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스마스크 - 풀치, 알젠토 각본으로 만나다.

왁스마스크는 1933년 '밀납인형관의 미스테리(Mystery of the waxmuzeum)'으로 처음 영화로 만들어진 'Gaston Leroux'의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영화 외적으로 이 작품은 저에게는 꽤 많은 의미를 가지는 작품인데, 루치오 풀치와 다리오 알젠토가 각색작업에 함께 참여했다는 점과 풀치가 영화를 만드는 작업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이 그렇습니다(영화는 1997년 출시, 풀치는 1996년 사망).
이 영화를 만든 감독 써지오 스띠발리띠는 주로 다리오 알젠토 감독의 영화에서 특수효과등을 담당해왔던 감독이지만, 그런 사실 때문에 영화의 첫 부분 '루치오풀치에게 헌정된 영화'임을 알리고 있습니다.

유럽여행중 실제로 '밀납인형관'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이러한 공간은 호러영화의 소재로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이러한 소재를 한 영화들이 꽤 많이 만들어지고는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소재들을 영화화한 것들이 흔하기 때문에 영화에 가진 독특한 느낌이랄 것은 좀 떨어지지만, 이와 같은 영화가 '이태리'에서 만들어지면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지를 보여주는데 때때로 논리를 무시한 내용전개와 자극적 장면 묘사들이 나타납니다.
특히 써지오 스띠발리띠는 영화의 질감이나 색감에 있어서 다리오 알젠토의 것을 연상시킬만한 장면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알젠토의 느낌이 나타나기는 해요.(시네서울에는 버젓이 다리오 알젠토를 감독이라고 올려뒀네요. 어이없습니다. 비디오출시에도 '다리오 알젠토' 감독제작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사실 제작자도 다른 사람입니다.)

인상깊었던 장면은 형사의 살해씬인데요. 그 잔혹함 때문에 인상깊었던건 아닙니다.
호텔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들어옵니다. 그에게 누구냐고 물어도 대답없이 계속 걸어옵니다.
형사는 총을 빼어드는데 가까이 다가온 그의 얼굴은 자신과 같습니다. 그는 겁에 질리고 뒷걸음질치기 시작합니다.
총을 두어발 쏘지만 그의 날카로운 바늘에 가슴을 찔리고 맙니다.
이 장면과 어울리는 음악이 흘러나오며 레코드 플레이어가 클로즈업됩니다. 그리고 그 바늘의 이미지와 교차되어 레코드 핀이 돌고 있는 레코드판에 원으로 피를 그려냅니다.
이 장면은 알젠토가 직접 찍었다고 해도 믿을만큼 감각적입니다.
이 작품에는 '킬빌'을 연상시키는 장면 외에도 괜찮은 장면이 몇 군데 있습니다. 모두 말씀드리긴 곤란하지만요.

처음에는 '다크맨'을 연상시키고 중반 이후에는 나이트메어의 '프레디'를 연상시키다가 최후의 장면에서는 '터미네이터'를 연상시키는 왁스마스크는 그 캐릭터에 있어서 기존 영화들의 '싸이코'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독창성'에 있어서는 그리 대단하지 못한 작품임에 틀림없고 가끔 사용된 특수효과는 확실히 유치할 정도이지만 역시 긴장감과 잔혹도에 있어서는 적정 수준의 재미를 보장합니다.
매니아라면 반드시 지나가야 할 만한 영화라고 생각하며(크레딧 때문에라도), 매니아가 아니라도 더운 여름 시간죽이기로 충분한 영화라고 생각됩니다(근래 호러영화보다는 확실히 나아보입니다).

p.s.
1. 풀치와 알젠토가 같은 영화의 크레딧에 동시에 나올 것이라 생각해보지는 못했습니다.
알젠토 제작의 '좀비(시체들의 새벽)'가 나오자마자 풀치가 잽싸게 '좀비2'를 만든 일에서 알젠토가 다소 기분이 상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거든요(정확한 출처는 모르겠습니다).

