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8월 19일
마견 - 씨네바캉스, 서울.
인종차별에 대한 주관을 가지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힘있게(혹은 감정적으로) 끝까지 몰아부치는 느낌. 마치 'XX고발'류의 제목을 달고 있는 기획기사를 읽는 것처럼 노골적인 영화. 그것이 사무엘 풀러의 영화 '마견'에서 받은 지배적 느낌이었습니다. 아마 노골적인 주장에도 불구하고 불쾌하지 않은 이유는, 감독의 이야기에 동감하기 때문이었을겝니다. 인종차별에 대한 역사를 타자의 눈으로, 그것도 시간이 많이 지난 다음에 막연히 바라본 것이니 감독의 메세지가 너무나 당연해서 이 영화가 왜 논란이 되었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거든요. 어쨌든 개봉당시에는 문제가 되어 몇 년 후에야 제한적으로 상영되었다고 합니다. 그 덕에 손해도 많이 봤다죠.
여주인공이 우연히 거둬들인 하얀 셰퍼드가 사실은 흑인만 보면 공격하는 'white dog' - 도망치는 흑인노예를 공격하게끔 교육된 - 이고, 공격본능을 제거하기 위해 재교육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일부 인종차별주의자인 '백인'을 '개'만도 못한 존재(우리 정서에 맞춘 표현입니다)라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런 자를 겉보기에는 구별도 할 수 없는 순해보이는 노인으로 설정해뒀죠. 드러내고 인종차별을 행하는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척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테고, 그렇게 평범해보이는 자가 끔찍한 짓을 자랑스럽게(전투견 중에서도 최고라며 뿌듯해하는) 자행하는 것이 더욱 지독할테니 좋은 설정이라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이런 일들이 버젓이 청교도가 이주해서 세운 국가에서 벌어졌다는 것에 대해 야유를 보내고 있는 교회장면은 이 영화의 명장면 중의 하나임이 틀림없습니다. 피해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목격자의 모습을 통해 참혹함을 표현하는 장면은 정말이지 감동적인 연출이었습니다.
마견과 관련한 사고들속에서도 확고한 흑인 조련사와, 생각이 흔들리는 백인 여주인공을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그 둘은 마견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거든요. 인종문제와 관련해서 보다 깊숙이 들어가 있는건 흑인이고, 여자는 개에 대한 동정이 인종문제보다 앞서는 듯 보여요. 폭력에 대한 가능성이 눈앞에서 현실화되자 돌변하는 여주인공은 심적으로 충분히 공감이 됩니다. 원래 막상 닥치기 전까지는 실감이 잘 안나니까요.
사회적 시선을 거두고 영화를 바라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테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도 이 영화는 상당히 괜찮습니다. 하얀 이를 드러내고 목표물을 향해 달려드는 마견의 모습은 이 작품의 잔혹성의 수위가 높지 않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관객을 공포스럽게 할만 하구요. 긴장감을 연출하는 능력도 탁월합니다. 길모퉁의 쓰레기통에서 먹을 것을 찾는 마견과 그 사각너머로 혼자 걷고 있는 흑인꼬마를 비춰주는 장면에서 느낀 조마조마함을 비롯해서, 흑인만 나오면 긴장감이 절로 생깁니다. 살해당하는 희생자가 빤한 영화(마견에게 공격당할 흑인들처럼)들은 밤하늘의 별만큼 많지만, 실제로 긴장감을 자아내는 영화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거든요. 거장의 손길이라 할만 합니다. 게다가 엔리오 모리꼬네의 서정적인 음악은 안 그래도 슬픈 영화를 더더욱 감정적으로 풍부하게 만듭니다.
마무리도 아주 좋습니다. 언급하지 않는게 낫겠죠? 한마디만 덧붙일께요. 좋은 작품입니다.
덧 1. 20일과 22일 아직 2번의 상영이 더 남았으니, 시간이 나시는 분은 서울아트시네마로 나들이하시기를. 그게 이 포스팅의 목적이기도 합니다. 혼자 보기는 아까웠거든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기는 했지만. 비디오도 출시되어 있으나 그리 흔하지는 않아(아주 귀한건 아니지만서도, 흠흠) 만나기가 쉽지 않을테고, 무엇보다도 스크린으로 보는 영화는 다른 영화가 되기도 하니 권해봅니다.
