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52. 데빌타운

     영화의 내용은 정말 뻔하다. 한 조그마한 마을에는 늙은이들이 살고 있고, 이 마을로 여행을 오는 젊은이들을 납치한다. 납치 후 그들의 피를 뽑아 수혈을 받고, 그들을 생체실험함으로써 자신들의 생명을 늘려가는 늙은이들. 정말 전형적인 세대간 갈등을 다룬 이야기이다. 생명을 늘리는 방법이란게 설득력이 있거나, 영화 자체의 매무새가 좋은 것도 아니다. 볼만한 장면이 있거나, 긴장감에 덜덜 떨게 하는 것도 아니다. [데빌타운]은 그저 뻔하고 잽싸게 만들어진 날림 영화일 뿐이다.

     하지만 이 뻔한 작품은 의외로 사랑할만한 구석이 많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떠나버린 젊은이들을 증오하고, 자신들이 더 많은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고 있기에 우월하다라고 생각하는 늙은이들. 하는 짓이라고는 연애질밖에 없어 보이는 젊은이들. 세대간의 갈등구조를 상투적으로 만들어냈던 전반부와는 달리, 후반부에 이르러서 이 작품은 자신만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준다.

     부연설명하자면 영화는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젊은이들을 해하는 탐욕스러운 노인상을 그려내는 것에서 더 나아가 급기야 그들을 산송장들, 즉 좀비 - 자동차 포위씬과 느릿느릿한 노인들의 걸음에서 충분히 좀비를 연상하고도 남는다 - 라고 떠들어대는 과격함을 보인다. 인구가 666명이라는 - 이 실소를 자아내는 - 사악한 마을(evil town)이란 늙은이들에 의해 돌아가는 시골 - 정이 넘치는 곳이 아니라 - 이라고 외치는 노골적 조롱, 이는 보수적 꼰대들에 대한 절제하지 않은 독설일 뿐더러 기존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좀비물의 독특한 변형(외관상의 좀비는 아니지만 차용한건 사실이다)으로도 볼 수 있다.

     물론 늙은이에게 던지는 조롱질에 완전히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꼰대'라고 불릴 늙은이들도 많지만, 배우고 따라야 할 '어른들'도 많으니까. 솔직히 말해 나쁜 것은 늙은이도, 젊은이도 아닌, (화합의 가능성을 보이지 않은 채 극단으로만 달려가는) 세대간 갈등이 아니겠는가.


     . 자막 싱크도 맞지 않고, 화질도 열악한 비디오테이프에 아직까지 매달리는 단적인 이유가 바로 이런 작품들을 만나는 것에 있습니다. imdb 2.6이라는 놀라운 평점에도 불구하고.
 

by ArborDay | 2006/12/26 17:34 | 호러비디오 | 트랙백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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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겜퍼군 at 2006/12/26 18:42
저 자켓 자막중에 [연인끼리 숲속 사랑.. 잠깐 뒤를 보라 앗] 이거 압권이군요. 왠지 요즘같은 커플들이 좋아라 하는 시즌에 봐서 그런거 다 팍팍 와닫네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12/26 21:56
겜퍼군님/ 하핫. 하지만 숲속에서... 라기엔 좀 춥죠? ^^
Commented by yosuda at 2006/12/26 23:00
설정이 재미있네요. 저런 괴한 설정을 의외로 좋아해서..
근데 한글제목은 데빌타운인데, 영어는 에빌타운이라고 되어있어요..^^;;;
Commented by 오드아이 at 2006/12/27 01:08
애니메이션인 줄 알았네요 ㅋ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12/27 02:10
yosuda님/ 예, 한제는 붙이기 나름이니까요. 어쨌거나 저런 괴한 설정을 저도 무척 좋아합니다. 살짝 바뀐 독설들. 재밌잖아요?

오드아이님/ 그림으로 그려진 커버들은 제법 많답니다. 그런 녀석들은 허접해보여서, 가급적 들고 오는 편이죠.
Commented by newt at 2006/12/27 02:33
허접해보여서 들고 오는 편이라니.. 웃고 갑니당. ㅋㅋ
Commented by 미디어몹 at 2006/12/27 09:51
arborday 회원님의 상기 포스트가 미디어몹에 링크가 되었습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12/27 11:42
newt/ 허접한 작품이 좋은걸, 어쩌나.

미디어몹님/ 감사드립니다.
Commented by 몽중인 at 2006/12/27 12:59
비됴가게 음침한 구석에 숨어있는 호러물들을 눈대중으로라도 대부분 익혔다고 생각했는데, ArborDay님은 언제나 새로운 영화를 뽑아 오시네요.
헌데, 더 놀라운 일은 제목만 보고 그냥 지나쳤을 호러물도 이 공간에 선택받기만 하면 기묘한 아우라를 부여받는 것입니다.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블로그’의 미스터리는 진행 중입니다. ^^
Commented by 雅人知吾 at 2006/12/27 14:05
원제가 Evil Town인가요?
Commented by 김응일 at 2006/12/27 23:43
아.. 시네마떼끄에서 진정으로 갖춰줘야 할 작품들 ^^
Commented by 솔리드 at 2006/12/28 10:35
'젊은이들이여,노인을 조심하라'..
제법 신선한 내용처럼 보이는데요..
또 한번 말해봅니다..이걸 어디가면 볼수있나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12/28 14:06
몽중인님/ 오호, 그건 저도 모르는 미스터리군요. 그 비밀이 풀리면(^0^) 부디 제게도 일러주세요. ^^

雅人知吾님/ 넵. Evil Town 입니다.

김응일/ 호러전용 시네마떼끄 같은 것, 하나 만들고 죽고 싶었는데.

솔리드님/ 제게 오면 볼 수 있습니다. 라는건 너무 무책임한 이야기고.
조만간 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Commented by seimei at 2007/01/19 16:47
전 표지가 더 웃긴데요...ㅎㅎ

내용자체는 노인경시풍조라 해야할지,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라 해야 할지..좀 씁쓸한데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1/19 18:18
seimei님/ 세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들은 두 가지 측면 모두 설명이 가능한 것 같아요.
그런 설명을 들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립할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생각하면서 씁쓸함을 상쇄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요.
영화 자체는 조금 우스꽝스럽기 때문에, 그리 씁쓸해하지 않을 수도 있답니다. 다른 의미에서라면 몰라도.
Commented by 헬몬트 at 2007/03/11 20:41
표지 뒷면 빵빵 가슴여인이 더 눈이 갑니다..컥!
Commented by 헬몬트 at 2007/03/11 20:42
노인 경시풍조라면?

트로마가 배급한 벨기에 호러 <미친 할머니들-정우씨네마로 광란 25시로 출시된 래비드 그래니스>도 들어가겠군요
두 할머니가 괴물이 되어 친손들을 물어뜯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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