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존카펜터 <2>

2. 상업적 성공과 실패, 다양한 시도. - 80년대

할로윈 이후 카펜터의 후속 극영화 '안개'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아주 조금만 할로윈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한다면 카펜터는 할로윈의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자신의 영화가 망가질 것임을 알고 있었다. 카펜터는 1편에서는 제작(uncredit)과 감독을 모두 담당했고, 2편(각본), 3편에서는 제작에 이름을 남기고 있었는데 그는 시리즈를 통해 같은 것을 찍고 싶어하지 않았다. 2편에서는 마이클마이어스의 전설을 종지부 찍으려 했지만, 당연하게도 아카드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3편에서는 슬래셔의 외형이라도 벗겨내기를 원했지만 그 역시 아무도 원하지 않는 것이었다. 실망한 카펜터는 할로윈을 떠나버렸다. 후일 아카드는 참담했던 4~6편의 기억을 지워버릴 심산으로 카펜터의 복귀를 설득했지만(제이미 리 커티스의 캐스팅이라는 조건까지 제시해가며), 결국 카펜터는 이 영화로 돌아오지 않았다. 2007년으로 예정된 롭좀비의 할로윈 9편에는 컨설팅 제작자라는 이상한 이름을 올리기는 했지만.

다시 연대기순으로 돌아가자. 몇 편의 TV물을 마친 후 카펜터는 '안개'를 계획했다. 역시 데브라힐과 각본작업을 한 안개는 소위 유령들의 복수를 다룬 작품이었다. 안개는 그의 필모 중 유일하게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아 대대적 보수작업을 행한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는 완성된 작품에 실망하여 대대적인 보수작업을 행했는데, 새로이 고쳐진 장면들은 무려 영화의 1/3에 달했다. 카펜터는 유령들을 자욱한 안개 속에 숨기고 대부분을 관객의 상상력에 맡기려 했으나, 그것도 75%밖에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불평했다. 그래서 유령의 외모에 대한 추가적인 쇼트를 삽입했다. 어찌 되었건 백만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안개'는 미국에서만 2천1백만달러의 흥행을 올렸고, 이 시기의 클래식 호러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여전히 카펜터는 이 작품을 그렇게 좋아하는 작품은 아니라고 말하고는 한다. 할로윈 이후 만들었던 TV물 'Elvis'에서 만난 커트러셀을 마초캐릭터로 내세운 '커트러셀의 코브라 22시(뉴욕탈출)'라는 전형적인 B급 액션영화를 통해서도, 존카펜터는 흥행가도를 이어간다.

잠시 곁가지로 빠져보자면 카펜터는 '할로윈' 작업으로 만난 데브라 힐과 염문을 뿌리며 좋은 관계가 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는데, 78년에 그가 만든 TV작품 'Someone watching me'의 여주인공 Adrienne Barbeau와 만났기 때문이다. 길지 않은 결혼기간(79~84)동안 Barbeau는 안개의 여주인공을 맡았는데, 그런 관계를 보면서 카펜터와 함께 작업을 했던 데브라 힐은 정말 쉽지 않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가 처음으로 흥행실패를 맛본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대표작 중 한 편인, 유니버설과 함께 했던 '괴물'이었다. 그의 흥행가도 덕분에 괴물은 비교적 많은 제작비인 천만달러라는 예산이 소요되었다. 그가 좋아했던 영화 'The thing from another world(하워드혹스의 작품이다)'의 리메이크작이지만, 이 작품은 보다 원작인 'Who goes there?'에 충실하게 만들어졌다. 또한 혹스의 작품과는 달리 어둡고 절망적인 분위기가 첨가되었다. 이 작품의 실패는 거의 전적으로 E.T. 때문이었다. 우리의 친근한 외계인친구 앞에서 인간을 복제하는 외계생물체는 크게 어필할 수 없었기 때문. 다른 원인으로는 비평가들의 혹평을 들 수 있다. 카펜터는 "이야기로 관객이 반응하게 만들고 싶지 효과들을 가지고 쉬운 공포를 안겨주고 싶지 않다."라고 말해왔었다. 그러나 괴물에서는 강한 특수효과가 사용되었는데(나름대로 절제하였지만), 그 덕분에 개봉 당시 평론가들의 평은 그리 좋지는 못했다. 특수효과가 이야기를 압도한다고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후에 최고의 공포영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83년 카펜터는 스티븐킹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 'Christine'을 맡게 된다. 이 작품은 해당 장르의 뛰어난 소설가와 뛰어난 감독의 결합으로 만들기 전부터 흥행이 낙관되었다. 카펜터가 이 작품을 맡은 유일한 이유는 당시 이 영화 외에 들어온 작품이 없었기 때문인데, 이 작품은 '괴물'의 혹평과 참패에 시달리던 그에게 흥행감독으로서의 명성을 회복시켜주었다. 5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자동차를 대상으로 한 이 작품은 꽤 괜찮은 작품이지만, 카펜터는 이 작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 차는 무섭다고 말하기엔 너무 멋지네요."

