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규정하는 것은 자유의지 - Trumanshow

하나님은 세상을 만드시고 자신의 모습과 비슷하게 인간을 창조했다. 그리고 그 인간에게 절대 '선악과'만은 따먹어서는 안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인간은 그것을 어겼으며 '원죄'를 지고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한다. 그 결과 남자는 '노동'의 고통을, 여자는 '출산'의 고통을 안게된다. 여기까지는 두 말할 것도 없이 구약성서의 이야기이다. 왜 성경을 들먹거렸냐고? 이 영화가 그와 같은 스토리구조를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천만에. 애당초 출산의 고통이란 그 곳에서 쫓겨났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자. 인간이라는 존재의 번성은 '원죄'에 의한 것이고, 그러한 '원죄'란 선악과를 따먹은 일종의 '반항' 혹은 '자유의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속성은 '반항' 혹은 '자유의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독교가 말하는 것처럼 인간은 누구나 원죄를 가지고 있다면 말이다. 뒤집어말하면 '원죄'가 결여된 자는 인간이 아니란 말과도 같은 것이다. 내가 말하는 '원죄'란 기독교적 관점에서의 나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결과' 이상의 의미가 아니란 말을 덧붙여야겠다.

트루먼은 방송국에 입양되어 '논픽션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래서 그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TV세트 속에서 살아간다. 이 도시는 바로 '에덴동산(Sea-heaven)'이며, 트루먼을 창조한 하느님은 '방송사' 혹은 'PD'이고, 하느님이 사는 하늘나라는 인공달로 만들어진 '스튜디오'다. 게다가 '물에 대한 공포'는 물만은 건너지말라는 약속, 즉 '선악과'와 다름아니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일개 피조물이었던 '아담'이 '선악과'를 따먹음으로서 인류의 조상으로 변모되는 과정을 보게 된다. 성경속의 '타락'은 이제 한 개인의 '용기'로 대체된다. 그것이 더욱 인간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인간을 규정하는 것은 앞서 설명한대로 '자유의지'이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실질적 위협은 거의 없었던 트루먼은 이제 스튜디오를 떠나 진실된 '삶' 속에서 고통을 겪을 것이다. 이같은 설정은 '매트릭스'와도 다르지 않다. 스펙터클이 다소 강해졌을 뿐.

반면 트루먼을 바라보던 개인들이나, 트루먼을 속여 넘기던 배우들은 모두 '인간'이 아니다. 그들은 무료하게 TV를 통해 관음증이나 채우고 있는 자들이거나, 아니면 방송국의 지시에 따라 한 인간을 완전히 속여넘기는 무감각한 자들이다. 물론 '인간'이 아니라는 표현은 지나친 혹은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의 그런 모습에는 자유의지가 결여되어 있다. 이쯤되면 피터위어가 '바보상자'의 노예들이나, 하나의 '부속품'으로 전락한 현대인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상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음을 눈치채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박찬욱이 지적한대로 하나의 '부속품'으로 전락한 이들은 '신체강탈자의 침입'에서의 '외계인들'로 그려지기까지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신체강탈자의 침입의 주된 설정이 아무도 믿지 못하며, 감염된 이들은 개성이 상실된다는 것이 아니었던가.

트루먼쇼는 직접적으로는 '미디어비판'을 다룬 영화이다. 실제로 픽션에 질려버린 현대인들은 점점 더 논픽션을 원하고 있으며, 그같은 욕구는 자본의 논리와 결합하여 '피어팩터'류의 선정적이고도 자극적인 프로그램들을 만들어냈다. 조금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이런 인간의 권리를 무시한 방송이 없으리라는 법은 없다. 트루먼쇼는 자신의 삶이 모두 거짓이고, 한시도 제외하지 않고 타인의 시선에 노출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섬찟한 영화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영화는 트루먼이 진실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희망적(?)인 성장영화 - 어른이란 스스로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존재라고 생각하면 - 이기도 하다.

덧 1. 인간의 '자유의지'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트루먼쇼'는 '클락웍 오렌지'와 유사점을 가집니다.

덧 2. 코드 3으로 출시된 dvd의 다른 버전을 모두 소유한 몇 안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덧 3. 짐캐리의 영화 중 '케이블가이'와 함께 극장에서 본 몇 안되는 작품입니다. 빤해보인다고 해도 '딕과 제인'은 가서 봐야겠습니다.

by ArborDay | 2006/03/30 11:08 | 비호러 | 트랙백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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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고구미 at 2006/03/30 11:29
전 이 영화를 보면서 '안주' 가 아닌 '자유와 모험'을 택하는 트루먼이 멋졌답니다. 하지만 그 이후의 트루먼의 삶은 어땠을까를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Commented by 워니홍 at 2006/03/30 11:58
정말, 자유의지가 없다면. 그것 참 끔찍한 상상인거 같아요.
생각하게 하시네요^^
Commented by 동사서독 at 2006/03/30 12:17
정말 좋았던 영화죠. 더불어 에드 해리스에게도 건배!!
Commented by boogie at 2006/03/30 16:39
인간에게 자유의지와 반항이 있기 때문에 투루먼이 진실을 찾아 헤맨걸까요..
진실은 저 어둠속에 가려있듯이 자신이 진실을 발견했다고 생각하는것 역시
착각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갑자기 드는군요..
Commented by yugo at 2006/03/30 20:56
비록 극장에서 보지는 못했지만, 케이블가이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던 저는 당시 천리안 아이디를 케이블가이로 했었죠...감회가 새롭습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3/30 21:52
고구미님/ 아마 우리네의 삶과 비슷해지지 않았을까요? '딕과 제인'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네요. ^^

워니홍님/ 자유의지가 없는 자는 왠지 인간답지 않잖아요.

