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온 오리지널 1, 2

1. 기니어피그나 붉은 밀실과 같은 일본고어영화의 열풍이 조금 약해졌을 무렵, 일본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저예산영화가 인터넷에서 많은 입소문을 뿌리며 그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바로 '주온'이라는 영화였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는 등의 소문이 끊이지를 않았고, 내용이 뭔지 모르겠다 혹은 궁금증이 많다는 등의 이야기도 끊이질 않았어요. 비디오판 '주온'의 미덕은 그 열악한 화질에 근거한 '깜짝 서비스' 정신에 있었습니다. 위, 아래, 옆, 뒤를 가리지 않고 나와주어야 할 녀석이 튀어나왔어요. 분위기를 고조시킬 음악과 시미즈 타카시가 직접 냈다는 그 기분 나쁜 소리는 쇼크를 배가하기에는 충분했죠.

2. 앞서 말했다시피 '주온'은 깜짝효과에 많은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요. 그래서 처음 볼 때는 몇 차례나 놀랄 수 있겠지만, 두 번 이상 보면 그 장점을 대부분 상실해버리는 영화가 됩니다. 그 점은 몹시 아쉬운 점이에요. 또한 영화의 내용을 모르겠다라며 호소했던 대부분은 영화를 시간 순서로 두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것이에요. 에피소드별로 시간과는 무관하게 잘라서 엮어두었거든요. 그래서 이 역시 두 번 이상 보면 명확하게 사건간 개연성을 파악할 수 있게 합니다. 조금 헷갈릴 수 있는 것은 시간 상의 선후관계인데, 귀신이 있는 판국에 시간이 조금 헷갈리는 것 정도는 이해해줘야겠죠?
비디오판 1편의 동시다발적인 사건 - 특히 그것이 대부분 같은 시간에 이루어진 2개의 가정을 축으로 하는 - 은 강도도 세고, 마치 시간이 일그러진 듯한 환상적 느낌도 가지게 합니다.

3. 제가 위에서 '주온'은 두 번만 봐도 많은 장점을 잃는 깜짝이 영화이며, 시간상 배열에 대한 혼란도 상당부분 제거되므로 주온이 좋지 못한 영화인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저는 이 작품이 매우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게다가 '주온'이 가진 그 설정, '한'은 전파된다라는 것은 매우 뛰어난 설정입니다. 이 설정에서 주온이 '링'에서 받은 영향력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최근 일본 호러의 메인스트림은 누가 뭐라고 해도, '링' - '주온' - '착신아리'로 이어지는 라인입니다. 동양호러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한'이라는 정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에요. 물론 지나친 단순화일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그 같은 '한'은 사회적인 모순에서 생겨났을지 모르겠지만 본질적으로는 죽은 사람 '개인'에 국한된 것이죠. 따라서 개인의 이야기가 종결되면(복수 혹은 위령제 등을 통해) 한은 사라져요. 하지만 영화 '링'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그 두 배로 전파를 하면 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었어요. 이제 '관계'가 '한'을 낳는게 아니라, '한'은 하나의 주체로 '관계'를 이루어가며 증식합니다. 여기에서 한의 전파, 혹은 복제라는 메인스트림이 발생한 것이죠.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해도 노출이 되면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주온'은 어떤 일정한 공간의 방문자나, 사건과의 관련이 생기는 사람에게로 무차별적인 전파가 이루어져요. 전화기에 내장된 전화번호를 통한 전파가 이루어지는 '착신아리'도 결국 같은 맥락이구요.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도 어떤 위해가 가해질 것 같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 그것이 영화 '주온'의 공포의 근원입니다.


덧 1. 주온 비디오판에서 '가야코'가 기는 장면은 참으로 오랜 시간 동안 보여주지만, 사실 대부분의 장면은 보여주지 않고 상상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짜증나던 장면은 '아기살해씬'이에요.

덧 2. 증식된 한 만큼 많은 가야코가 학교에 서있는 그 장면. 유리에 매달려 유리를 긁어대는 그 장면은 제가 이 비디오판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다시 봐도 꽤 멋있네요. 좀 더 멋있게 만들 수 있었겠지만.

