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29일
남자도 빤스다 - 올드미스다이어리
[내용공개 있습니다, 주의하시기를]
나는 노처녀를 다룬 영화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남자만 생기면 그네들의 삶이 완전히 바뀌는 여자처럼 그려지는게 싫어서 - 그것이 사실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단지 남자 하나 없을 뿐인데, 어디에서도 당당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게 싫어서. 하지만 이 영화를 감상하고, 이같은 편견은 단순한 나의 무지의 결과였음을 깨달았다. [올드미스다이어리]는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빤스라고. 단지 빤스 한 장 입고 싶었던 것으로 바꿨을 뿐인데, 그 할머니들은 얼마나 당당하고 행복해졌는가(웃음을 참지 못하며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것을 보시라).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게, 노처녀에게는 남자일 것이다. 따라서 남자도 빤스다. 노처녀는 남자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채움으로써 행복해지는 것이라는(노총각도 마찬가지일테지만), 그래서 노처녀물(?)의 진정한 매력은 수동적인 여성상이 아닌 능동적인(욕구하는) 여성상에 있었다는 그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나만 몰랐다.
[올드미스다이어리]는 단순하게 노처녀의 로맨스를, 코믹한 터치로 그려내는 것에 만족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그보다는 좀 더 보편적인 삶에 대한 태도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래서 [올드미스다이어리]는 무척이나 큰 야심을 가진 영화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결론만 말하자면, 그 같은 야심은 어느 정도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느껴진다. 한마디로 느낌이 상당히 좋았다는 뜻이다. TV에서의 연출과 스크린에서의 연출 상에는 우월관계가 존재하지 않고 단지 매체의 특성 차이에 불과하기에 어디에서도 먹힐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보여준 김석윤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
영화는 크게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둘째 할머니의 로맨스, 다른 하나는 펀드와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자의 로맨스. 이 세 가지의 이야기를 통해 감독은 우리네 삶에 널려있는 씁쓸한 모습을 돌아보는 동시에, 각각의 캐릭터들의 행동을 통해 이런 세상에 대한 자신의 태도 역시 드러낸다. 돌아가기보다는 정공법으로 부딪히라는 간결하고도 힘있는 방식.
둘째 할머니는 연애나 한 번 해보고 죽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첫째 할머니의 조언을 받들어, 남자를 후리기 위해 작전도 짜보고 빙빙 돌아가지만 얻는 것은 창피스러움 뿐이다. 하지만 그녀가 죽을 힘을 다 내어 던진 진정한 고백. 그녀는 말한다. 찍어내리듯, 키스해보니, 정말 좋다고. 진즉 이렇게 살것을 왜 아웅다웅 살았는지 모르겠다고. 둘째 할머니가 얻을 로맨스는 부가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살고 싶다며 저승사자와 맞짱을 뜨는 욕쟁이 할머니가 살아남은 이유도 같은 맥락. 돈을 모으기 위해 펀드를 들었던 삼촌은 그 펀드로 끔찍한 날을 보낸다. 그의 결론은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보통예금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 부를 추구하되 자신의 노력 이외의 다른 것을 원하지 않는 태도. 이상은 모두 욕망에 충실하되, 돌아가지 않는 정공법에 대한 일종의 예찬이다.
너무 묵직하게만 영화를 소개한 것 같은데, 사실 모든 것을 떠나 [올드미스다이어리]는 재미있다. 그것도 무지하게.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예지원이 있다. 그녀는 [미녀는 괴로워]를 보고 김아중 만세를 외친치 3일도 지나지 않은 나의 예찬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녀가 보여준 코미디, 과연 누가 그녀를 대신할 수 있을까?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지하철 장면과 사다꼬 장면은 정말 최고다. 마지막으로 불만 하나. 미자가 박PD의 낭심을 갈겨줬더라면, 얼마나 통쾌했을까.
2006.12.Arborday
나는 노처녀를 다룬 영화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남자만 생기면 그네들의 삶이 완전히 바뀌는 여자처럼 그려지는게 싫어서 - 그것이 사실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단지 남자 하나 없을 뿐인데, 어디에서도 당당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게 싫어서. 하지만 이 영화를 감상하고, 이같은 편견은 단순한 나의 무지의 결과였음을 깨달았다. [올드미스다이어리]는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빤스라고. 단지 빤스 한 장 입고 싶었던 것으로 바꿨을 뿐인데, 그 할머니들은 얼마나 당당하고 행복해졌는가(웃음을 참지 못하며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것을 보시라).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게, 노처녀에게는 남자일 것이다. 따라서 남자도 빤스다. 노처녀는 남자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채움으로써 행복해지는 것이라는(노총각도 마찬가지일테지만), 그래서 노처녀물(?)의 진정한 매력은 수동적인 여성상이 아닌 능동적인(욕구하는) 여성상에 있었다는 그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나만 몰랐다.
