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미국은 악마의 하수인이었다 - Angel heart

1. '오컬트' 영화의 수작의 한 예로서, '반전영화'의 한 예로서 흔히 거론되는 '엔젤하트'는 미키루크의 실제정사씬에 대한 언급을 제외하더라도 상당한 문제작입니다. 근친상간에 친족살해에. 휴~.
알란파커는 영화 전체를 아우르며 음습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합니다. 영상미는 당시 영화로서는 탁월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정도구요, 미키루크의 모습과 계란 먹는 로버트 드니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본전 이상 하는 작품이죠. 다소 지루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참 재미있는 영화에요.

2. 이 영화에 대해 난해하다는 수식어를 접한 일이 꽤 많습니다만, 이 작품은 그리 난해한 작품은 아니에요. 물론 영화 전체가 '상징'과 '은유'로 이루어져 있기는 하지만 말이죠. 우리는 '엔젤하트'가 헐리웃 10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으로 회자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그 사실은 이 영화가 그저 그런 재미 혹은 말초적 공포만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일단 영화의 줄거리를 대충 살펴볼까요? 탐정 'Angel'은 'Louis Ciphre(루이스사이퍼, 루시퍼)'의 의뢰로 '쟈니 페버리트'라는 사람의 종적을 찾아나갑니다. 그러나, 그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모두가 죽어버리고 그를 찾는 일은 점점 행방이 묘연해지죠. 최후의 반전에서 왜 그랬었는지가 설명됩니다. 알고보니 악마와 계약했던 '쟈니'가 자신의 '혼' 대신 다른 사람의 '혼'을 훔쳐 팔고, 그동안 '엔젤'로 숨어 살아왔던 것입니다!(긁으면 보입니다. 스포일러)

3. 제가 바라보는 영화 '엔젤하트'는 미국이 한 짓에 대해 정체성을 찾아가는 자기반성적 영화에요. 정확히는 '알란파커'가 영국인이니 미국이 한 짓에 대한 비난일 수도 있겠네요(헐리웃이 이 영화에 찬사를 보냈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요. 자본도 투하가 되었구요). 그런 의미에서 최근 영화들에서 보이는 어떤 분위기 - 미국의 자기반성 혹은 고발을 다룬 - 영화들과도 부합할 수 있을거에요.
엔젤을 말 그대로 '천사', 루이스사이퍼를 '악마(루시퍼)'로 놓고 '자니'를 '미국'이라고 생각합시다. 그러면 이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변해요. 많은 명분을 가지고 전쟁을 해왔던, 특히 서방세계의 수호자 혹은 세계경찰로의 미국의 당위성을 주장해오던 미국이 알고보니 악마와 계약을 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희생시킨 악마의 하수인이었다는 이야기로 말이죠. 엔젤이 루이스사이퍼의 의뢰를 받고 쟈니를 찾는 동안까지도 자신의 정체성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은 미국인들조차 자신들을 '천사'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자니가 혼을 훔친 남자가 '미군'이었다는 점은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실어줍니다. 군인이 무슨 죄가 있겠어요. 시키는대로 하는 사람들인데. 그들은 장기말과 같은 것이라구요. 냉전의 절정이었던 '한국전쟁'과는 달리 '베트남전쟁' 당시는 '반전'의 무드가 강화됩니다. 거기다가 아깝게 피를 흘리던 '미국인들'의 목숨에 대해 항의하는 집회들도 미국내에서 많이 일어나게 되지요. 그런 시대의 변화와 과거들을 되돌아보고 있는 것이 이 작품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엔젤하트'는 '반전(twisted)영화'일 뿐만 아니라, '반전(antiwar)영화'인지도 모릅니다.


덧 1. 의미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도 꽤 좋은 영화임은 틀림없어요. 아마 이 작품을 좋아하신다면 '야곱의 사다리' 같은 영화도 괜찮으리라 생각해요.

덧 2. 비슷한 느낌의 '데블스 애드버킷'보다는 이 작품에 훨씬 많은 애착이 갑니다. '알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를 비교하는 것은 아니지만.


by ArborDay | 2006/04/14 12:11 | 공포/호러 | 트랙백(1) | 핑백(1) | 덧글(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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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이세상을 알마렌으로 at 2006/05/02 00:51

제목 : 엔젤 하트 (Angel Heart 1987년)
감독 알란 파커 출연 미키 루크, 로버트 드 니로, 리자 보넷, 샬롯 램플링 원작 Falling Angel 1987년 미키 루크가 비교적 제정신일때 출연한 작품입니다. 이영화의 분위기는 음산함과 난해함입니다. 내용부터 악마와 종교 그리고 타락한 영혼에 관한 이야기에 심각하고 어두운 영상의 알란 파커가 만났으니 보나......more

Linked at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블로그 :.. at 2008/01/13 16:24

... 럼, 자신 탓이 아닌가라고 돌아보는 것 정도는 원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현실의식은 틀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 안개는 이런 맥락에서 1987년의 영화 '엔젤하트'와도 맥이 닿아있다. 안개는 명분으로 치장한 살인자(엔젤하트에서라면 자니페이버릿), 미국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 죄값을 치르는 이야기이므로. 구체적인 소재 ... more

