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02일
타짜
최동훈은 장르영화에 있어서 흥행보증수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보입니다. 스피디한 구성, 화려하고 강렬한 스타일, 그리고 캐릭터의 강조 등의 자신만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고, 무엇보다도 영화를 재미있게 만들거든요. 범죄의 재구성을 통해 매력을 느꼈었던 최동훈 스타일을 상상하고 극장에 가시면 얼추 그만큼 얻어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용 공개 일부 있음>
사실 전작 '범죄의 재구성'은 혼을 쏙 빼놓을만큼 치밀한 시나리오를 자랑하는 작품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영화 속에 모든 것을 숨겨두기는 했지만, 그 장점은 머리를 치는 반전에 있는게 아니라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고 몰아부치는 스피디한 연출에 있었죠. 공간에 대한 화려한 디테일도 눈을 즐겁게 했었고, 캐릭터들이 자아내는 재미(대사를 포함해서)가 쏠쏠한 작품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그가 장르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타짜'는 그것과 변한 것이 없습니다. 연출은 역시 스피디하고, 시대를 조금 뒤로 미룬 탓인지 공간들은 화려해졌으며, 캐릭터들이 주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래서 2시간 19분이 1시간 19분처럼 느껴질만큼 재미있었다라고 하는 말에 부분적으로는 동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솔직히 아귀를 끌어내기 위한 곽철용과의 싸움과정에서 만난 술집여인, 화란과의 사랑이야기를 잘라버리는게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중반부 이후 잠깐 느슨한 느낌이 듭니다. 게다가 가증스럽고 상당히 매력적이었던 정마담의 캐릭터가 후반부에 들어 어처구니 없이 망가지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자고로 도박판이란 비정해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주인공인 고니가 덜 비정한 인물이란건 이해하겠지만, 평경장도 죽여버린 정마담이 질투하고 안절부절하는건 서글퍼보이더군요.
모두가 인정하는 연기력도 이전의 것과 거의 같은 것의 반복인지라 - 절대로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 입에 침을 튀기며 칭찬하지는 못하겠습니다. 백윤식 씨의 평경장 같은 모습은 범죄의 재구성 이후 늘상 보던 것이고, 김혜수의 경우 자신만 소화할 수 있을 역을 맡았다는 건 분명해 보이지만 스타일에 연기력이 가려지는 안타까운 배우라는 생각만 또다시 들었고 말이죠. 다만 아귀를 능청스럽게 표현해낸 김윤석 씨는 정말 멋지더군요. 아마 제가 '마돈나' 외에는 그를 보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조승우의 경우는 판단보류.
다소 툴툴거린건 영화에 대한 높은 기대 때문과, 네이버의 9.2라는 높은 평점에 대한 반발때문이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영화에 나름 만족했습니다. 재미있었거든요. 무엇보다도 감명 깊었던 것은 도박장면의 표현이었습니다. 사실 섯다라는 게임은 상당히 정적인 게임이라 긴장감을 끌어내기가 무척 어려울텐데, 화투를 잘 모르는 사람(물론 화투패의 계절과 족보 정도는 알면 더욱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만)도 재미를 느낄 만큼의 장면들을 만들어냈다는게 고무적이었죠. 단조롭지 않도록 여러가지 기법을 사용해서 말이에요. 허무함의 깨달음이라는 원작의 깊이가 희석되고 고향을 떠난 고니가 스승을 만나 최고가 되어 스승의 복수를 하는 이야기만 강조된 점이 다소 불만족스러웠지만, 방대한 내용을 영화로 축약 약간의 수정을 가한 것도 그 정도면 성공적이다라는 느낌도 듭니다.
결론짓자면, '타짜'는 '비트'를 넘어서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라는 거의 확신에 가까운 생각이 드는군요.
