯤 보고 싶기는 했었는데, 시간내기가 참 곤란해지네요. 지금보다 몇 년 젊을 때는 마음만 먹으면 가능했었는데.
물론 핑계 없는 무덤이란건 없습니다만.
수요일에 꼭 다녀오세요. 기존작들을 좋아하신다면, 이번 작도 분명 마음에 들겁니다. 장담해요.
Commented by 비둘기는... at 2007/01/29 17:08
짤막한 감상평이나 쓰려고 했으나 관련 이미지가 없어서 생략했어요^^

그 날은 잘 들어가셨죠?^^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추천 고마워요^^
본편과 서플 포함해서 4시간 정도 되더군요.

서플(제작 다큐멘터리) 흥미롭더군요.
아오이 유우가 나오는 장면이 많지 않아서 조금은 실망했지만... 영화는 정말 지독했습니다.
(아오이 유우, 영화 내용과 벗어나서 정말 귀엽더군요. 아이쿠...^^)


여담으로 이와이 슌지 감독이 유작으로 하고 싶다는 말이 이해가 되기도 하네요.
(이렇게 아름다우면서 잔인하고 답답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영화 <절규>와 봉준호 감독님과의 대담도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얘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거든요^^


아, 그리고 <도플 갱어> 주말에 주문했습니다. <무릎과 무릎사이>, <기쁜 우리 젊은날>과 함께요.
이거, 지름의 끝은 어디인지, 아주 죽겠습니다...ㅠㅠ
그리고 사실은 오늘 아침에도 책 몇 권 주문했어요(쿠폰이 이번 달까지이고, 책 자체 할인도 이번 달까지라 어쩔 수 없이..ㅠㅠ)


암튼 이런 유익하고 좋은 영화를 상영하는 자리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Commented by toluidine at 2007/01/29 18:02
이거 개봉은 과연할까요? 보고 싶었는데, 역시 여의치 않아서 못봤어요. 이미 매진이 되어 그런 것도 있지만, 역시 현장예매를 할 수 없는 입장이니... 게으름을 탓해야 겠습니다. ㅜㅡ

기요시 영화에서는 음악 조차 그냥 음향처럼 들리는 것 같아요. 맞는 표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알 수 없는 사운드가 계속해서 들리니.. 음악도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절규라니 왠지 외롭고 절망적인 뭉크의 절규와 연상이 되네요.
Commented by 김응일 at 2007/01/29 19:20
햐~ 정말 좋은 시간을 보내셨네요. 저도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여기저기 기웃거려야 할 것 같아요.. ㅡ.ㅡ;;
Commented by 연주 at 2007/01/29 19:37
토요일 2시에 이 프로그램 보고 집에서 절규했어요...
한시간만 일찍 알았어도 갈 수 있었는데 ㅠㅠ (어차피 매진이였다면 차라리 다행)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1/29 20:16
비둘기/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영화 정말 좋지? 아오이 유우가 나오는 장면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너무 귀엽고 아프게 나와서, 이 작품부터 그녀에 대한 애정이 시작된 작품이기도 하지. 내가 본 영화 속의 합창 장면 중 가장 지독하면서도 현실적인 장면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모두 좋은 지름이라고 생각해. 까짓거 빚지고 지르는거 아니면, 괜찮지 않겠어.

toluidine/ 그 딱 한 명의 질문에 뭉크의 [절규] 얘기가 나왔는데, 프로듀서가 그냥 [절규]하재서 했다더라.
기요시 영화에서만큼 사운드가 효과적으로 쓰이는 영화도 없는 것 같아. 나는 [큐어]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소름이 돋더라. 최면에 걸릴 것 같아서. ^^

김응일/ 자네야 회사에서 가라는 시사회만 가도 시간이 모자라지 않은가. ^^

연주님/ 캬, 절규하셨군요. 그런데, 현장 매진도 일찌감치 되었답니다. 다행이세요.
Commented by asd at 2007/01/29 21:41
아...정말 눈물나게 감사합니다.
사정상 토요일 기요시 감독님과의 대화 / 일요일 복수는 나의 것 모두 놓쳤습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어디선가 후기가 올라오지 않을까 ? 하고
이곳 저곳 오매불망 기다렸는데...

