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10일
8월의 크리스마스
[8월의 크리스마스]는 [접속], [미술관옆동물원]으로 이어지던 멜로물의 변화의 선상에 있었던 작품으로, 허진호 감독의 데뷔작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매우 좋아합니다. 그 이유는 [8월의 크리스마스]가 절제된 카메라를 통해 자연스럽게 감정선을 따라가도록 만들고 있고, 죽음에 대한 관조적인 - 무덤덤한 - 관점과, 세련된 화법도 마음에 쏙 들고, 거기에 덤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두 배우의 모습까지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영화 전체를 주도하는 정서는 죽음에 대한 것입니다. 학교운동장, 병원, 친구부모의 상, 활어회집, 그리고 사진관. 영화에서 나오는 그 어떤 장소라도 죽음을 연상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인간의 삶에서 죽음이란건 뗄 수 없는 것이니까요. 농담처럼 술먹고 죽자는 말을 내뱉고, 귀신(죽은자들)얘기를 합니다. 이러한 죽음을 바라보는 카메라는 한 걸음 떨어져 있습니다. 고통에 몸을 떠는 정원의 모습은 거의 보여지지 않고, 왜 죽게 되는지에 대한 병명조차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영화는 죽음과 관련한 장면 내에 다른 인물들을 더함으로써, 죽음과 삶을 혼재시켜 버립니다. 예를 들어 학교운동장에서 죽어버린 어머니를 생각했다라는 정원의 나레이션과 함께 보이는 것은 운동장에서 장난을 치는 소년들이고, 병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친구부모의 장례식에서는 산사람은 먹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장난을 치는 소년들이 지나갑니다. 물고기를 토막내는 상인의 모습을 바라보지 못하는 정원과, 찡그리며 바라보는 아버지의 장면 다음에 오는 장면은 모여서 식사를 하는 가족들의 모습이구요. 할머니에게 독사진 - 영정사진 - 을 찍으라고 권하면서, 다른 가족들은 생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같은 장면들은 정원의 죽음을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분으로 덤덤하게 받아들이게 합니다.
동시에 [8월의 크리스마스]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구체적으로 그것들을 변화시키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죽음을 맞습니다. 8월의 뜨거운 더위도 몇 달이 지나면 크리스마스의 추위로 변합니다. 영화의 배경인 초원사진관은 그 같은 변화를 체감하도록 만들 수 있는 공간입니다. 사진첩을 뒤질 때 가슴 한 편이 아련한 이유는 사진들이 지나간 날의 감정을 변하지 않은 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사진을 보는 그 순간의 감정은 그 때와 같지 않기 때문에, 그 감정들은 추억이 되고 말지요. 사람은 대부분 추억을 아름다운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나간 것에 대해 관대하지요. 그래서 [8월의 크리스마스]는 죽음을 다루었지만, 꽤나 예쁘고 아련한 이야기로 들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영정사진을 스스로 찍는다는 설정 때문에 주인공의 직업을 사진사로 정한 것은 정말 근사한 설정이었던 것 같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8월의 크리스마스]는 보면 볼수록 슬픈 영화입니다. 밥을 다 먹었냐고 말하며 상을 치우려는 여동생의 손을 뿌리치고 우걱우걱 남은 잔반을 입에 말 그대로 쳐넣는 정원의 모습에서 삶에 대한 집착이 느껴질 뿐만 아니라, 아버지에게 남길 여러가지의 작동법을 작성하는 그 심정도,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갈구하는 그 마음도, 농담이나 술기운이 아니고서는 내뱉을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도 가슴 한 켠을 아프게 하기는 충분합니다. 아버지 주무시는 틈에 피지도 못하는 담배에 불을 붙인 후 혼자 그것을 태우는 심정을 상상해보고 있자면, 그저 슬플 따름이지요. 하지만 기분나쁘지 않은 눈물입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억지스럽게 쥐어짜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요. 눈물에도 품격이 있다고 해야할까요? 고민스럽네요.
덧 1. 이 영화 엔딩에서의 나레이션은 [번지점프를 하다]의 그것과 함께 어지간해서는 잊혀지지 않는 힘이 있다 싶네요.