동사서독님/ 물론, 에드 해리스에게도 건배해야죠. ^^

boogie님/ 적어도 한 가지에 대해 진실이 아님은 밝혔지 않습니까. ^^

yugo님/ 저는 당시 케이블가이는 별로였다라고 생각했답니다. 다시 보니 좋더군요.
Commented by 써머즈 at 2006/03/30 23:47
이 영화 속에서 제일 무시무시(?)했던 장면은 짐 캐리의 아내 역을 맡은 로라 리니가 의심하고 있는 짐 캐리 앞에서 끝까지 광고를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녀도 짐 캐리, 에드 해리스와 함께 멋진 연기를 보여줬죠. ^^

언제봐도 주인공 이름이 인상적이예요. 트루먼... 트루 맨.
Commented by 숏다리코뿔소 at 2006/03/31 00:30
하루의 인사를 한번에 하는 장면이 눈에 선합니다.
Commented by 리디 at 2006/03/31 00:33
창세기 1장 28절을 보면 하나님은 인간을 만들고 그들에게 복을 주며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출산의 개념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인류 최초의 범죄를 저지르기 전까지 아담과 하와가 아직 출산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만약 그들이 죄를 짓지 않았다면 노동과 출산의 고통 없이 땅 위에 생육하고 번성하여 충만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번성은 '원죄'에 기인한 것이라는 결론(이자 이후 본문의 전제)은 잘못된 것입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3/31 01:04
써머즈님/ 저도 그 장면 아주 좋아합니다.수십번은 돌려 봤을거에요. '트루'맨이라는 이름이나 씨'헤븐'이라는 이름이나.

숏다리코뿔소님/ 저 역시 아주 좋아하는 대사죠.

리디님/ 일단 몰랐던 부분을 가르쳐주신점에 대해서 감사드립니다. 기독교인이 아니다보니. ^^;;
몇 가지 의문은 있으나 말씀하신대로 추후 본문의 논리전개에 대해서는 당연히 수정해야할 듯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하느님이란 존재가 '자유의지'를 주었기 때문에, '선악과'를 따먹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결론인 인간을 규정하는 것은 '자유의지'이다에 대해서는 고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리디님의 리플이 뻘쭘해질 수 있을테니 당분간은 포스팅의 수정은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Commented by nikneim at 2006/03/31 01:29
몇년 전 바다보러 가서 쉬던 여관에서 보다가 졸아버린 기억이 나네요.
초중반 다 못보고 후반부만 봐서 아쉬웠었죠.
하지만 그 짧은 기억으로도 정말 강렬한 인상을 남겨서 실생활에서도 종종
'나도 또 다른 트루먼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하게 만들어줬죠.
Commented by 미디어몹 at 2006/03/31 08:54
안녕하세요 미디어몹입니다. arborday 님의 상기 포스트가 미디어몹에 링크가 되었습니다. 링크가 불편하시면 아래 리플로 의사를 표시해주세요. 해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포스팅되시기를 바랍니다.

Commented by gg at 2006/03/31 09:09
하지만 저는 여전히 하느님이란 존재가 '자유의지'를 주었기 때문에, '선악과'를 따먹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결론인 인간을 규정하는 것은 '자유의지'이다에 대해서는 고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거 고치라는 얘기가 아닌것 같은데 엉뚱하네요
출산이 아니라 출산의 '고통'이 생긴건데.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3/31 09:41
nikneim님/ 사실 저 역시 트루먼에 제 입장을 많이 대입시켰답니다. 원하는 삶이 아닌 누가 시키는대로의 삶만 살고 있는 것 같아서요.

미디어몹님/ 감사드립니다.

gg님/ 인정합니다. 제가 어제 덧글을 잘못 읽었네요.
Commented by 솔리드 at 2006/03/31 11:13
예전에 보았던 이현세님의 "아마게돈"에 인간의 모든일이 신이 사는 그곳의 작가에 의해 쓰여지고..
인간은 그대로 행동하고 생각하게 된다는 그런 내용이 어렴풋히 기억나네요..
이 영화를 보고 난후 문득문득 누군가 날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한번씩..^^;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3/31 11:14
솔리드님/ 그렇게 말씀하시니 '넌 내 책에 쓰여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던 매드니스의 서터케인이 떠오르는군요. ^^
Commented by 옥살라 at 2006/03/31 18:39
이 영화를 보고 느끼고 해석하는 관점은 여러 가지지만...
'매트릭스' 시리즈와 함께 이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관념을 제시해준 수작이라고 보았답니다. ^^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3/31 19:02
옥살라님/ 동감합니다. 진짜와 가짜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이 숨어있는 작품같아요.
Commented by 이녘 at 2006/04/01 12:01
짐 캐리가 꽤 표정이 깊은 배우라는 것을 알려준 영화죠. 의외로 이 영화와 친족관계에 있는 영화는 매트릭스일지도요. ㅋㅋ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4/01 12:59
이녘님/ 동감합니다. 전 짐캐리의 눈망울이 참 매력있다고 생각해요. 어쨌거나 오늘은 'Fun Dick & Jane' 보러 갑니다. 간만에 스크린에서 만나는 짐캐리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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