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집/ 기시 유스케

이런 종류의 책이나 영화를 접한 적이 있다면, 검은 집의 내용은 그다지 신선한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극의 전개방향을 바꾸는 한 두 번의 포인트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움직입니다. 게다가 검은 집의 소재가 되는 사건들도 뉴스에서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실이 더 무서워', 혹은 '사람이 더 무서워'라는 진리에 가까운 결론을 내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식상하다면 식상하지만 검은집은 무섭습니다. 이 같은 이야기들이 한 번 쯤 더 듣는다고 해서 무서워지지 않을만한 내용도 아닐 뿐더러, 긴장감을 자아내는 기시유스케의 필력이 탁월하기 때문입니다.

영화 검은집이 실패했었다는 사실(새로 만들어질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은 책의 한 챕터만 읽어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설은 주인공 신지의 내면 묘사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범인들의 묘사에 있어서도 신지의 느낌에 많이 의존하고 있죠. 공포의 근원 역시 신지의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고, 시각화하기 꽤 어려운(원작의 느낌을 살리기 어려운) 범인의 특징들이 많아요. 그런 부분들을 상상력에 맡기는 것과 연기를 통해 구체화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쉬울까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을겁니다. 물론 그것이 잘 표현되거나 혹은 제대로 재해석된다면, 정말 매력있는 영화가 한 편 나올 것이라는 기대 역시 그 불안감만큼 크게 생기지만요.

앞서도 말했듯이 검은집은 꽤 무섭습니다. 특히 이 책의 공포는 책장을 덮은 후 찾아오는 스타일의 것이에요. '검은집'에서의 범행은 모두 철저하게 계획된 범행이며, 그것을 위한 집요함은 치가 떨릴 지경입니다. 어떻게 될까라고 궁금증을 가지면서 책장을 넘길 때보다, 머리 속에 전체의 범행을 그려두고 범인의 의도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싸이코패스에 대한 약간의 논쟁은 이 책을 조금 유치하게 만드는 구석입니다만, 이런 유치함이 결국 이런 목적범들이 득실대는 사회에서도 결국 선의나 노력이 세상을 선하게 만들 수 있다라는 희망의 메세지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참아줄만 합니다. 그 희망을 놓는다면 병적인 염세주의의 환영(471페이지 인용), 검은집은 누구나의 집이 될른지도 모르거든요.

by ArborDay | 2006/08/26 15:44 | 애니/서적 | 트랙백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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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디노 at 2006/08/26 15:58
재미있게 본 책이에요..^^
다 볼때까지 긴장이 되었다라고 할까요..
특히 마지막쯤에 계단에서 갈등할때는 저도 떨렸었답니다^^
Commented by 비둘기는... at 2006/08/26 16:37
멋진 작품이죠. 동일 작가의 '유리망치'도 그런대로 재밌기는 하지만 검은 집에 비해서는 조금 딸리더군요. 아.. 유리망치는 전형적인 추리소설입니다.

요즘 '모방범'이 재미있을 것 같더군요. 권수의 압박때문에(3권) 못 읽고 있지만... 암튼 요즘은 영화보다 독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 같네요.

지금 회사입니다. 특근하고 있는데,,, 죽겠네요... 휴...ㅠㅠ
Commented by 레큐 at 2006/08/26 16:40
대학입학하고 도서관에서 처음으로 본 책입니다. 남들 다 공부하던 중간고사 기간에 혼자 손톱을 물어뜯으며-_; 봤었어요. 몇번을 읽어도 머리가 쭈볏쭈볏 섭니다. 검은집을 기점으로 그의 번역된 소설은 전부 다 읽었고 얼마전엔 최근작 유리망치도 읽어봤는데, 전 그가 추리물보다는 호러물을 써줬으면 하네요. 유리망치도 퍽 매력적인 소설이지만요.
아, 링크 신고합니다^0^/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8/26 16:52
디노님/ 햐, 그 장면. 그 특유의 끄는 소리하며.

비둘기는/ 유리망치는 안 봤네. 나도 요즘은 추리와 공포 장르의 소설을 읽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듯 해. 이종호의 '이프'와 김종일의 '몸'을 비롯해서, 미유키미야베의 '이유'까지. 모방범을 읽기 전에 미야베의 작품을 한 두개 정도는 읽을 듯해. 지금은 '그것'을 읽고 있지.
그나저나 지금 이 시간에 특근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구만.