[올드미스다이어리]는 단순하게 노처녀의 로맨스를, 코믹한 터치로 그려내는 것에 만족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그보다는 좀 더 보편적인 삶에 대한 태도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래서 [올드미스다이어리]는 무척이나 큰 야심을 가진 영화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결론만 말하자면, 그 같은 야심은 어느 정도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느껴진다. 한마디로 느낌이 상당히 좋았다는 뜻이다. TV에서의 연출과 스크린에서의 연출 상에는 우월관계가 존재하지 않고 단지 매체의 특성 차이에 불과하기에 어디에서도 먹힐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보여준 김석윤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
영화는 크게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둘째 할머니의 로맨스, 다른 하나는 펀드와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자의 로맨스. 이 세 가지의 이야기를 통해 감독은 우리네 삶에 널려있는 씁쓸한 모습을 돌아보는 동시에, 각각의 캐릭터들의 행동을 통해 이런 세상에 대한 자신의 태도 역시 드러낸다. 돌아가기보다는 정공법으로 부딪히라는 간결하고도 힘있는 방식.
둘째 할머니는 연애나 한 번 해보고 죽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첫째 할머니의 조언을 받들어, 남자를 후리기 위해 작전도 짜보고 빙빙 돌아가지만 얻는 것은 창피스러움 뿐이다. 하지만 그녀가 죽을 힘을 다 내어 던진 진정한 고백. 그녀는 말한다. 찍어내리듯, 키스해보니, 정말 좋다고. 진즉 이렇게 살것을 왜 아웅다웅 살았는지 모르겠다고. 둘째 할머니가 얻을 로맨스는 부가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살고 싶다며 저승사자와 맞짱을 뜨는 욕쟁이 할머니가 살아남은 이유도 같은 맥락. 돈을 모으기 위해 펀드를 들었던 삼촌은 그 펀드로 끔찍한 날을 보낸다. 그의 결론은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보통예금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 부를 추구하되 자신의 노력 이외의 다른 것을 원하지 않는 태도. 이상은 모두 욕망에 충실하되, 돌아가지 않는 정공법에 대한 일종의 예찬이다.
너무 묵직하게만 영화를 소개한 것 같은데, 사실 모든 것을 떠나 [올드미스다이어리]는 재미있다. 그것도 무지하게.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예지원이 있다. 그녀는 [미녀는 괴로워]를 보고 김아중 만세를 외친치 3일도 지나지 않은 나의 예찬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녀가 보여준 코미디, 과연 누가 그녀를 대신할 수 있을까?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지하철 장면과 사다꼬 장면은 정말 최고다. 마지막으로 불만 하나. 미자가 박PD의 낭심을 갈겨줬더라면, 얼마나 통쾌했을까.
2006.12.Arbor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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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추천 덕분에 재미있게 감상했네. 땡큐.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접하게 되었는데, 그 뒤로 팬이 되어버렸달까. 그래요^^
예지원, 참 괜찮은 배우다 싶어요.
생활의 발견보다는, 역시 올미다가 더 어울리구요^^;;;;
Moratorium님/ 저도 사다꼬 장면에서 숨이 멎을 뻔 했습니다. 전 예지원만 쳐다보느라, 지현우에는 관심도. 퍽.
나무피리님/ 제 여자친구도 시트콤을 종종 보더라구요. 저도 챙겨봤어야 하는데. ㅠㅠ
말씀처럼 [생활의 발견]보다는 [올미다]가 훨씬 더 잘 어울리는 듯 싶어요.
정호씨님/ 아, 그랬나요? 시트콤을 봤었어야 하는데. ㅠㅠ
아버지인 임현식과 친구들의 비중이 줄은건 아쉬웠지만 정말 즐거운 영화였어요'ㅂ'
디드리트님/ 왜 미자만 나와? 이런 생각은 저도 했었지만, 어쩔 수 없는 극장판의 한계였을 것 같습니다. 나름 성공적으로 추렸다는 생각도 들구요.
미디어몹님/ 감사드립니다.
http://www.film2.co.kr/feature/feature_final.asp?mkey=4136
기본적으로 한국에 슬랩스틱이 가능한 배우가 많지 않다. 개그맨 중에서도 기껏해야 심형래와 이병진 정도다. 여배우 중에서는 거의 전무하다 싶을 정도로 드물고. 물론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와전된 느낌의 슬랩스틱을 하는 과잉 연기자들은 많지만 진짜 몸동작으로 사람을 웃길 수 있는 이는 찾을 수 없다. 예지원의 슬랩스틱은 천부적이라 할 만큼 자연스럽다. 이 탁월한 힘은 연출의 몫이 아니라 온전히 배우의 능력에서 나오는 거다. 게다가 예지원이 현장에서 하도 사고를 많이 치다보니,(웃음) 그게 그대로 아이디어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젠 그냥 '이때쯤 되면 쟤가 무슨 사고를 칠거야' 싶어 기대하고 있을 정도다. 내 역할은 그냥 수위조절이다. 이 정도는 좋아, 이 정도는 머리 핀 꼽은 애 같은데? 이렇게.
사다꼬. 그 한 순간 때문에라도 반드시 dvd를 구입하려 합니다.
노처녀라고 하면 그리도 여성 차별적이고 뭔가 문제있어 보일까요?
솔직히 모든 면에서 "미녀는 괴로워"보다 더 좋은 영화라 생각합니다.
헬몬트님/ 글쎄요. 듣기에 따라 다르겠죠.
어쩌면 술취한 연기도 사다꼬 모습도 자연스럽던지.... 예지원이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을까, 생각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