덧 2. 예전에 이 영화를 봤을 때는(극장에서 보기 전에는 이전에 봤던건지 확신을 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두 차례 이상은 봤던 영화더군요) 많이 어렸던 때라 영화의 사회적 시선 따위는 질색(잘 파악도 못하고, 이해도 못하고, 알게 되어도 짜증내고 등등)이었습니다.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선생님 말씀 같잖아요? 제가 상당히 삐딱했답니다. 학창시절에는.(학창시절에만?)
여하튼 머리 크고 보는 영화가 틀리기는 틀립니다. 반복해서 보는 영화가 틀린건지도 모르겠지만. 가만 보면 전 자기 주장이 확고한 혹은 자기 색깔이 강한 감독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코드가 맞으면 보고, 안 맞으면 안 보면 되니까.
덧 3. 개를 어떻게 교육시켰으면 저런 연기가 가능할까 싶더군요. 가만히 생각해보자니 개들이 나오는 영화들에서, 연기를 제일 잘하는건 개였던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결단코 다른 배우들에 대한 모욕이 아닙니다.
여주인공이 우연히 거둬들인 하얀 셰퍼드가 사실은 흑인만 보면 공격하는 'white dog' - 도망치는 흑인노예를 공격하게끔 교육된 - 이고, 공격본능을 제거하기 위해 재교육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일부 인종차별주의자인 '백인'을 '개'만도 못한 존재(우리 정서에 맞춘 표현입니다)라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런 자를 겉보기에는 구별도 할 수 없는 순해보이는 노인으로 설정해뒀죠. 드러내고 인종차별을 행하는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척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테고, 그렇게 평범해보이는 자가 끔찍한 짓을 자랑스럽게(전투견 중에서도 최고라며 뿌듯해하는) 자행하는 것이 더욱 지독할테니 좋은 설정이라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이런 일들이 버젓이 청교도가 이주해서 세운 국가에서 벌어졌다는 것에 대해 야유를 보내고 있는 교회장면은 이 영화의 명장면 중의 하나임이 틀림없습니다. 피해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목격자의 모습을 통해 참혹함을 표현하는 장면은 정말이지 감동적인 연출이었습니다.
마견과 관련한 사고들속에서도 확고한 흑인 조련사와, 생각이 흔들리는 백인 여주인공을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그 둘은 마견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거든요. 인종문제와 관련해서 보다 깊숙이 들어가 있는건 흑인이고, 여자는 개에 대한 동정이 인종문제보다 앞서는 듯 보여요. 폭력에 대한 가능성이 눈앞에서 현실화되자 돌변하는 여주인공은 심적으로 충분히 공감이 됩니다. 원래 막상 닥치기 전까지는 실감이 잘 안나니까요.
사회적 시선을 거두고 영화를 바라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테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도 이 영화는 상당히 괜찮습니다. 하얀 이를 드러내고 목표물을 향해 달려드는 마견의 모습은 이 작품의 잔혹성의 수위가 높지 않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관객을 공포스럽게 할만 하구요. 긴장감을 연출하는 능력도 탁월합니다. 길모퉁의 쓰레기통에서 먹을 것을 찾는 마견과 그 사각너머로 혼자 걷고 있는 흑인꼬마를 비춰주는 장면에서 느낀 조마조마함을 비롯해서, 흑인만 나오면 긴장감이 절로 생깁니다. 살해당하는 희생자가 빤한 영화(마견에게 공격당할 흑인들처럼)들은 밤하늘의 별만큼 많지만, 실제로 긴장감을 자아내는 영화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거든요. 거장의 손길이라 할만 합니다. 게다가 엔리오 모리꼬네의 서정적인 음악은 안 그래도 슬픈 영화를 더더욱 감정적으로 풍부하게 만듭니다.
마무리도 아주 좋습니다. 언급하지 않는게 낫겠죠? 한마디만 덧붙일께요. 좋은 작품입니다.
덧 1. 20일과 22일 아직 2번의 상영이 더 남았으니, 시간이 나시는 분은 서울아트시네마로 나들이하시기를. 그게 이 포스팅의 목적이기도 합니다. 혼자 보기는 아까웠거든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기는 했지만. 비디오도 출시되어 있으나 그리 흔하지는 않아(아주 귀한건 아니지만서도, 흠흠) 만나기가 쉽지 않을테고, 무엇보다도 스크린으로 보는 영화는 다른 영화가 되기도 하니 권해봅니다.