2. 풀치가 크레딧에 마지막으로 이름을 올린 것은 이 작품이 아닙니다. imdb를 통해 보니 '킬빌2'에 풀치가 이름을 올리고 있네요. 타란티노가 풀치를 꽤나 좋아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일테고.
킬빌에서 '관'을 열고 나오는 장면은 풀치의 'Psychic'의 오마쥬라고 합니다. 저는 '시티오브리빙데드'라고 생각했지만요. 확실히 영화를 많이 보다보면 오락가락하기도 합니다(시티오브리빙데드에는 확실히 유사한 장면이 있지요. 대여섯번 봐서 이건 확실합니다). 'Psychic'은 내용도 기억이 잘 안나네요. 다시 보던지 해야지. ^^;;
또 하나 저는 풀치 이야기를 할 때 확실히 말이 많아집니다. 정말 좋아하나봐요.

3. 이 영화의 특수효과는 참으로 열악합니다. 우뢰매 수준이 아닐까 싶은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
써지오 스띠발리띠는 이 작품으로 감독 데뷔를 합니다만, 이후 (감독으로서는) 별 성과없이 알젠토영화의 특수효과 등에 여전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4. 밀납인형관 건물의 상단부에 보이는 독수리 석상은 '드라큐라의 공포', '서스페리아' 등에서 보여진 것들과 비슷합니다. 비록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분명히 의도하지는 않았을겝니다), 군데군데 다른 영화를 생각할만한 부분이 많습니다(예를 들자면 좀비오).

by FromBeyonD | 2005/08/15 11:04 | 공포/호러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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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umic71 at 2005/08/15 17:03
세르지오가 맞는 이름 아닐까요.
Commented by FromBeyonD at 2005/08/15 17:20
rumic71님/ 세르지오가 맞을 것 같은데요.
그냥 습관같은거거든요. ^^;;
잘 안 고쳐지네요.
Commented by 모란봉13호 at 2005/08/15 18:32
풀치 할아버지의 최고작은 역시 <좀비!>
<왁스 마스크>는 본지가 꽤나 오래돼서 잘 기억도 아납니다만 그 최후의 터미네이터 장면은 어느정도 기억이 나기도 합니다. 이 참에 다시볼까 하는 고민이..^^;;
Commented by rumic71 at 2005/08/15 22:00
<좀비>를 더 즐겨보긴 하는데, 최고작은 <비욘드>라고 생각됩니다.
Commented by 김응일 at 2005/08/16 21:05
국내에 출시된 <비욘드>의 삭제정도 어느정도 입니까? 가지고 있는데 아직 감상을 미루고 있습니다. 삭제정도가 궁금하네요.
Commented by FromBeyonD at 2005/08/16 21:16
모란봉13호님/ 한번쯤 다시 봐도 뭐 괜찮을겝니다.^^

rumic71님/ 전 개인적으로 'City of the living dead'를 좋아해요.

김응일님/ 최초의 예언자 화가(?)의 살해씬이 통째로 들려 있습니다. 극악의 판본입니다.
Commented by 천용희 at 2007/05/17 22:44
제가 알기로는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둘이 좀비와 관련된 앙금을 풀고 서로 친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풀치가 바란 게 다리아 니콜로티가 자기의 영화에 한번이라도 나와주기를 바랬다는데, 전에는 알젠토와 사이가 안 좋아 실패, 나중에 사이가 좋아지고 나서는 알젠토와 니콜로티가 사이가 안 좋아져 해어져서 실패......이래저래 안습의 에피소드입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5/17 22:57
천용희님/ 네, 말씀하신게 맞습니다. 사실 풀치는 니콜로디를 위해 만든 영화가 있었다고 고백했을 정도로, 그녀를 좋아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하고 생을 마쳤다죠.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아르젠토와 풀치는 노선(?)이 너무 달라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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