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red(Profondo rosso, 서스페리아2)

서스페리아로 알젠토가 유명해진 후 서스페리아가 만들어지기 2년 전의 영화를 일본에서 '서스페리아2'라는 제목으로 출시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역시 그 이름을 가져와 '서스페리아2'로 출시되었습니다. 물론 극악한 가위질과 함께 말이죠.
(러닝타임이라는 개념에 어느 정도 혼선이 있다 치더라도 원래 126분의 이 영화는 국내에서는 무려 90분으로 축약됩니다. 검열관의 지독한 우리관객 사랑에 경배를.)

'짙은 선홍색'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작품은 전형적인 지알로무비의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욕망'에서 그 얼굴을 알린 후 최근까지도 쟁쟁한 영화에 출연하고 있는 '데이빗 헤밍스'가 한 살해장면을 목격한 후 신문기자 '다리아 니콜라디'와 함께 그 비밀에 다가간다는 줄거리를 가진 이 작품은 추리물이라 할 수 있지만(네이버 영화의 줄거리는 심각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추리들에 있어서의 개연성은 때때로 놀랄만큼 허접하게 나타납니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조금만 마음을 너그럽게 먹는다면 이 영화는 이태리 호러영화들 중 최고의 퀄리티를 가진 작품들 중 하나거든요.
개연성 외에도 두 남녀주인공의 실랑이가 쓰잘데기 없이 자주 등장합니다.

알젠토는 영화를 통해 살인장면을 흡사 기괴한 하나의 그림을 감상하듯 만들어버리는 것에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줍니다. 아니죠. 영화내내 보여지는 거의 모든 장면들에서 넋을 잃도록 만들 색감과 미장센을 자랑하고 있어요.
특히 이 영화의 오프닝은 '서스페리아'의 그것과 함께 제가 아는 공포영화들 중 가장 탁월한 오프닝이라고 생각됩니다.

스스로 자신의 영화 중 '고블린'의 음악이 최고로 잘 활용되었다고 평가하는 작품답게, 긴장을 자아내는 부분에서 갑자기 커지기 시작하는 음향은 심장을 쿵쿵 뛰게 만들 정도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음악이 너무 강해서 볼륨을 조금 죽이고나면 대사가 묻히는 느낌이 종종 들 수도 있어요.
영화에서의 살해씬들의 임팩트는 매우 강한 편입니다. 특히 첫 여자의 살해씬은 '살인의 미학'이라는 그의 별명을 여실히 증명해줄만큼 감각적이지요.

강렬한 사운드, 화려한 미장센, 색채의 마법, 살인의 미학 등의 수식어가 왜 항상 다리오 알젠토를 따라다니는지 궁금하신 분이라면 이 영화로 돌아가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리오 알젠토의 후기작품이 초기작품보다 더 못하다라는 말을 이해하고 싶은 분도 마찬가지이구요.
이 작품은 정말이지 다리오 알젠토의 스타일이 온전히 보전된 몇 작품 중 하나일겝니다.

p.s.
1. 이 작품의 러닝타임은 국가마다 상이한데 앵커베이에서 dvd가 출시되기 전, 미국에서의 러닝타임은 98분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남녀주인공의 쓰잘데기 없는 장난질을 주로 삭제하였다는군요.
개인적으로는 앵커베이의 다소 어두운 듯한 색감이 좋습니다.

2. 그냥 한 컷 서비스로. 왠지 오페라의 한 장면이 떠오르죠.
3. 같은 카테고리의 다리오알젠토 감독에 대한 포스팅에서 아내와의 사이가 그의 영화에 꽤 반영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언급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 작품에서의 다리아는 칼을 맞는 장면조차 나오지 않을 뿐더러 칼을 맞아도 죽지 않는군요.