정말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그 시간이 재미있었다고 하니, 솔직히 배가 아픈건 감출수가 없군요..^ㅗ^
다음에는 꼭꼭꼭~~~ 참석하고 싶네요. 부러워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1/29 23:16
asd님/ 아, 후기가 많이 안 올라왔나봅니다. 안타깝군요.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Commented by reme19 at 2007/01/30 01:42
매진됐던 바로 그... ㅜㅜ 부럽습니다...
Commented at 2007/01/30 08:3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미디어몹 at 2007/01/30 09:19
arborday 회원님의 상기 포스트가 미디어몹에 링크가 되었습니다.
Commented by Elliott at 2007/01/30 10:51
영화보다도, 기요시 감독을 대면할 수 있었다는 게 무척이나 부럽습니다.
저도 '회로'나 '큐어'는 너무 좋아하거든요. 그나저나 이번 시네마떼끄 영화제 반응들이 좋아서 다행입니다. 좋은 소식이 좀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솔리드 at 2007/01/30 17:36
굉장히 부러운 문화체험인데요..매우 부럽구요..저도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찾아가고 싶네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1/30 20:30
reme19님/ 진작 매진되어버렸더라구요.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관객들도 많이 참석한 것 같았어요.

비공개님/ 일단 가입은 해뒀는데. 사실 저도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은 진작부터 했습니다만, 워낙 실력이 출중하신 분들이 활동하시는 곳이라 겁에 질려 그만.
그렇게까지 말씀해주시니 정말 송구스러운 느낌이라, 흔쾌히 달려갔는데 막상 어느 게시판이 어울릴지도 잘 모르겠어요. ㅠㅠ
언젠가 극장, 아니면 다른 곳에서라도 한 번 쯤 뵙고 싶습니다. 정말이에요.

미디어몹님/ 감사드립니다.

Elliott님/ 오, [회로]와 [큐어]를 좋아하시는군요. 그렇다면 이 영화도 좋았을터인데.
기요시를 멀리서나마 바라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감독과의 대화는 이번이 몇 번째인지 잘 모르겠는데, 감독 간의 대담은 처음이었어요.
더욱 좋더군요. ^^

솔리드님/ 다음에는 함께 할 수 있기를. ^^
Commented by wideawake at 2007/02/02 00:18
이번에 '구로자와 기요시의 영화학교'에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 봉 감독님과의 대담은 놓쳐버렸지만, 그제 뒤늦게 '절규'를 관람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큐어' 만큼은 못했지만 인상적인 작품이었어요. 뭐랄까, 확실히 '큐어' 풍의 세기말적 서늘함도 느껴지고, 잿빛 하늘을 꽉 채우며 새떼가 날아가는 히치콕을 연상시키는 장면도 좋더군요. 극중 대사처럼, 그야말로 세상 모든 자들 '다 죽어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요.

아, 그리고 '로프트'의 괴이함을 좀 이해할 것도 같았습니다. 상영 내내 저를 포함한 다수 관객들이 실소를 터뜨리는 장면이 몇몇 있었는데, 그게 '로프트'때도 비슷한 맥락으로 그랬었거든요. 그건 영화 내에서 '귀신'이란 존재가, 보통 우리에게 익숙한 범위를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로프트'때는 기요시란 감독에 대한 정보 없이, 그저 단순한 호러 영화를 기대하고 영화를 접했다 그런 당혹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큐어'란 영화에서 느껴졌던, 또 실로 다양한 영화들이 자신에게 끼친 영향을 언급하던 기요시라는 감독은 확실히 단순한 호러영화의 틀 안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를 이야기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이거 원 '회로'도 빨리 보아야 할텐데.

...헌데 '로프트' 언급을 너무 많이 했나;;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2/02 15:13
wideawake님/ 영화학교에 참석하셨군요. 전 고심하다가 둘 중 하나를 택했답니다. 아, 세상 모든 자들이 '다 죽어버릴 것만 같은' 그런 장면은 [회로]에도 나온답니다. 굳이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절규]보다는 [회로] 쪽이 마음에 드네요. 강추합니다.
설명을 들으니 wideawake님이 어떤 지점에서 [로프트]에 당황하셨는지를 감잡을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기요시의 작품은 전형적인 공포영화는 아니거든요. [로프트] 개봉에 대한 희망을 걸 수 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꼭 볼 수 있었으면 하네요. 귀동냥이라도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언급 더 해주셔도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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