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2월 21일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어디에? - Minority Report
미래를 다룬 영화들은 어째서 하나같이 디스토피아적인 미래관을 담은 것일까? 그 답은 의외로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미래가 마냥 행복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영화로 찍을만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겠지. 게다가 인간이란 그리 쉽게 변하지 않을테고.
2002년 만들어진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블록버스터치고는 꽤나 잘만들어진 영화라고 칭찬할만하다. 필립 K.딕으로부터 가져온 '프리크라임'이라는 소재의 힘은 엄청나고, 스필버그의 시각효과도 썩 괜찮다. 탐크루즈, 콜린패럴, 막스폰시도우 등 배우들의 연기력도 나쁘지 않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프리크라임의 법적 해석이라는 다소 식상할 논란을 제거한다고 해도, 꽤나 날카로운 사회적 시선을 유지한다. 우선 시스템이 운영되는 방식을 살펴보자. 3인의 예지자가 텔레파시를 근거로 사건이 일어날 것을 이미 알아낸다(다소 진부해질 것 같으니 예지자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는 범인의 이름과 희생자의 이름, 사건 당시 영상이라는 데이터를 제공한다. 그를 통해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범죄자를 처벌할 수 있다. 이 때 3인의 예지는 대체로 일치되지만, 가끔씩 '아가사'만이 독자적 예지를 내놓기도 하는데 이는 묵살된다. 이것은 명백히 '다수결'에 대한 비판이다. 심지어 '아가사'가 셋 중 능력이 가장 많다고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그런 사실을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다.
콜린 패럴의 대사, "항상 문제는 사람에게 있다."는 진부하지만 엄청난 통찰력을 지닌 대사이다. 사실, 나는 민주주의도 사회주의도 그것이 이상적으로 운영된다면 '유토피아'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둘은 모두 더 나은 세상을 보는 다른 시각이며, 훌륭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사람이라는 존재이다.
영화는 흡사 '친절한 금자씨'와 비슷한 방법(누군지만 가르쳐주면 죽이려들 사람은 많다)으로, 사람이 완전한 시스템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아가사가 어머니의 죽음을 봤음에도 범인의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라는 논리적 모순은 제거할 수 없겠지만(만약 그것이 단독리포트의 경우에 해당한다면 그것은 지독한 우연일텐데, 그같은 우연을 감안하여 완전범죄를 계획한다는 것도 어불성설), 이것은 단지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결론적으로 어떤 시스템에 인간의 운명을 완전히 맡기는 일은 너무나도 어리석은 일이지만, 그런 선택은 다수의 환영에 의해 채택된다. 범죄예방시스템에 던지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의 환호를 보라. 그들은 다수라는 이름 그 자체이며, 민주라는 도구를 가지고 있다. 날카롭지 않은가?
인간은 누구나 제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까지는 움직이지 않는다. 보라. 자신이 희생양으로 꼽히자 분주해지는 탐크루즈의 모습을.
그러한 사회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조금 아쉽다. 스필버그 특유의 가족주의는 비난하지 않는다고 하자(가끔은 가족주의도 즐겁다). 그래도 영화는 미션임파서블4 정도의 느낌을 주고 있을 뿐, 스릴러라는 장르를 차용했음에도 그다지 긴장감을 고조시키지 못한다. 너무 볼거리가 많은 블록버스터의 특징일지도 모르겠지만.
그토록 매력적인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존재는 단지 톰크루즈가 '아가사'를 끌어들이기 위한 맥거핀처럼 사용될 뿐, 누명을 벗기는 것과는 무관하다. 젠장.
영화의 결말에서 붕괴되어버린 '범죄예방시스템'은 그동안 억눌린 범죄의 홍수로 이어질 것이다. 영화는 잠시의 해피엔딩을 시사하고 있지만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 인간은 또다시 소수의 희생 하에서 범죄를 예방할 것이냐, 아니면 범죄를 용인하고 소수의 희생을 못본척 하지 않을 것이냐에 대한 선택에 직면할 것이다. 그리고 톰크루즈와 그의 아내는 서로를 볼 때마다 죽은 자신의 아이를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고통에 여전히 시달릴 것이다.
p.s.
1. 필립 K. 딕의 소설이 영화로 나온 것 중 맘에 드는 것을 꼽으라면 역시 '블레이드러너'다. 확실히 그의 작품은 어둡게 만들어져야 제 맛인 것 같다는 그런 편견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야 말았다.
2. 눈알을 수술하는 장면은 알렉스의 교화장면을 오마쥬한 것 같다.