장르매니아들에게는 그다지 반갑지 않았겠지만, 84년의 '스타맨'은 평론가들에게 거의 만장일치의 찬사를 받았다. 외계인과 지구인의 사랑을 다룬 이 작품을 통해 카펜터는 자신의 연출력을 확인받았다. 또한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제프 브리짓은 오스카와 골든글로브, 새턴어워즈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상업적으로는 대단치는 못한 수익을 올렸다(손해가 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에게 돌이킬 수 없는 문제를 가져온 것은 86년 작품 '빅트러블'이었다. 대규모의 자본이 투하된 B급 취향의 코믹-액션물 '빅트러블'은 결코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는 작품이었지만(사실 들어간 돈을 생각하면 그리 달가운 영화는 아니었을 것이다) 제목 그대로 큰 곤란을 카펜터에게 안겨주었는데, 이 작품 이후 그는 자금난에 시달리게 된다. 그래서 그는 결국 저예산 공포영화의 장르로 돌아가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카펜터가 공포 장르에 남은 것은 결코 자의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물론 그가 어릴적 매료되었던 작품들중 많은 것이 끔찍한 것이었고 그것들을 어떻게든 즐겼다라는 유년기에 대한 고백에서부터, 장르사랑이 그리 짧은 역사를 가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알 수 있지만. 그는 비교적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맡을 때에도 주류가 아닌 감각으로 이야기를 끌어갔던, 타협할줄 모르는 강단이 느껴지기는 감독이었다.
카펜터는 다른 모든 감독처럼 흥행에 둔감하지 않았다. 그는 말한다. "나는 상업적 성공이 내게 주는 많은 것들을 부정하지 않는다. 당신이 얻을 수 있는 최선의 리뷰는 박스오피스에서 나온다." 하지만, 그는 흥행 때문에 자신의 어법을 바꾸지는 않는다.

그가 저예산 호러물의 세계로 돌아온 것이 자의냐, 타의냐라는 이야기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보다 중요한 것은 그의 화법은 공포영화라는 장르 내에서, 특히 저예산영화에서 가장 빛을 발했다는 것이다. 그가 저예산 공포영화의 세계로 돌아와 만든 첫 작품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였던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87년)'였다. 이 작품은 사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좋아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형이상학적이고 종교적인 악이 세상에 침입하고자 하는 종말론적 세계를 그려낸 수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그 다음 작품은 '화성인 지구 정복(88년)'이라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자본주의를 풍자한 컬트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봐야만 제대로 된 현실 - 외계인의 존재 및 음모 - 이 보인다는 이 설정은 상당히 정치적인 블랙 유머(그가 입버릇처럼 내뱉는 미국인의 위선)를 담고 있다. 이 두 작품은 장르팬들에게 즉시 호응을 얻어 컬트로 추앙받는데는 성공했지만, 카펜터가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 to be continued...


by ArborDay | 2006/07/06 09:31 | 특집/칼럼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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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sabari at 2006/07/06 14:16
'커트러셀의 코브라24시' -> '커트러셀의 코브라22시'
흔히 잘못 알려져 있더군요.
Commented at 2006/07/06 14:4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7/06 17:16
ssabari님/ 감사드립니다. 제가 비디오 출시판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라, 출시제 확인을 못해봤군요. 정정합니다.

비공개님/ 상관없습니다. 괜찮아요. ^^
Commented by sesism at 2006/07/06 20:48
어쩐지.. 슬레이어를 보던 당시의 남자친구가 영화귀신이었는데 보자고 보자고 하더니 보고나선 뾰루퉁 하더라구요. 하지만 전 총맞는 뱀파이어에게서 어떤 신선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7/07 16:23
sesism님/ 그 영화귀신이라는 남자친구가 저와 취향이 비슷한가 봅니다.
동생과 슬레이어를 보고나서 "이건 아니야."라는 이야기를 했었죠.
그러고는 다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생각해보면 사실 영화가 그렇게 나쁜건 아니었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제임스 우즈도 나왔었고. 조만간 재감상 계획 있습니다. 그 총맞는 뱀파이어라는 설정 덕분에 이 영화의 평에는 거의 '황혼에서 새벽까지'가 등장하더군요. ^^
Commented by 솔리드 at 2006/07/07 16:42
역시 시원한 정리에 머리에 속속 들어오는 좋은글 입니다..
누군지 몰랐는데 전문가가 되것 같네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7/07 22:29
솔리드님/ 감사드려요. 시간 나시면 영화들도 찾아보시길 권할께요. ^^
Commented by 몽중인 at 2006/07/08 18:35
ET때문에 망한 영화가 <블레이드 러너>만이 아니었군요.
<포그>가 그런 아픔을 겪고 탄생했다니. 소중한 정보들 감사드립니다. ^^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7/08 22:55
몽중인님/ 그러고보니 블레이드러너도 ET 영향을 받았었군요.
역시 타이밍은 중요한 것입니다.
아, 왜 박기형 감독이 떠오르나.
Commented at 2007/12/26 14:1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zmflq at 2007/12/26 14:19
블레이드런너도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지만 이티의 영향으로 흥행참패를 하고말았죠 . 존 카펜터감독의 거의 모든영화를 관람했지만 역시 감독에 대한 애정을 버릴수가없더군요 . 웨스 크레이븐이나 샘레이미같은 감독들 또한 좋아하지만 존 카펜터야 말로 자신의 스타일과 신념을 밀고 나가는 조지로메로같은 찬사를 받아 마땅한 감독입니다 .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12/26 16:09
비공개님/ 감사드립니다. ^^

zmflq님/ 어떤 의미에서 [E.T]는 공적이 되어버리는군요. 맞는 말씀이십니다. 사이보그는 외계인친구의 적이 될 수 없었어요. ㅠㅠ
존카펜터 감독은 지금까지 활동하는 서구의 공포영화 감독 중에서 제가 손꼽는 두 분 중의 한 분 - 다른 분은 데이빗 크로넨버그 - 이십니다. 말씀과 같은 스타일과 신념은 그를 거장들 중 최우선순위에 둘 수 밖에 없게하죠.
반갑습니다, 앞으로 종종 뵐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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