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 모영화잡지에서 이 영화를 언급한 후 국내의 많은 공포영화매니아들은 과연 이 작품이 뭐길래라는 열망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특히 '길로틴 고문'이라고 불리던 그 장면 하나를 보고 싶어한 사람들도 많았죠. 많은 기대는 실망을 부르는 법이었을까요, 아니면 영화 자체가 너무나 열악했던 것이었을까요?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악평의 대열에 가담했습니다. 제가 아는 대다수의 사람들도 그러했어요. 네. 사실입니다. 영화는 너무 허접하고, 주제의식을 힘주어 말하기보다는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주력하고 있어요. 참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를 빠는 변태들'은 그렇게 나쁜 작품은 아니에요. 영화에서 피를 빨아먹는 것은 '극장주'들과, 그들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관객'이고, 피를 빨리는 것은 아무 힘없이 잡혀온 '여성'들이죠. 게다가 무대마스터의 이름이 '사두', 이건 기본적으로 '성'과 '계급'에 의한 대립구도를 노골적으로 차용한 것이네요. '극장주'와 '관객'의 공통점은 이 장소에 있는 사람들 중 그들만이 '돈'을 가지고 있다는 거에요. 그들은 희생자들을 절단해대면서 기쁨을 느낍니다. 희생자들은 거의 개와 같은 삶을 살고 있어요. 젠장할. 내가 그렇게 살고 있지 않다고 말할 자신이 없군요. 그 희생자들은 물론 마지막에는 떼를 지어 권력의 상징인 '남근'을 햄버거로 만들어버림으로써 통쾌하게 보복합니다. 세상에나! 그런 멋진 꿈이 있을 수 있다니! 영화는 시종일관 대립되는 관념들을 통해 진행됩니다. 그리고 그 관념들이 하나가 되는 사회가 극장이죠. 무대 뒤에는 대립이 있으나, 무대 위에서만큼은 그것이 하나로 보여지는 세상의 겉과 다른 양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무대는 진실과 거짓이 교묘하게 겹치는 공간입니다. 그들의 공연들은 그것이 각본에 의해 나온다는데서 '거짓'이며, 실제로 사람이 죽는다는데서 '진실'입니다. 공연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문제는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그들이 그것을 거짓으로 생각하는 동안은 그들에게 죄의식이 있을리 없으니까요. 어찌 말하면 그것이 영화의 본질이기도 하겠지요. 영화 속에서 사두는 관객에게 진실과 거짓의 모호함을 던져대며 즐거워하고 있어요. 마치 어려운 시험문제를 내는 사람의 사디즘처럼. 영화를 보며 웃고, 찡그리고, 욕을 할 지언정 조엘리드의 이 작품을 보고 있는 동안 관객은 S&M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피를 빠는 변태들의 일원이 되어버리는거죠. 영화 '피를 빠는 변태들'은 스크린을 통해 고어영화의 아버지격인 연극 '그랑기뇰'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그랑'은 어른이라는 의미, '기뇰'은 1908년의 잔혹인형극의 주인공 이름으로 '그랑기뇰'은 성인을 위한 볼거리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요. 허셀루이스고든이 '피의 향연'을 만들기 전 그 연극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말한 바 있으니 고어영화와 그랑기뇰의 관계는 명백한 것이라고 봐야겠죠. 사실 이 작품의 배경은 '그랑기뇰'보다는 '그랑기뇰'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한 미국의 '공포연극'을 직접적으로 가져온 것입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둥근톱마술'과 같은 공포스러운 사지절단류의 마술을 차용한 것이죠. 이 작품이 아니라면 우리가 어디서 이런걸 구경할 수 있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자기 근원 자체를 이야기의 소재거리로 만들어버리는 '선구자적 성격'을 가졌다고도 과대평가할 수 있습니다. 슬래셔를 소재로 만드는 뉴슬래셔와 크게 다르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거든요. 물론 이같은 소재를 훨씬 더 멋지게 표현할 수는 있어요. 그리고 이같은 대립들은 지금에는 너무나 진부한 것일 수 있구요. 하지만 말이에요. 들인 돈과 1976년 당시의 기술력을 생각해볼때 이 작품이 너무 저평가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괜찮은 구석이 의외로 많은, 생각해볼 거리들을 던져주고 있는 영화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하거든요. 덧 1. 피를 빠는 변태들은 여러 제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Blood Sucking Freaks The Heritage of Caligula The House of Screaming Virgin The Incredible Tortue Show 덧 2. 이 작품의 속편으로 'Maniac Nurse'라는 작품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물론 아무런 연관성이 없지요. 영화는 이보다 훨씬 못합니다. 덧 3. 저는 이 작품의 'Director's cut' 버전을 비디오로 봤습니다. 88분버전이죠. 정말 유쾌하게 많이 웃었어요. 덧 4. 좋아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꽤나 평이 좋을 수 있겠습니다만, 대부분의 이들이 악평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덧붙입니다. 영화보고 저를 욕하지 말아주세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