3. 과학은 인간에게서 기적을 앗아갔다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하필 그 시간에 거기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여전히 기적이다.
2002년 만들어진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블록버스터치고는 꽤나 잘만들어진 영화라고 칭찬할만하다. 필립 K.딕으로부터 가져온 '프리크라임'이라는 소재의 힘은 엄청나고, 스필버그의 시각효과도 썩 괜찮다. 탐크루즈, 콜린패럴, 막스폰시도우 등 배우들의 연기력도 나쁘지 않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프리크라임의 법적 해석이라는 다소 식상할 논란을 제거한다고 해도, 꽤나 날카로운 사회적 시선을 유지한다. 우선 시스템이 운영되는 방식을 살펴보자. 3인의 예지자가 텔레파시를 근거로 사건이 일어날 것을 이미 알아낸다(다소 진부해질 것 같으니 예지자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는 범인의 이름과 희생자의 이름, 사건 당시 영상이라는 데이터를 제공한다. 그를 통해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범죄자를 처벌할 수 있다. 이 때 3인의 예지는 대체로 일치되지만, 가끔씩 '아가사'만이 독자적 예지를 내놓기도 하는데 이는 묵살된다. 이것은 명백히 '다수결'에 대한 비판이다. 심지어 '아가사'가 셋 중 능력이 가장 많다고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그런 사실을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다.
콜린 패럴의 대사, "항상 문제는 사람에게 있다."는 진부하지만 엄청난 통찰력을 지닌 대사이다. 사실, 나는 민주주의도 사회주의도 그것이 이상적으로 운영된다면 '유토피아'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둘은 모두 더 나은 세상을 보는 다른 시각이며, 훌륭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사람이라는 존재이다.
영화는 흡사 '친절한 금자씨'와 비슷한 방법(누군지만 가르쳐주면 죽이려들 사람은 많다)으로, 사람이 완전한 시스템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아가사가 어머니의 죽음을 봤음에도 범인의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라는 논리적 모순은 제거할 수 없겠지만(만약 그것이 단독리포트의 경우에 해당한다면 그것은 지독한 우연일텐데, 그같은 우연을 감안하여 완전범죄를 계획한다는 것도 어불성설), 이것은 단지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결론적으로 어떤 시스템에 인간의 운명을 완전히 맡기는 일은 너무나도 어리석은 일이지만, 그런 선택은 다수의 환영에 의해 채택된다. 범죄예방시스템에 던지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의 환호를 보라. 그들은 다수라는 이름 그 자체이며, 민주라는 도구를 가지고 있다. 날카롭지 않은가?
인간은 누구나 제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까지는 움직이지 않는다. 보라. 자신이 희생양으로 꼽히자 분주해지는 탐크루즈의 모습을.
그러한 사회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조금 아쉽다. 스필버그 특유의 가족주의는 비난하지 않는다고 하자(가끔은 가족주의도 즐겁다). 그래도 영화는 미션임파서블4 정도의 느낌을 주고 있을 뿐, 스릴러라는 장르를 차용했음에도 그다지 긴장감을 고조시키지 못한다. 너무 볼거리가 많은 블록버스터의 특징일지도 모르겠지만.
그토록 매력적인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존재는 단지 톰크루즈가 '아가사'를 끌어들이기 위한 맥거핀처럼 사용될 뿐, 누명을 벗기는 것과는 무관하다. 젠장.
영화의 결말에서 붕괴되어버린 '범죄예방시스템'은 그동안 억눌린 범죄의 홍수로 이어질 것이다. 영화는 잠시의 해피엔딩을 시사하고 있지만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 인간은 또다시 소수의 희생 하에서 범죄를 예방할 것이냐, 아니면 범죄를 용인하고 소수의 희생을 못본척 하지 않을 것이냐에 대한 선택에 직면할 것이다. 그리고 톰크루즈와 그의 아내는 서로를 볼 때마다 죽은 자신의 아이를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고통에 여전히 시달릴 것이다.
p.s.
1. 필립 K. 딕의 소설이 영화로 나온 것 중 맘에 드는 것을 꼽으라면 역시 '블레이드러너'다. 확실히 그의 작품은 어둡게 만들어져야 제 맛인 것 같다는 그런 편견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야 말았다.
2. 눈알을 수술하는 장면은 알렉스의 교화장면을 오마쥬한 것 같다.
3. 과학은 인간에게서 기적을 앗아갔다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하필 그 시간에 거기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여전히 기적이다.
# by | 2006/02/21 14:41 | 비호러 | 트랙백(1) | 덧글(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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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필립 딕 (Philip K. Dick 1928~19..