4. 예전에 홈페이지가 없어지는 바람에 유실된 제 '서스페리아' 감상평은 음모론에 가까우리만큼 경제적 관점에서 해석한 적이 있었습니다만, 그럴만한 여지를 알젠토가 영화에 풀어두는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그는 경제학자들을 싫어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시간이 나면 다시 쓰고 싶지만 뜻대로는 안되는군요.


by FromBeyonD | 2005/09/08 11:48 | 공포/호러 | 트랙백(1)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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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이세상을 알마렌으로 at 2008/08/19 17:25

제목 : Profondo Rosso (서스페리아 2. 197..
가히 소문대로다. 서스페리아와 함께 다리오 아르젠토의 최고작이라 할수있다. 아르젠토는 이탈리아에서 몇몇 훌륭한 초기작으로 워밍업을 한 후 마침내 1975년 Profondo Rosso(Deep Red)를 만들어냈다. 오랫동안 고어물의 상영이 금기시되었던 우리나라에서도 EBS를 통하여 안방극장에서 상영될 정도로 워낙 유명작이라 따로 긴 설명이 필요없겠다. 한마디로 아르젠토, 그의 평생을 흐르는 많은 작품들의 원형을 보여주고 있다. -......more

Commented by rumic71 at 2005/09/08 14:19
스타를 싫어하는 것은 본인의 입으로 말했지만...
Commented by 지킬 at 2005/09/08 15:39
스파게티 호러를 그닥 즐겨 보진 않지만 다리오 아르젠토의 그 스타일만은 뇌리에 강하게 남습니다.
Commented at 2005/09/08 16:0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lmaren at 2005/09/08 17:41
Profundo Rosso 참 좋아합니다. 그래도 써스피리아가 더좋아요.

다리오 아르젠토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중 한사람이죠. 아마 70년대중반~80년대초가 전성기라고 할만하겠지요.
Commented by In-flux at 2005/09/08 20:54
전 지금까지 서스페리아의 속편인줄 알았는데 그전 작품이었군요.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고블린의 음악도 기대되고 꼭 보고 싶네요 ㅎㅎ
Commented by 조나단 at 2005/09/08 20:55
딥레드를 보고 역시 아르젠토 영화는 줄거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죠^^;; 지금 떠올리려고 해도 전체적인 줄거리는 도무지 기억 안 나고 몇장면의 이미지만 강렬하게... 마지막 장면은 제가 여적 본 호러 영화중 이미지적으로 가장 강렬한 죽음 중 하나였어요;
Commented by FromBeyonD at 2005/09/08 21:25
rumic71님/ 그러게나 말입니다.
제 생각에는 가위질을 지나치게 한 우리나라에도 별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을 듯.

지킬님/ 넵. 스타일리스트이자 기괴한 동화적 환상을 보여주기도 하죠. 확실히 강렬한 분이세요.

비공개님/ 아마도 그런 듯 싶답니다.

almaren님/ 저도 이 영화를 좋아합니다만, 역시 그의 부동의 베스트는 서스페리아.
딥레드, 오페라, 테네브리, 페노미나 등의 영화는 그때그때 순위가 바뀌는 것 같습니만, 확실히 딥레드 머리 크고 다시 보니 훨씬 좋네요.
70년대중반~80년대까지는 알젠토 뿐만 아니라, 호러영화의 전성시대라 느껴지기도 합니다.

In-flux님/ 아마도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모르는게 정상일겝니다.

조나단님/ 확실히 아르젠토의 영화는 이미지가 강렬하죠.
전 서스페리아와 이 영화는 거의 외우다시피 할 정도랍니다.
섀도우와 오페라도 마찬가지구요. ^^;;
Commented by noregret at 2005/09/09 03:50
영화와는 조금 다른 얘기지만, 다리오 아르젠토 신작(..이래봤자 2004년작이군요^^;) "카드 플레이어" 보셨나요?

그렇게 평이 좋은것같진 않더라구요. 소재는 흥미로운데
감독의 인지도 만큼 부응해주지는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더군요.