덧. 극장광고. 신촌에 새로 생긴 메가박스 M관에서 영화를 봤습니다. 극장 참 좋더군요. 자주 애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내용 공개 일부 있음>
사실 전작 '범죄의 재구성'은 혼을 쏙 빼놓을만큼 치밀한 시나리오를 자랑하는 작품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영화 속에 모든 것을 숨겨두기는 했지만, 그 장점은 머리를 치는 반전에 있는게 아니라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고 몰아부치는 스피디한 연출에 있었죠. 공간에 대한 화려한 디테일도 눈을 즐겁게 했었고, 캐릭터들이 자아내는 재미(대사를 포함해서)가 쏠쏠한 작품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그가 장르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타짜'는 그것과 변한 것이 없습니다. 연출은 역시 스피디하고, 시대를 조금 뒤로 미룬 탓인지 공간들은 화려해졌으며, 캐릭터들이 주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래서 2시간 19분이 1시간 19분처럼 느껴질만큼 재미있었다라고 하는 말에 부분적으로는 동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솔직히 아귀를 끌어내기 위한 곽철용과의 싸움과정에서 만난 술집여인, 화란과의 사랑이야기를 잘라버리는게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중반부 이후 잠깐 느슨한 느낌이 듭니다. 게다가 가증스럽고 상당히 매력적이었던 정마담의 캐릭터가 후반부에 들어 어처구니 없이 망가지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자고로 도박판이란 비정해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주인공인 고니가 덜 비정한 인물이란건 이해하겠지만, 평경장도 죽여버린 정마담이 질투하고 안절부절하는건 서글퍼보이더군요.
모두가 인정하는 연기력도 이전의 것과 거의 같은 것의 반복인지라 - 절대로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 입에 침을 튀기며 칭찬하지는 못하겠습니다. 백윤식 씨의 평경장 같은 모습은 범죄의 재구성 이후 늘상 보던 것이고, 김혜수의 경우 자신만 소화할 수 있을 역을 맡았다는 건 분명해 보이지만 스타일에 연기력이 가려지는 안타까운 배우라는 생각만 또다시 들었고 말이죠. 다만 아귀를 능청스럽게 표현해낸 김윤석 씨는 정말 멋지더군요. 아마 제가 '마돈나' 외에는 그를 보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조승우의 경우는 판단보류.
다소 툴툴거린건 영화에 대한 높은 기대 때문과, 네이버의 9.2라는 높은 평점에 대한 반발때문이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영화에 나름 만족했습니다. 재미있었거든요. 무엇보다도 감명 깊었던 것은 도박장면의 표현이었습니다. 사실 섯다라는 게임은 상당히 정적인 게임이라 긴장감을 끌어내기가 무척 어려울텐데, 화투를 잘 모르는 사람(물론 화투패의 계절과 족보 정도는 알면 더욱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만)도 재미를 느낄 만큼의 장면들을 만들어냈다는게 고무적이었죠. 단조롭지 않도록 여러가지 기법을 사용해서 말이에요. 허무함의 깨달음이라는 원작의 깊이가 희석되고 고향을 떠난 고니가 스승을 만나 최고가 되어 스승의 복수를 하는 이야기만 강조된 점이 다소 불만족스러웠지만, 방대한 내용을 영화로 축약 약간의 수정을 가한 것도 그 정도면 성공적이다라는 느낌도 듭니다.
결론짓자면, '타짜'는 '비트'를 넘어서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라는 거의 확신에 가까운 생각이 드는군요.
덧. 극장광고. 신촌에 새로 생긴 메가박스 M관에서 영화를 봤습니다. 극장 참 좋더군요. 자주 애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 by | 2006/10/02 16:23 | 비호러 | 트랙백(7) | 덧글(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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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을 보고 영화를 보는게 도움이 될것 같아서 원작을 읽고 있구요^^
평이 많아서, 더 보고 싶어요.
나무피리님/ 오, 놀라운 학습력!!
몽중인님/ 소위 '안습'이었답니다.
유니마르/ 저번 '범죄의 재구성'을 보고 나서 느낀 것, 그게 기정사실이 된 기분이야. 장르영화에 감각이 있어, 확실히.
레드몽키님/ 새로 생긴 극장이라 의자도 뽀송뽀송하고, 신촌 M관은 사이드좌석이 약간 돌아가서 보기 편하게 되어 있더라구요. ^^
트랙백도 그렇고 아직까지 이글루스가 정상화되지 않았나봅니다. 저도 트랙백이 안 보내질 때가 있더라구요.
저는 김혜수란 배우에 대해 크게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어떤 느낌일지 봐야겠군요.
즐거운 추석 되시길 바랍니다 ^^
좋은 추석 되세요.
마른미역님/ 그 능청스러운 말투도 그렇고, 참 마음에 들더군요. 요즘 악역을 많이 맡는것 같은데, 이미지가 굳어지지 말고 여러 비중있는 역할들을 맡았으면 좋겠습니다.