Commented by 바다별 at 2006/04/14 12:20
보면서 놀라기도 하고 낯설게 느끼기도 했었습니다.
Commented by 니케 at 2006/04/14 12:27
전 정말 재밌게 보았지요. 데블스 애드버킷보다 훨씬 하드고어하면서도...
루시퍼가 삶은달걀 까먹던 손놀림이 지금도 눈 앞에 생생하군요.
Commented by 동사서독 at 2006/04/14 12:51
엔젤하트.... 정말 대단한 영화였죠.
섹시한 에로배우(?)쯤 여겼던 미키 루크의 호연도 좋았었습니다.
Commented by 겜퍼군 at 2006/04/14 13:17
음 보고싶었지만 개봉다시부터 지금까지 못본 영화인데 꼭 봐야겠네요.
Commented by 볼프강 at 2006/04/14 16:37
예전에 윤리 선생님이 이 영화를 극찬해주셔서 한번 봤었는데, 너무 재밌게 봤었지요. 전혀 의미를 모르고 봤었는데..^^;;..그런 해석이 있었다니!! 한번 더 봐야겠네요.
Commented by philip at 2006/04/14 17:08
저는 알 파치노보다 로버트 드 니로가 좋기도 해요. :)
말씀대로 야곱의 사다리도 좋아했어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만큼은 아니어도 이 영화도 몹시 충격적이었어요.
한때 제일 좋아하는 감독이 알란 파커이기도 했지요.
Commented by 미디어몹 at 2006/04/14 17:44
arborday 님의 상기 포스트가 미디어몹에 링크가 되었습니다.
Commented by 오유 at 2006/04/14 18:32
소싯적 한창 이 영화에 빠졌던 때가 있었습니다. 책도 사서 보고 또 보고... 시발점은 미키 루크 때문이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그 내용과 분위기에 더 매료됐던 것 같아요. 리사 보넷의 연기 또한 충격적이었고요.

그 영화에 말씀하신 그런 함의가 있었군요. 퍼즐이 맞춰지는 듯한 명쾌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잘 봤어요.
Commented by 0083min at 2006/04/14 19:58
저도이건 상당히 재미있게 봤습니다..당시 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반전에선 상당히 충격...랄까 나온때를 생각해도 상당히 괜찮은 영상을 보여준걸로 기억합니다..
근데 확실히 미국의 자기정체성 영화로 생각해 봐도 꽤나 흥미롭군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4/14 21:45
바다별님/ 저 역시 범상치 않은 느낌으로 영화를 감상했답니다. 영화를 집중해서 제대로 본 것은 세 차례였던 것 같네요.

니케님/ 후후후. 제가 달걀이 된 느낌이랄까. 껍질이 까지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아브락삭스가 아니라, 그대로 먹이가 되는 아주 처량한 신세.

동사서독님/ 한때는 미키루크 진짜 좋아했습니다. '할리와 말보로맨'과 같은 영화도 하나하나 챙겨봐줬지요. 역시 '나인하프위크'지만.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4/14 21:59
겜퍼군님/ 기회가 닿으면 한 번 쯤 봐주세요. 좋은 영화랍니다.

볼프강님/ 윤리선생님께서 재미있는 분이었나봅니다. 한 번 다시 봐주세요. 살포시!

phillip님/ 솔직히 저도 로버트 드니로를 더 좋아합니다. 심지어는 대부에서조차도.

'미드나잇 익스프레스'가 올리버스톤 각본이었지요?
터키정부의 수입소동이 있었던. 영화는 정말 멋있었습니다. 으~ 그것도 정말 고통스러운 전개였지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4/14 21:59
미디어몹님/ 감사드립니다.

오유님/ 책까지 사서 보셨을 정도면 저보다 더 많이 보셨겠는걸요? ^^
전 영화화된 작품은 거의 영화만 구해서 보았기 때문에. 책을 먼저 읽지 않았다면 원작과의 비교는 불가능합니다. 어쨌든 칭찬 감사드려요.

0083min님/ 넵. 역시 음모론은 - 적당한 논리만 뒷받침된다면 - 재미있는 것이죠. ^^
Commented by focuslight at 2006/04/14 22:05
어릴적 멋모르고 본듯한데...영화내용이 그렇게 맞춰지기도 하는군요.
영상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던거 같은데, 그나저나...실제정사...였나요?-ㅅ-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4/14 22:18
focuslight님/ 그렇다고 하더군요. ^^
Commented by 취월백랑翠月白狼 at 2006/04/15 01:06
오호호, 한번 봐야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4/15 01:07
취월백랑님/ 시간 한 번 내보세요. ^^
Commented by 라엘 at 2006/04/29 23:41
이 영화 어렸을 때 봤을 땐, 처음에 이해가 안되어서 몇번 봤는데! >ㅈ< 지금 생각하면 정말 수작! 언제 다시한번 보고 싶어지는 영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4/30 00:26
라엘님/ 한 번 시간 내서 보세요. 정말 수작이죠. 이 장르에서는. 진지하고.
Commented by akachan at 2006/07/24 10:44
국내 개봉 당시는 <다이하드>와 함께 개봉되어 많은 학생들이 두 영화의 제목이 헷갈려서 실수로 <엔젤하트>를 보게 했던 영화죠.^_^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7/24 11:20
akachan님/ 허허허, 그랬을 수도 있었겠네요. 그러고보니 전 '다이하드'를 극장에서 본 것 같아요. ^^
Commented by 수운 최제우 at 2007/01/27 23:26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 대결이라....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군요, 둘 다 워낙 연기의 달인이라서요. 개인적으로는 알 파치노에게 한 표를 줍니다. 순전히 개인 취향에 의거해서 입니다.
Commented by RodoMom at 2008/08/24 17:26
아아주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입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8/24 18:19
예, 아아주 재미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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