언제 날잡고 보긴 해야겠습니다만.. 크흠..
Commented by FromBeyonD at 2005/09/09 12:05
noregret님/ 카드플레이어는 자막이 나오지 않았던 시기에 미리 감상했었는데, 꽤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요즘은 정식으로 출시도 되어 있고 한글자막도 있고 하니 다시 한 번 감상해야겠네요.

Commented by seimei at 2006/06/20 12:42
전 서스페리아 솔직히 너무너무 재미없었어요. 장면의 아름다움이야 인정하지만 내용은 좀...오히려 페노미나가 더 재미있었어요. 물론 제니퍼코넬리의 아름다움에 기인한바가 더 크겠지만요.

이건 어떨까요? 요즘에 비디오가게에서 구하기는 하늘에서 별따기일것 같던데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6/20 18:14
seimei님/ 페노미나도 재미있죠. 조금 헐리웃 느낌도 나고. 전, 서스페리아의 오프닝과 그 장면의 아름다움이 좋아요. 그게 알젠토답다고 느끼고 있구요. 음, 이건 어둠으로 구하세요. 한글자막도 있습니다.
아니면 저처럼 앵커베이 것으로 소장하시던지요, 영어자막도 있고 지역코드 0번이라. 퍽.
Commented by 수운 최제우 at 2007/01/17 20:18
이 작품 진짜 여자 주인공 부분만 딱 잘라내면 완성도와 모양새가 아주 깔끔해질 텐데, 하는 아쉬움이 종종 듭니다. 왜 있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갑니다. 전체 영화 분위기만 해칠 뿐 뭐 하는 것도 없잖아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1/17 22:57
수운최제우/ 애초에 나왔던 버전이 그걸 잘랐었던거라네. 다리아 니콜로디와의 사랑이 시작된지 얼마 안된지라, 아주 중요하고 사랑스러운 역할을 맡기고 싶었었나봐.
Commented by 천용희 at 2007/05/24 22:05
저도 이 영화를 어쩌다가 가지게는 됐는데 위에 말씀하신 여 주인공 부분이 잘린 버전입니다. 더 골때리는 것은 4:3의 화면비율이라 뭐 제대로 보기 힘들다는 거죠. 뭐 그래도 고전영화 50편 묶음에 같이 들어있던 거라서 뭐 그려려니 합니다.(비디오나 고전DVD 50개 모아다가 작업해 놓은 거라 화질은 뭐......-_-;;;;;;)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5/24 23:53
천용희님/ 50pack 시리즈 중 하나인가봐요. 그러면 제가 가진 것과 가격차이가 거의 없을터인데, 싸게 구하셨네요. (웃음)
Commented by 천용희 at 2007/05/25 01:47
Chilling 50 Pack입니다. Horror 50 Pack의 경우는 각자 사면 꽤나 비싼 가격에 저기 삽입된 영상에 맞먹는 고전 영화들이라 가격이 상당히 굿이고, Chilling 50 Pack의 경우는 어떤 매체로도 소개 안 된 B급영화들이 꽤나 있더군요. 심지어 후가사쿠 긴지의 [부활의 날]인터내셔널 버전에 나름 괜찮게 보았던 켄 러셀의 [고딕]까지 있었습니다. 시간 지난 지금도 꽤나 잘 샀다고 생각하는 시리즈에요. 참고로 두 팩 다 각각 12.95달러 정도에 구입했습니다. 배송료 빼고요. 아마존에서 샀는데 당시에는 저놈들은 DD보다 싸더군요. 배송료 포함해서요. 저거 구입하고 한 3일 지나니까는 DD보다 비싸지더라고요. 그리고 나머지 시리즈는 그냥 안 끌려서 포기했습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5/25 14:26
천용희님/ 사실 장바구니에 들어가 있습니다. 선적되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두 개 합치면(배송비 빼고) 천용희님보다 4~5달러쯤 더 든 것 같네요. 저도 다른건 안 땡겨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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