레큐님/ '링' 이후로 가장 재미있게 읽었어요. 무섭기도 했구요.
저도 동일한 바램입니다. 호러물이 좋아요. 그나저나 국내호러물도 많이 출간되었으면 합니다. 정서적으로 가까워서 참 좋던데.
그리고 링크 환영합니다. ^^
Commented at 2006/08/26 18:0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Moratorium at 2006/08/26 18:52
굉장히 무섭게보고T_T..(물론 재밌기도했지만서도 )이걸 왜샀나하고 서랍구석에 쳐박아놓은(.....*) 마지막장면도 너무무섭고(..*)범인분이 저지르는 범죄하나하나가 무서웠어요. 책을 다 읽고 계속 생각한점은(.....) 만약에 나도 이런사람을 만나면어쩌지TAT?라는거였다는(.......;;) 그래도 너무 재밌게 읽었던 책이에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8/26 20:14
비공개/ 칭찬이 자자하지 않을 수가 없어. 최근에 본 공포소설 중에서는 단연 최고였지. 그나저나 특근하는 사람 많구만.

Moratorium님/ 정말 무섭게 보셨나봅니다. 본전 뽑으셨겠어요. ^^;;
Commented by delius at 2006/08/26 21:22
저는 서점에 가서 이 책이 눈에 띄면 책속에 있는 사치코의 "그네의 꿈"이라는 수필을 읽어보곤 하지요. 덜덜
Commented by 산왕 at 2006/08/26 21:51
보자보자 하면서 안 보고 있는 책이군요; 이러면 꼭 영영 못 보게 되던데 말이죠 orz..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8/26 23:01
delius님/ 흐흐흐, 저보다 더 중독에 가까운 증세를. 덜덜덜.

산왕님/ 그러게요. 마음 먹었을 때 못 보면 그냥 넘어가곤 하던데. ㅠㅠ
Commented by 새침떼기 at 2006/08/27 05:54
국내에 번역된 작품들만 놓고 보자면 "검은집"은 기시 유스케의 베스트라 할만 하죠.

영화로 만들기엔 걸리는게 많은 소설이지만 늘 그게 그거 같은 한국호러 시장에선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일본에서 만든 영화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Commented by 석원군 at 2006/08/27 23:35
저는 영화는 못봤고, 책만 가지고 이야기하자면, 솔직히 무섭다기보다는 순간적으로 섬뜩한 정도였습니다. 기시 유스케는 기본 필력이 있고, 취재광이라고 불릴 정도로 소재에 대한 소화능력이 좋죠. ^^
Commented by James at 2006/08/27 23:45
예전부터 추리 소설로도 추천 많이 받던 책이었죠.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는데, 무서운게 좀 걸리는 군요 ㅡㅜ
Commented by sesism at 2006/08/28 11:02
공포영화 뿐 아니라 소설까지 섭렵... 역시 열정이 대단하십니다아~ ^^
Commented by 박주호 at 2006/08/28 11:54
공포는 사실 질색이라... 괜찮은가 보네요? 흠... 공포를 책으로 읽은 적은 없었는데... 요즘 공포가 묘하게 땡기는 이유로... 필독도서로 지정합니다 ㅋ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8/28 21:47
새침떼기님/ 그렇다고 들었어요. ^^
소설 딱 읽고 머리속으로 영상을 돌려보는데, 이거 정말 만만찮겠더라구요.
잘 나오면 정말 끝내주는 놈 나오겠죠. 해볼만 합니다.

석원군/ 그러게, 책 읽고 난 후에 보험사에서 일했다고 뻥쳐도 되겠더라.

James님/ 추리 소설로도 추천을 많이 했었군요. 추리의 쾌감은 별로 없을 것 같아보이는데. ^^;;

sesism님/ 섭렵은 아니구요, 맛만 보는거에요. ^^

박주호님/ 재미있습니다. 만족하실거에요.
Commented by seimei at 2006/09/08 13:34
그렇습니다. 이 책 엄청 유명하다지요. 전 읽어보고 싶은데 사기는 좀 그렇고(공포소설 안 사는 쪽이라) 구하기가 너무나 힘들어서 대체 어찌해야 할지 고민중입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9/08 15:12
seimei님/ 공포소설도 사줘야 합니다. ㅠㅠ
유명할만한 이유가 있더군요. 정말 재미있었어요. 보험사 직원이 된 느낌도 들었고.
Commented by Ruii at 2006/10/13 23:53
역시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열세번째 인격 - ISOLA"도 수상작이라고 하던데 이 책도 번역되었으면 좋겠어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10/14 00:53
Ruii님/ 전 모르는 작품이네요. 그래도 번역되면 반드시 사서 봐야겠습니다. ^^
Commented by 판타스틱 at 2007/04/26 12:11
30일 발매되는 월간 판타스틱에 기시 유스케의 인터뷰가 실려있습니다. 일본 호러 소설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의 인터뷰 및 신작 단편, 유시진과 김태권의 만화도 함께하고 있고요.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4/26 22:09
판타스틱님/ 헤헤. 나오자마자 읽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결과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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