덧 3. 주온 극장판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할께요. 더불어 오늘 못다한 이야기도. 개인적으로 '주온 극장판 2편'은 꽤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by ArborDay | 2006/04/21 18:23 | 공포/호러 | 트랙백 | 덧글(33)

트랙백 주소 : http://Arborday.egloos.com/tb/237172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이규영 at 2006/04/21 18:30
주온처럼 한국에도 비디오용 호러영화같은게 있어으면 좋겠어요. 그럼 아마추어 호러광들도 저예산으로 호러영화에 도전해보고 하면 좋겠는데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4/21 18:33
이규영님/ 물론이죠. 일본의 OVA 토양은 부럽기 짝이 없는 것이에요. 일본공포영화들의 아이디어를 보면서 우리도 저만 못지 않을텐데란 생각을 얼마나 많이 한다구요. ㅠㅠ
Commented by 겜퍼군 at 2006/04/21 19:47
음 주온 일단 공포영화를 체질적으로 못보면서도 끝까지본 몇 안되는 영화이며 그 잔상은 은근히 오래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재미삼아 그 소리를 흉내내기도 했죠..음.. 나름 이야기 구조도 좀 맘에 들긴했지만 일단 그넘의 원한 저주는 그 누구도 막을수 없다라는 점은 솔직히 섬뜻했습니다.
Commented by 레드몽키 at 2006/04/21 19:52
링은 비디오 안 보면 되고 주온도 그 집에 안가면 그만이지만 착신아리는 도저히 어쩔 도리가 없다는 점에서 조금 열받게(?)하는 면이 있죠^^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4/21 20:17
겜퍼군님/ 예. 그게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지요. 아마 그 소리 흉내내본 사람들 꽤 많을껄요. ^^

레드몽키님/ 그래서 메인스트림이고, 발전이죠. 착신아리의 휴대폰 목록은 소위 대여섯 다리만 건너면 모든 사람이 다 해당되도록 만들 수도 있을테니까요.
Commented by 노을 at 2006/04/21 20:27
아아 정말 주온 무서웠어요......;ㅁ; 그 유리창...완전 덜덜덜 -_ㅠㅠ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4/21 21:14
노을님/ 저도 그 장면 너무 좋아해요. 다만 그 장면이 너무 짧아서. 조금씩 다가가며 클로즈업을 해주면서, 효과음을 점점 강렬히 하다가 갑자기 검은 화면이 떴으면 더 멋있었을텐데.
Commented by rumic71 at 2006/04/21 21:29
일본의 호러는 한이라기 보다 '원(怨)'에 가깝다고 봅니다만...예나 지금이나 말이죠.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4/21 21:43
rumic71님/ '원'은 원망하는 마음이고, '한'은 맺힌거죠?
뉘앙스의 차이는 있지만, 이해하는데는 별 차이가 없지 않을까요?
어차피 '원망'이라는 것도 그 대상이 존재하는거니까 말이죠.
하긴 그러고보니 저도 한국 영화 외에서는 '한'이란 표현을 해본 적이 없네요. 우리 민족에 고유하는 속성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일까요?
Commented by 바다별 at 2006/04/21 23:09
주온 극장판 보고 이불을 덮지 못했었...;ㅁ;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4/22 01:58
바다별님/ 머리도 못 감고 말입니다. ^^
Commented by slip at 2006/04/22 02:11
극장판 비디오로 보기전에 케이블 티비로 주온을 봤는데 그게 비디오판이었나보네요. 전 티비 시리즈물인가 싶었는데. 내용은 기억이 안나는데 상당히 무섭게 봐서 바로 주온 극장판을 빌려 봤던 기억이 나네요. 남동생 보고 같이 보자고 하니까 싫다고 극구 거부하고 자더군요.ㅋㅋ
Commented by 오리대마왕 at 2006/04/22 03:04
많이 무서운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뭔가, "아아..무서워질것 같아.. 아악!"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뜬금없이 후루룩 기어나오는 등의 깜짝쇼의 연속으로만 느껴져 개연성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 점이 조금 아쉬워요.
..라고 써놓긴 했지만 다시 보라면 안볼래요.흑흑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4/22 08:06
slip님/ 후후후. 주온 극장판은 dts가 지원이 되어서 기대중입니다.
새벽 2시 쯔음 불 다 끄고 컴터 앞에서 다시 봐야겠어요.
1편은 솔직히 내용도 기억이 안나거든요. 다이제스트 깜짝이씬은 기억나지만.

오리대마왕님/ 후후후. 다시 보면 그만큼 안 무서워요. 그리고 개연성이란 놈도 생각보다는 높게 나타날껄요? ^^
Commented by 미디어몹 at 2006/04/22 11:40
ArborDay 님의 상기 포스트가 미디어몹에 링크가 되었습니다.
Commented by 냐옹쟁이 at 2006/04/22 12:19
아 딴지는 아니지만...'한'과 '원'은 좀 다르지 않나요? ^^; 이해는 충분히 할 수 있지만 '한'이 승화될 수도 용서 될 수도 있는....뭐랄까 좀 더 열린
감정의 구조....플러스의 여지가 있다라면 '원'은 원망,미움등 여지가 없는
여유가 없는 감정을 뜻한다고 여겨져서 말입니다. 본래 의도하시는 바는 충
분히 이해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어요. ^^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4/22 12:25
미디어몹님/ 감사드립니다.

