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어디에? - Minority Report

미래를 다룬 영화들은 어째서 하나같이 디스토피아적인 미래관을 담은 것일까? 그 답은 의외로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미래가 마냥 행복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영화로 찍을만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겠지. 게다가 인간이란 그리 쉽게 변하지 않을테고.
2002년 만들어진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블록버스터치고는 꽤나 잘만들어진 영화라고 칭찬할만하다. 필립 K.딕으로부터 가져온 '프리크라임'이라는 소재의 힘은 엄청나고, 스필버그의 시각효과도 썩 괜찮다. 탐크루즈, 콜린패럴, 막스폰시도우 등 배우들의 연기력도 나쁘지 않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프리크라임의 법적 해석이라는 다소 식상할 논란을 제거한다고 해도, 꽤나 날카로운 사회적 시선을 유지한다. 우선 시스템이 운영되는 방식을 살펴보자. 3인의 예지자가 텔레파시를 근거로 사건이 일어날 것을 이미 알아낸다(다소 진부해질 것 같으니 예지자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는 범인의 이름과 희생자의 이름, 사건 당시 영상이라는 데이터를 제공한다. 그를 통해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범죄자를 처벌할 수 있다. 이 때 3인의 예지는 대체로 일치되지만, 가끔씩 '아가사'만이 독자적 예지를 내놓기도 하는데 이는 묵살된다. 이것은 명백히 '다수결'에 대한 비판이다. 심지어 '아가사'가 셋 중 능력이 가장 많다고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그런 사실을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다.

콜린 패럴의 대사, "항상 문제는 사람에게 있다."는 진부하지만 엄청난 통찰력을 지닌 대사이다. 사실, 나는 민주주의도 사회주의도 그것이 이상적으로 운영된다면 '유토피아'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둘은 모두 더 나은 세상을 보는 다른 시각이며, 훌륭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사람이라는 존재이다.
영화는 흡사 '친절한 금자씨'와 비슷한 방법(누군지만 가르쳐주면 죽이려들 사람은 많다)으로, 사람이 완전한 시스템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아가사가 어머니의 죽음을 봤음에도 범인의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라는 논리적 모순은 제거할 수 없겠지만(만약 그것이 단독리포트의 경우에 해당한다면 그것은 지독한 우연일텐데, 그같은 우연을 감안하여 완전범죄를 계획한다는 것도 어불성설), 이것은 단지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결론적으로 어떤 시스템에 인간의 운명을 완전히 맡기는 일은 너무나도 어리석은 일이지만, 그런 선택은 다수의 환영에 의해 채택된다. 범죄예방시스템에 던지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의 환호를 보라. 그들은 다수라는 이름 그 자체이며, 민주라는 도구를 가지고 있다. 날카롭지 않은가?
인간은 누구나 제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까지는 움직이지 않는다. 보라. 자신이 희생양으로 꼽히자 분주해지는 탐크루즈의 모습을.

그러한 사회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조금 아쉽다. 스필버그 특유의 가족주의는 비난하지 않는다고 하자(가끔은 가족주의도 즐겁다). 그래도 영화는 미션임파서블4 정도의 느낌을 주고 있을 뿐, 스릴러라는 장르를 차용했음에도 그다지 긴장감을 고조시키지 못한다. 너무 볼거리가 많은 블록버스터의 특징일지도 모르겠지만.
그토록 매력적인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존재는 단지 톰크루즈가 '아가사'를 끌어들이기 위한 맥거핀처럼 사용될 뿐, 누명을 벗기는 것과는 무관하다. 젠장.

영화의 결말에서 붕괴되어버린 '범죄예방시스템'은 그동안 억눌린 범죄의 홍수로 이어질 것이다. 영화는 잠시의 해피엔딩을 시사하고 있지만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 인간은 또다시 소수의 희생 하에서 범죄를 예방할 것이냐, 아니면 범죄를 용인하고 소수의 희생을 못본척 하지 않을 것이냐에 대한 선택에 직면할 것이다. 그리고 톰크루즈와 그의 아내는 서로를 볼 때마다 죽은 자신의 아이를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고통에 여전히 시달릴 것이다.

p.s.
1. 필립 K. 딕의 소설이 영화로 나온 것 중 맘에 드는 것을 꼽으라면 역시 '블레이드러너'다. 확실히 그의 작품은 어둡게 만들어져야 제 맛인 것 같다는 그런 편견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야 말았다.

2. 눈알을 수술하는 장면은 알렉스의 교화장면을 오마쥬한 것 같다.