덧 2. 예전에 이 영화를 봤을 때는(극장에서 보기 전에는 이전에 봤던건지 확신을 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두 차례 이상은 봤던 영화더군요) 많이 어렸던 때라 영화의 사회적 시선 따위는 질색(잘 파악도 못하고, 이해도 못하고, 알게 되어도 짜증내고 등등)이었습니다.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선생님 말씀 같잖아요? 제가 상당히 삐딱했답니다. 학창시절에는.(학창시절에만?)
여하튼 머리 크고 보는 영화가 틀리기는 틀립니다. 반복해서 보는 영화가 틀린건지도 모르겠지만. 가만 보면 전 자기 주장이 확고한 혹은 자기 색깔이 강한 감독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코드가 맞으면 보고, 안 맞으면 안 보면 되니까.
덧 3. 개를 어떻게 교육시켰으면 저런 연기가 가능할까 싶더군요. 가만히 생각해보자니 개들이 나오는 영화들에서, 연기를 제일 잘하는건 개였던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결단코 다른 배우들에 대한 모욕이 아닙니다.
# by | 2006/08/19 11:21 | 공포/호러 | 트랙백 | 핑백(1) | 덧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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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 무섭다 - 감흥이 안 생기는걸 어떡해. 물론 머리가 조금 크고 다시 만난 이 작품은 꽤 괜찮은 작품이라 말할만 하다. 한 마디로 사뮤엘 풀러의 [마견]은 인종 차별이라는 비인간적인 처우들이 소위 청교도의 나라에서 일어났음을 통렬하게 야유하는 영화다. 동시에 그러한 골이 쉽게 해결되지는 못하리라는 불길한 ... more
교회(성당?)장면이 아주 소름끼쳤어요.. 지금보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강아지를 좋아하는 어린마음에는 정말 무서웠습니다.
야옹이형/ 아직도 고민이란 말이더냐? 그냥 보도록 해라!
소드님/ White dog, 원제 맞습니다. 포스터를 그냥 아무거나 집어오다보니 이렇게 된거에요. ^^;;
어제 아는 선배가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 개가 한 마리 앉아 있더랍니다. 아니 누가 지하철에 개를 데려왔지! 했지만 주인이 없더라네요. 그리고 지하철이 오니까.. 개가 타더랍니다;; 한참을 가다가 '수내역입니다'라는 방송이 나오자 웅크리고 있던 개가 벌떡 일어나서 나가더래요........;;;;
선배는 한참 고민했다고.. 따라가봐야 하나.. 왠지 가면 스머프 마을 처럼 개들의 나라가 나오지 않을까! 하지만... 회사에 지각 사유를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개를 따라가서 개나라를 보고 왔다.. 이러면 미친놈 취급할 거 같아서 관뒀다네요.
저라면 100% 따라간다에... (느려서 놓칠 확율이 더 크겠네요;)
결론은... 훈련하면 뭐든지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발로 포크를 사용해서 밥먹는 고양이 기사도 났는데... ( ..)
너무 길어서 죄송;;; ㅠㅠ
연주님/ 흐흐흐. 연주님도 범상치 않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전 개가 너무 똑똑하면, 무섭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요. 뭐랄까나 개를 예뻐하는건 인간이 개보다 좀 더 나은 입장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거든요.
가져온 팜플렛을 뒤적여야겠네요~ 리뷰 잘보고가요>ㅅ <
제목없음님/ 제가 알기로는 상관 관계가 전혀 없습니다. ^^
sesism님/ 제가 영화를 엄청나게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고백을 해대고 다니지만, 한 가지 확실한건 '연애'보다 좋은 것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크레딧을 보며 살짝 놀랐었죠. ^^
거의 무삭제
유태인 작가이던 로멩 가리가 유태인을 차별하던 어린 시절 기억을 되새기며 흑인으로 바꿔 썼죠
작가로 인정받던 가리는 1980년 자살하고 맙니다
가리가 죽고 1년 뒤에 만든 영화, 감독 풀러 역시 유태인(그가 감독한 지옥의 개였던가..2차대전 물에서
나치 독일에 대한 증오와 혐오가 가득담겨진 걸 봐도)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