냐옹쟁이님/ 그 뭐랄까, 그 차이를 잘 모르겠는겁니다. ^^
Commented by shivaism at 2006/04/22 15:06
전 지금도 핸펀 벨소리 착신아리 벨입니다. 처음 벨소리 다운받은 날 밤에 전화 왔는데.. 그 때는 정말 ;;;;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4/22 21:28
shivaism님/ 허허허. 영화 나온 뒤에 그 멜로디 가끔 들었답니다. 전 벨소리에 돈을 쓰는게 무지하게 아깝다고 생각하던 시기였기에.
지금이라면 한 번 쯤 해봤을지도 모르겠네요. ^^
Commented by 연꽃 at 2006/04/24 01:45
원.. 이라.. 색다른 의미를 보고 가네요. ^-^ 보고 싶네요.
Commented by jjay at 2006/04/24 10:22
딴영화라고 뻥치는 친구에게 속아 심야상영을 보고 해뜰때까지 집에 못 들어갔었던 주온-
Commented by 너털도사 at 2006/04/24 10:56
벌건 대낮씬인데도 불구하고 공포를 느끼게 하는 영화더군요..ㅋㅋ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4/24 17:12
연꽃님/ 보고 싶다면 보셔야죠.

jjay님/ 흐흐흐. 좋은 경험이십니다.

너털도사님/ 극장판 볼 즈음 되면 비디오판에 대한 내력이 생겨서 그다지 무섭지는 않더라구요. 그래도 깜짝깜짝하는 맛은 있어서 좋았답니다.
Commented by 김응일 at 2006/04/26 02:51
dp에 소개된 퀵뷰를 제가 썼습니다. ㅡ.ㅡ;; 당시 김종철씨가 "우리나라에 발매되는 것은 비디오 1 & 2 합본이다"라고 잘못된 정보를 받으셔서 저도 QC보고 이상했지만 '빠워'에 밀려 그냥 썼다가 항의 받았습니다. 또 주요장면을 캡처 했다는 이유로 욕 먹구요. ㅎㅎ 사실 장면 캡처는 어디까지나 리뷰어 몫인데 제가 쫌.. 너무 했지요 ^^ (근데 못 본 사람들이 없을꺼라는 생각에 디테일한 화면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인데..)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4/26 14:31
김응일님/ 흐흐흐. '빠워'에 밀리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뭐.
퀵뷰를 쓰면서 장면을 캡쳐하면 혼나는군요. 역시 실무자 혹은 실무자였던 자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합니다.
Commented by 피터팬 at 2006/05/25 22:13
주온... 재미있게 봤던 영화였습니다. 특히 귀신이 등장할 때 나오는 사운드가 좋았죠. 가끔 밤에 전화할 때 무서움을 많이 타는 친구에게 제 육성으로 들려주기도 한답니다. "끄어어어어..." 이 사람... 센스가 있더라구요..ㅎㅎ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5/26 14:25
피터팬님/ 흐흐. 그거 장난삼아 감독이 집어넣은 소리라더군요. 센스가 좀 있습니다.
6월에 환생이 개봉하는데 많이 궁금하네요. 어떤게 나왔을지.
Commented by seimei at 2006/06/18 00:32
전, 주온이 낮에 벌어지는 일들이라서 더 좋았어요. 이제 더 이상 낮도 원혼에게서 도망칠 수 없는 시간이 된 거잖아요. 발상의 전환이라고나 할까.

전 영화는 너무 실망. 저예산 비디오가 훨씬 낫더군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6/18 14:25
seimei님/ 주온은 비디오판이 좋았습니다. 극장판 2편은 꽤 괜찮았다고 생각하지만, 극장판 1편은 '황'에 가까웠어요.
Commented by 수운 최제우 at 2007/01/07 01:47
개인적으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일본 공포영화입니다. 단 비디오 원판 1만 좋아하고 나머지는 별로입니다. 그나저나 시미즈 이 양반 도대체 이 시리즈에 언제 손 뗄 런지 궁금하군요. 우려먹기도 한계가 있지 나 참.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1/07 10:48
수운최제우/ 좀 심하게 말하면 시미즈는 미래가 없는게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더만. 믿던 도끼에 발등찍히는 경우도, 기억에서 완전히 지웠는데 부활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시미즈 다카시. 희망적이지는 않네.
Commented by ㅈㅈ at 2008/06/13 14:13
비디오판은 턱빠진게 최고였죠......................후덜덜......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6/13 16:23
전 비디오판 2편의 그 사다코 왕창씬이 좋았어요. 후덜덜덜.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