나이트엔데이님/ 사실 화투를 칠 줄 아느냐의 여부가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혹시 알고 싶다고 해도, 섯다의 기본룰은 매우 쉬우니 10분도 안 걸릴 듯. ^^
또 그 깡패 두목 아저씨 뒷처리도 너무 얼렁뚱땅 넘어가버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요. 만화책에서의 아귀 등장 배경은 꽤 설득력이 있었는데 영화에서는 그냥 휘까닥 등장해버리니 설득력이 떨어지더라고요.
저는 그래도 별 10개 주고 싶어요 :)
옛날에 피망맞고 몇판치면 타짜 한편볼수있는 그런 시스템이 있었는데 이 만화 다보려고 죽도록 맞고쳤던 기억이 나네요.흐흐
최동훈 감독도 기대가 많이 되요. 워낙 범죄의 재구성을 재밌게 봤던지라..
백윤식씨는 한국영화에 등장하는 '마스터'역할전문 배우로 고정되는건아닌가 걱정까지 드네요-_-);;
저도 기대가 워낙 커서 그런지 재밌게는 봤는데 만족은 못하겠습니다.
솔직히 단점이 없는 영화는 아니지만, 단점을 눈감아주고 싶은 영화는 맞는 것 같습니다. 자기 색깔을 가지고 꾸준히 장르영화를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것도 솔직한 심정이거든요.
CaBin님/ 원작만화나 범죄의 재구성은 저도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원작만화는 대여점을 통해 봤었어요. 영화화된 지리산 작두를 가장 재미있게 봤었죠.
slip님/ 시실리는 봤으나 기억이 잘. 범죄의 재구성도. ^^;;
너그럽게 마음 먹으면 칭찬일색으로 흐를만한 작품이고, 애정어린 질책을 하자면 툴툴거릴만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최동훈, 여전히 기대되는 이름입니다.
정말 잘 만들어진 스타일로 다 커버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영화 보기전에 러닝타임 모르고 봤다가, 끝나고서야 시계보면서 살짝 놀랐다는..
하지만 마지막에 정마담이 뒷걸음질 치는 것은 정말 아니다 싶더군요,,끝까지 당당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죠
hansang님/ 네, 이 정도면 괜찮다고 할만 할테지요. ^^
영화 전체적인 스피드는 보통의 한국 영화와 격(^^)이 다르게 빨랐지만 지적하신 대로 중후반부는 좀 늘어지더라고요. '어… 왜 이러지?' 하는 생각을 잠깐 할 정도로 말이죠.
Arborday님, 추석 잘 보내세요~~~~~~~ :)
조승우는 아직 뭐라고 표현을 잘 못하겠네요. 영화 말아톤, 마지막 그 미소가 참 예쁘다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영화는 참 재미있었답니다. ^^
써머즈님/ 써머즈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최동훈 감독은 이야기꾼이 아니라, 스타일리스트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
영화 보고 나신 느낌이 저랑 많이 비슷하신 것 같아서 왠지 동질감 느껴지는데요. 으흐흐.
저도 최동훈 스타일에 한표 던집니다.
앞으로 이름만 믿고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을 감독인 듯 해요. ^-^;
'범죄의 재구성' 보고나서 이 남자가 과연 연타석 히트를 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했었는데, 히트가 아니라 홈런이 될 듯.
남은 연휴(..라고해봤자 하루지만) 잘보내세요^_^
김윤석씨 요즘 아침 드라마에도 나오지요.
근데 이분은 진짜 내공이 장난아님. 무슨 역할을 맡아도 거기에 맞춰서 변신할꺼 같습니다.
타짜보면서 못알아볼뻔했어요;
조연들도 좋았습니다. 곽철용이 오른팔로 나오는 잘생긴 친구가 백윤식씨 아들래미라고 하더군요.
백도빈씨라고 첨에 보고 '혹시 김태희동생 이완인가?' 싶었다니까요.
영화 자체가 너무 스타일리쉬해서 머리에 남는게 크게 없어요.
근데 이 감독 영화라면 또 돈주고 사볼꺼 같습니다.(너무 재밌어요;)
김윤석씨의 내공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화장실에서 고니를 보고 씩 웃으며 말하는데 소름이 돋는듯한 착각까지 들었거든요.
딱 재미만 주는 최동훈 감독 같은 스타일의 작품, 전 환영합니다. 묵직하지 않은 적정 퀄리티 이상의 상업영화, 그것도 장르영화라면 언제든지 가서 돈내고 봐줄 용의가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