덧 2. 이 영화에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기타곡 - 무지하게 쉬운 곡입니다만, 물론 쉬운 곡을 잘 지키가 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 인 [La grima]가 두 부분에 나옵니다. 이 곡은 전반부는 조금 밝지만 후반부는 상당히 무거운데, 비오는 날 한석규가 잠에 들지 못하고 아버지 옆에 가서 잠들던 그 장면에 후반부가 나옵니다. 그 곡명과 감정이 어울려 더욱 슬퍼지네요. 음악을 첨부함과 동시에 설명에 필요한 스틸들을 캡쳐하려고 했는데, 컴퓨터의 dvd롬이 하필 이 작품 dvd를 못 읽는군요. 안타깝습니다. ^^;;
이글루스 가든 - 내맘대로 영화해석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영화 전체를 주도하는 정서는 죽음에 대한 것입니다. 학교운동장, 병원, 친구부모의 상, 활어회집, 그리고 사진관. 영화에서 나오는 그 어떤 장소라도 죽음을 연상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인간의 삶에서 죽음이란건 뗄 수 없는 것이니까요. 농담처럼 술먹고 죽자는 말을 내뱉고, 귀신(죽은자들)얘기를 합니다. 이러한 죽음을 바라보는 카메라는 한 걸음 떨어져 있습니다. 고통에 몸을 떠는 정원의 모습은 거의 보여지지 않고, 왜 죽게 되는지에 대한 병명조차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영화는 죽음과 관련한 장면 내에 다른 인물들을 더함으로써, 죽음과 삶을 혼재시켜 버립니다. 예를 들어 학교운동장에서 죽어버린 어머니를 생각했다라는 정원의 나레이션과 함께 보이는 것은 운동장에서 장난을 치는 소년들이고, 병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친구부모의 장례식에서는 산사람은 먹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장난을 치는 소년들이 지나갑니다. 물고기를 토막내는 상인의 모습을 바라보지 못하는 정원과, 찡그리며 바라보는 아버지의 장면 다음에 오는 장면은 모여서 식사를 하는 가족들의 모습이구요. 할머니에게 독사진 - 영정사진 - 을 찍으라고 권하면서, 다른 가족들은 생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같은 장면들은 정원의 죽음을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분으로 덤덤하게 받아들이게 합니다.
동시에 [8월의 크리스마스]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구체적으로 그것들을 변화시키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죽음을 맞습니다. 8월의 뜨거운 더위도 몇 달이 지나면 크리스마스의 추위로 변합니다. 영화의 배경인 초원사진관은 그 같은 변화를 체감하도록 만들 수 있는 공간입니다. 사진첩을 뒤질 때 가슴 한 편이 아련한 이유는 사진들이 지나간 날의 감정을 변하지 않은 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사진을 보는 그 순간의 감정은 그 때와 같지 않기 때문에, 그 감정들은 추억이 되고 말지요. 사람은 대부분 추억을 아름다운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나간 것에 대해 관대하지요. 그래서 [8월의 크리스마스]는 죽음을 다루었지만, 꽤나 예쁘고 아련한 이야기로 들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영정사진을 스스로 찍는다는 설정 때문에 주인공의 직업을 사진사로 정한 것은 정말 근사한 설정이었던 것 같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8월의 크리스마스]는 보면 볼수록 슬픈 영화입니다. 밥을 다 먹었냐고 말하며 상을 치우려는 여동생의 손을 뿌리치고 우걱우걱 남은 잔반을 입에 말 그대로 쳐넣는 정원의 모습에서 삶에 대한 집착이 느껴질 뿐만 아니라, 아버지에게 남길 여러가지의 작동법을 작성하는 그 심정도,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갈구하는 그 마음도, 농담이나 술기운이 아니고서는 내뱉을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도 가슴 한 켠을 아프게 하기는 충분합니다. 아버지 주무시는 틈에 피지도 못하는 담배에 불을 붙인 후 혼자 그것을 태우는 심정을 상상해보고 있자면, 그저 슬플 따름이지요. 하지만 기분나쁘지 않은 눈물입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억지스럽게 쥐어짜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요. 눈물에도 품격이 있다고 해야할까요? 고민스럽네요.
덧 1. 이 영화 엔딩에서의 나레이션은 [번지점프를 하다]의 그것과 함께 어지간해서는 잊혀지지 않는 힘이 있다 싶네요.
덧 2. 이 영화에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기타곡 - 무지하게 쉬운 곡입니다만, 물론 쉬운 곡을 잘 지키가 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 인 [La grima]가 두 부분에 나옵니다. 이 곡은 전반부는 조금 밝지만 후반부는 상당히 무거운데, 비오는 날 한석규가 잠에 들지 못하고 아버지 옆에 가서 잠들던 그 장면에 후반부가 나옵니다. 그 곡명과 감정이 어울려 더욱 슬퍼지네요. 음악을 첨부함과 동시에 설명에 필요한 스틸들을 캡쳐하려고 했는데, 컴퓨터의 dvd롬이 하필 이 작품 dvd를 못 읽는군요. 안타깝습니다. ^^;;
이글루스 가든 - 내맘대로 영화해석
# by | 2006/11/10 15:33 | 비호러 | 트랙백(1) | 덧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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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8월의 크리스마스]
1. [8월의 크리스마스]는 싸이더스의 전신인 우노 필름의 첫 작품이자 허진호 감독의 장편 데뷰작이기도 합니다. 검증 안된 신인 감독을 쓰면서 당시 최고의 톱스타였던 한석규, 심은하를 캐스팅한 건 캐스팅 비용을 감안하고서라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함이었을 겁니다. 흥행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그것만이 아닙니다. 좋은 각본과 능력 있는 감독이 만나 오즈 야스지로 풍의 산문적 성찰과 사색적인 이미지로 성취한 작품성......more
sesism님/ 저도 이 영화는 제법 많이 본 듯 싶습니다. 정말,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처음 봤을 땐 펑펑 울면서도 다시 보고 또 보고... 그게 가능했거든요.