3. 과학은 인간에게서 기적을 앗아갔다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하필 그 시간에 거기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여전히 기적이다.

by ArborDay | 2006/02/21 14:41 | 비호러 | 트랙백(1) | 덧글(27)

트랙백 주소 : http://Arborday.egloos.com/tb/222089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이세상을 알마렌으로 at 2006/02/22 14:24

제목 : 필립 딕 (Philip K. Dick 1928~19..
금년에는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A Scanner Darkly가 개봉예정이랍니다. 영화화된 필립 딕의 소설들. 소설(연도) - 영화(연도 감독)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 1968년) - 블레이드 런너(1982년 리들리 스콧) 도매로 기억을 팝니다(We Can Remember It for You Wholesale 1966년) - 토탈 리콜(1990년 폴......more

Commented by wsjoung at 2006/02/21 16:40
하도 오래전에 읽은 책이여서 책 제목과 저자는 생각이 안나지만, 이 순간의 모든 분자들의 운동량을 알고 있다면 미래는 계산이 가능하다는 말이 생각 나네요~
사람의 행동도 자유의지 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뇌에서 일어나는 화학 작용에 의해서 결정되는게 아닐까요?
그렇게 보면 이세상에 우연이란게 있을까요? 단지 너무 복잡해서 계산이 불가능한건 아닐까요?
Commented by DIGDUG at 2006/02/21 19:31
블레이드 러너 원츄!!!
Commented by 석원군 at 2006/02/21 19:38
필립 k 딕이 영화를 보고, 충격먹었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 덕분에 우울한 유머가 가득한 원작이 오히려 과소평가되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올해 나온다는 소문이 있는데, <높은 성의 사나이>와 함께 꼭 나와줬으면 좋겠네요. ^^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2/21 19:59
wsjoung님/ 저도 한때 무한한 크기의 연립방정식체계로 세상을 완전히 설명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공상을 했었습니다만.
그렇게 설명된다고 해도 별 의미가 없지 않을까 싶네요.

DIGDUG님/ 홈페이지가 네이버셨군요.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블레이드러너는 꽤 분위기 있는 각품이죠.

석원군님/ 결론과 분위기까지 바꿔버렸으니 충격 먹을만도 하지요.
개인적으로 그의 소설은 책으로 접하는게 제일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상하게 영화가 나오면 손을 대게 되는군요.
저도 기대합니다.
Commented by 소드 at 2006/02/21 20:38
프리크라임은 소재자체가 상당히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이라 참 마음에 듭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아쉬운 유일한 점이라면 잘못된 정보로 인해 "액션물"로 알고 봤다가 많이 당황했습니다..결국 만족도는 높았지만요^^;
Commented by Ritsuko at 2006/02/21 23:06
블레이드 러너가 정말 최고이지요. 그런데 가장 괴기스러웠던 영화는 '주지사'가 나오는 토탈리콜이었습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LA컨피덴셜과 미션임파서블 그리고 필립 K 딕이 합쳐진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싶네요. 스필버그에게는 큐브릭에 대한 오마쥬가 살아 있는 것 같네요.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봤습니다. 개봉일에;;;;문제는 어머니가 이해를 못 하셨네요...
Commented by 김응일 at 2006/02/21 23:39
<A.I>와 더불어 스필버그의 묘한 영상미가 인상적이었던 영화. 이 두 영화를 보면 정말 스필버그는 큐브릭에 대한 존경심을 이렇게나마 표현하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왠지 갑자기 그의 연출방식이 좀 달라진 것 같아서.. 촬영감독이 바뀐건가?
Commented by 무적서생 at 2006/02/22 00:51
철학적으로 생각해 볼꺼리가 많은 영화군요ㅋ 미래는 결정된 것인가 아니면 우연에 의한것인가라는.. 고전적인 논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해주는 영화 같아요ㅎ 근데.. 영화평 넘 잘 쓰시네요ㅋ
Commented by intherye at 2006/02/22 02:30
석원군/ 원작자는 이미 이십여 년 전에 죽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착각하신 듯;;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2/22 02:49
소드님/ 네. 전 의외로 블록버스터를 피해가는 편인데, 이 작품은 소재가 마음에 들어 사버렸어요.
이제서야 봤네요.

Ritsuko님/ 토탈리콜 역시 괜찮은 작품이죠. 맞아요. 미션임파서블 느낌이 정말 많이 납니다.

김응일님/ 그 오케스트라 지휘하는 듯한 포즈부터 심상치 않더군요. 벽면을 타고 달리는 자동차씬은 제법 멋있었습니다.

무적서생님/ 감사드립니다.

intherye님/ 앗!! 맞네요. 왜 나도 착각을 했을까? intherye님 감사드립니다.
Commented by 써머즈 at 2006/02/22 03:53
김응일님 / 스필버그 영화의 촬영감독은 쉰들러 리스트 때부터 죽 '야누스 카민스키'가 하고 있습니다. <A.I.>는 원래 큐브릭 감독이 준비하던 프로젝트가 맞고요.
석원군님 / 아마도 필립 K. 딕의 아들 딸들의 평을 착각하신 게 아닐까 싶네요. PKD Trust의 이름으로. ^^