금년에는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A Scanner Darkly가 개봉예정이랍니다. 영화화된 필립 딕의 소설들. 소설(연도) - 영화(연도 감독)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 1968년) - 블레이드 런너(1982년 리들리 스콧) 도매로 기억을 팝니다(We Can Remember It for You Wholesale 1966년) - 토탈 리콜(1990년 폴......more
사람의 행동도 자유의지 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뇌에서 일어나는 화학 작용에 의해서 결정되는게 아닐까요?
그렇게 보면 이세상에 우연이란게 있을까요? 단지 너무 복잡해서 계산이 불가능한건 아닐까요?
그렇게 설명된다고 해도 별 의미가 없지 않을까 싶네요.
DIGDUG님/ 홈페이지가 네이버셨군요.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블레이드러너는 꽤 분위기 있는 각품이죠.
석원군님/ 결론과 분위기까지 바꿔버렸으니 충격 먹을만도 하지요.
개인적으로 그의 소설은 책으로 접하는게 제일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상하게 영화가 나오면 손을 대게 되는군요.
저도 기대합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아쉬운 유일한 점이라면 잘못된 정보로 인해 "액션물"로 알고 봤다가 많이 당황했습니다..결국 만족도는 높았지만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LA컨피덴셜과 미션임파서블 그리고 필립 K 딕이 합쳐진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싶네요. 스필버그에게는 큐브릭에 대한 오마쥬가 살아 있는 것 같네요.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봤습니다. 개봉일에;;;;문제는 어머니가 이해를 못 하셨네요...
이제서야 봤네요.
Ritsuko님/ 토탈리콜 역시 괜찮은 작품이죠. 맞아요. 미션임파서블 느낌이 정말 많이 납니다.
김응일님/ 그 오케스트라 지휘하는 듯한 포즈부터 심상치 않더군요. 벽면을 타고 달리는 자동차씬은 제법 멋있었습니다.
무적서생님/ 감사드립니다.
intherye님/ 앗!! 맞네요. 왜 나도 착각을 했을까? intherye님 감사드립니다.
석원군님 / 아마도 필립 K. 딕의 아들 딸들의 평을 착각하신 게 아닐까 싶네요. PKD Trust의 이름으로. ^^
전 콜린 패럴을 발견하게 해준 영화로 기억합니다. ^^
이 영화가 ET와 같은 시기에 개봉해서 약간은 관객들에게 저평가 된걸로 생각드는데..
제 기억이 맞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THE ONE이 물론 참패를 하긴 했지요~
미디어몹/ 감사드립니다. ^^
솔리드님/ 전 '브레이드러너'를 꽤 늦게 접해서 그 시기는 잘 모르겠네요.
어찌되었든 그 분위기는 정말 끝내줬죠.
뿌리님/ The one을 못 본지라 뭐라 말씀을 못 드리겠네요. ^^
gaya님/ 전 책은 못 봤지만 책의 결말은 들어 알고 있습니다.
확실히 그 쪽이 더 매력있더군요.
이 영화도 다시 한 번 보고 싶네요. 원작 책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원작의 내용도 궁금해지는군요. 왜 진작 원작에는 관심을 못 가졌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완성도로 보면 스필버그 씨는 감독으로서 나쁘진 않지만 말은 많을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
저도 역시 원작은 접해보지 않았어요. 내용이 그리 길지는 않다고 하더군요. 한 번 찾아볼까 생각중입니다.
woody79님/ 스필버그 확실히 영화를 잘 만들기는 합니다. 스릴러로서는 별로지만.
석원군님/ 스필버그 영화 중에서는 확실히 잘 만든 편에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스필버그의 휴머니즘은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라이언일병구하기나 쉰들러리스트 같은 영화는 좋아하지 않지만 말이에요. ^^
아. 원작이 유머러스한가 보네요. 상당히 암울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말이죠. 안그래도 요즘 살 책이 조금 있었는데 함께 장바구니에 넣어둬야겠네요.
개인적으로 故 필립 K 딕 옹의 작품들 중에서 UBIK이 실사화 했으면 하는데 말입니다. 게임화 되서 국내에 정발되는 바람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게 아쉽네요. 지금 기술력이면 제대로 실사화가 가능할거 같은데...
p.s 헌데 알게모르게 그 쌍절권총의 톰크루즈는 멋져버렸습니다. 전혀 의외의 작품에서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보았달까...(T2의 아놀드 샷건 장전만큼 멋짐ㅠㅠ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