그런데,
'[8월의 크리스마스]는 보면 볼수록 슬픈 영화입니다.'
이 말씀에 완전 동감해요.
이젠, 다시 볼 엄두가 잘 안 나는 영화가 되었어요.
위의 장면도 너무 가슴 아프죠.
그런데 한석규의 손끝이 너무 둥글고 무뎌서 땅에 떨어진 토큰을 못 집는다고 한 말도 함께 떠오르네요.
저 장면에서도 본인은 슬프지 않은 자기의 손가락 끝을 이야기하더라고요.
[웰컴 투 동막골]에서 너무 예쁘고 환하게 웃는 여일의 클로즈업 장면을 보면서
강헤정 자신은 자기 이가 정말 크구나 하는 생각만 했다는 것처럼요.
그 장면이 참 인상깊었어요. 한석규의 목소리가 영화에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구요.
보면 볼수록, 뭉클한 장면이 늘어가는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멜로는 그닥 좋아하지 않고 챙겨보는 편도 아니지만, 이 영화만큼은 가끔 꺼내서 보곤 합니다.
참, 좋아요. ^^
그런데, 그 이후로 다시 볼 때마다 많이 슬퍼요. 버스타고 가며 창문너머 어렴풋이 옛생각이 나겠지요… 노래 나오는 장면도 슬프고, 리모콘 장면도 슬프고, 친구와 술 먹고 노상방뇨하는 장면도 슬프고, 여동생과 수박 먹다 씨 뱉는 장면도 슬프고…
philip님/ 지난 주에 이 영화를 이틀 동안 두 번 보게 되었는데, 두 번째 볼 때가 더 슬프더라구요. 이거 원.
아주 펑펑 울어버렸습니다.
정작 한석규씨와 강혜정씨는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군요. 재미있습니다. 처음 들어요.
몽중인님/ 아, 개그야를 모릅니다. 안타깝네요. ㅠㅠ
김응일/ 내 dvd-rw가 맛이 갔나봐. 인식이 잘 안되네. 두 번째 바꿨는데. ^^;;
나무피리님/ 이번 감상에서는 이한위 씨의 시선에서 영화를 보기도 했는데, 무한정 길어질까봐 포스팅에는 적지 않았어요. 친구들 만날 기회도 만들어주고, 참 좋은 친구죠.
지킬님/ 아, 그런 영화들 있어요. 과연 끝까지 그 느낌을 간직하게 될지, 아니면 다시 감상하시게 될지 궁금하네요. ^^
써머즈님/ 저도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예쁘구나라는 생각만 했었어요. 죽을 때는 저렇게 담담하게 죽어야지란 생각도 했었고.
그런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보지 말아요라는 가사가 나오던 장면이나 병원에서 보고 싶은 사람 그런거 없다고 동생에게 말하던 장면. 참 슬픈 장면 많았죠.
한석규씨 정말 같은 남자이지만 목소리 넘 좋아요乃 은하 누님도 이래나저래나 늘 고우실 것만 같은 .. (...)
심은하씨는 지금도 좋아하죠, 외모도 연기력도. ^^
그나저나 1학년 때 저 영화 중의 한 장면을 연출하느라 낑낑댔던게 생각나네요....8편인가 발표했는데 교수님께서 배우들을 다 마음에 안 들어하셨다는....
shuai님/ 오랫만에 shuai님이 좋아하시는 영화에 대한 감상문인가봅니다. 저도 참 좋아하는 작품이고, 비디오테잎으로도 몇 차례 감상했었어요. 이것도 반년에 한 번 정도는 보는 영화인 것 같네요.
SupersoniC님/ 제가 당시 그 20대입니다. 불탔었죠. 분위기도 있고, 예쁘고, 연기도 잘하고. 심은하씨 최고!!
그나저나 교수님이 그 장면을 싫어한게 아니라, 배우를 마음에 안 들어하셨다니.
심은하를 원했던겁니까? ^^
군대 있을 때는 울만한 영화를 안 빌려오는게 상책인데. 억지로 눈물을 참을 수야 없는 법이니까. ^^
극장에서 볼때는 두 주인공이 만들어가는 사랑이야기가 가슴아프게 느껴졌고..
비디오로 볼때는 믿기지 않는 죽음을 차분히 준비하는 모습이 아주 슬펐고..
DVD로 볼때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 주변의 인물들의 모습 하나 하나가 미칠것 같았죠..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꼽으라면 세월이 흘러도 꼭 5위안에 있을 영화죠..^^;
그렇지만 세월이 지나도 좋아하는 영화 중 한 편으로 남아있기는 할겁니다.
거의 99%의 확률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