전 콜린 패럴을 발견하게 해준 영화로 기억합니다. ^^
Commented by 미디어몹 at 2006/02/22 10:06
안녕하세요 미디어몹입니다. ArborDay 님의 상기 포스트가 미디어몹에 링크가 되었습니다. 링크가 불편하시면 아래 리플로 의사를 표시해주세요. 해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포스팅되시기를 바랍니다.
Commented by 솔리드 at 2006/02/22 10:28
블레이드러너의 영화속 미래 분위기는 잊을수 없을만큼 충격적이였어요..
이 영화가 ET와 같은 시기에 개봉해서 약간은 관객들에게 저평가 된걸로 생각드는데..
제 기억이 맞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Commented by 뿌리 at 2006/02/22 11:15
THE ONE(젯리씨 출연..)과 많이 비슷해서 쪼매 논쟁을 야기하기도^^;;

THE ONE이 물론 참패를 하긴 했지요~
Commented by gaya at 2006/02/22 12:59
책의 절묘한 결말과는 근처도 안갔죠. 만일 작가가 알았다면 무덤속에서 절규했을 듯.--;; 저도 완전히 충격이었는 걸요. 어찌 저 따위로 마무리를 망쳐버렸나 싶어서.. 그래도 중반부까지의 분위기는 제법 괜찮았는데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2/22 13:55
써머즈님/ 친절한 부가설명 감사드립니다.

미디어몹/ 감사드립니다. ^^

솔리드님/ 전 '브레이드러너'를 꽤 늦게 접해서 그 시기는 잘 모르겠네요.
어찌되었든 그 분위기는 정말 끝내줬죠.

뿌리님/ The one을 못 본지라 뭐라 말씀을 못 드리겠네요. ^^

gaya님/ 전 책은 못 봤지만 책의 결말은 들어 알고 있습니다.
확실히 그 쪽이 더 매력있더군요.
Commented by THX1138 at 2006/02/22 17:41
콜린 패럴이 너무 멋있었습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2/22 21:47
THX1138님/ 저 역시 콜린패럴 캐릭터 참 맘에 들더군요.
Commented by 윈드스트림 at 2006/02/22 21:59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영화평 대단하십니다!
이 영화도 다시 한 번 보고 싶네요. 원작 책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원작의 내용도 궁금해지는군요. 왜 진작 원작에는 관심을 못 가졌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완성도로 보면 스필버그 씨는 감독으로서 나쁘진 않지만 말은 많을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
Commented by woody79 at 2006/02/22 22:24
전 필립 K 딕의 염세적인 세계관이 훨씬 마음에 들더군요. 이 영화를 보면서 스필버그가 영화를 잘 만든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하게 됐습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2/23 06:39
윈드스트림님/ 감사드립니다. ^^
저도 역시 원작은 접해보지 않았어요. 내용이 그리 길지는 않다고 하더군요. 한 번 찾아볼까 생각중입니다.

woody79님/ 스필버그 확실히 영화를 잘 만들기는 합니다. 스릴러로서는 별로지만.
Commented by Annies at 2006/02/23 06:54
아....찾아봤더니 단편이라고 합니다.결말이 너무 궁금해서 저도 땡기네요+_+
Commented by 석원군 at 2006/02/23 20:49
이 영화의 끝 5분만 짤라내면 스필버그의 걸작 리스트에 올라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스필버그 영화 중에서 이 영화와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제일 아쉬운 영화에요.
Commented by 석원군 at 2006/02/23 20:49
그리고 원작은 역시 유머입니다. 내용도 이정도로 심각하지도 않구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2/23 22:28
Annies님/ 저도 들었습니다. K.딕의 소설은 단편이 낫다는 얘기도 귀동냥 했었구요. ^^

석원군님/ 스필버그 영화 중에서는 확실히 잘 만든 편에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스필버그의 휴머니즘은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라이언일병구하기나 쉰들러리스트 같은 영화는 좋아하지 않지만 말이에요. ^^

아. 원작이 유머러스한가 보네요. 상당히 암울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말이죠. 안그래도 요즘 살 책이 조금 있었는데 함께 장바구니에 넣어둬야겠네요.
Commented by 제목없음 at 2006/04/17 09:52
나날이 갈수록 뷁스러운 완성도를 보여주는 S감독의 최근 작품 중에선 그나마 나은 편이랄까요...어차피 주라기 공원 원작읽고 나니까 그 시절부터 원작 왜곡은 기본스킬로 달고 살았던거라는걸 깨닫았습니다만

개인적으로 故 필립 K 딕 옹의 작품들 중에서 UBIK이 실사화 했으면 하는데 말입니다. 게임화 되서 국내에 정발되는 바람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게 아쉽네요. 지금 기술력이면 제대로 실사화가 가능할거 같은데...

p.s 헌데 알게모르게 그 쌍절권총의 톰크루즈는 멋져버렸습니다. 전혀 의외의 작품에서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보았달까...(T2의 아놀드 샷건 장전만큼 멋짐ㅠㅠb)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4/17 11:04
제목없음님/ 뭐, 그런거죠. UBIK은 뭔지 모릅니다. ㅠㅠ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